복제된 강아지는 당신이 사랑한 그 강아지가 아니다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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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된 강아지는 당신이 사랑한 그 강아지가 아니다

김현유 BY 김현유 2024.03.05
 
꽤 오래전의 일이다. 어떤 일로 만난 분과 얘기를 나누던 중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던 그는 갑자기 “어떡하냐”며 울음을 터트렸다. 분위기를 미뤄보아 가까운 사람의 부고를 받은 모양이었다. 고령의 부모님일까? 내심 당황해서 그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무슨 일이냐고 묻지 못했다. 잠시 추스른 그는 내게 사정을 설명했다. “키우던 개가 죽었어요. 죄송합니다만 먼저 일어나야겠네요.”
홀로 남아 커피를 마저 마시며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방금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10년 넘게 반려견과 함께했다고 했다. 그 정도면 가족이다. 사실 반려견 또는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지닌 두려움은 머지않아 닥칠 이별일 것이다. 물론 영원한 이별은 사람 사이에서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지만, 삶의 속도가 사람보다 6~7배는 빠른, 즉 수명이 6분의 1에서 7분의 1에 불과한 개나 고양이는 한번 키우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빠른 이별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니 ‘펫로스(pet loss) 증후군’은 현대사회의 많은 이들이 일생에 한두 번쯤 겪는 꽤나 보편적인 상태다.
그런데 이런 슬픔을 딛고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을 ‘부활’시키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최근에 반려동물을 키운 경험이 있는 이들도, 없는 이들도 놀랄 만한 일이 있었다.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우리 강아지가 돌아왔어요’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발단이었다. 사모예드 품종의 ‘티코’라는 반려견을 키우던 여성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개가 세상을 떠나자, 조직을 채취해 반려동물 복제업체에 보냈고 오랜 기다림 끝에 생후 3개월 된 복제 강아지 두 마리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영상을 공개한 유튜버는 자신처럼 키우던 반려동물을 떠나보내 상심하게 될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만한 정보를 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유튜버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일이 커졌다. 시민 단체인 동물자유연대가 반려견 복제업체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이다. 해당 업체가 동물 생산업과 동물 판매업 허가를 받지 않았고, 따라서 불법 동물 생산 및 판매를 통해 생명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업체로서는 영상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유튜버 고객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사실 상업적인 동물 복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년 전 소 복제로 떴고, 2004년과 2005년 연달아 세계 최초의 인간 복제 배아와 환자 맞춤형 복제 배아를 만들어 영웅이 된 황우석 박사를 기억하는가? 그는 복제 배아 논문이 조작으로 밝혀지면서 서울대 수의대를 떠났다. 이후 그가 모 연구소에 취직해 중동 등 외국 갑부들을 대상으로 반려동물을 복제해준다는 소식이 들려온 게 벌써 몇 년 전 일이다. 해외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었다는 이야기다.
이번 복제 반려견 사태를 계기로, 지구 반대편에서나 일어나고 있을 법한 일이 국내에서도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복제 비용이 1억원 내외로 엄청나므로, 설사 있었다고 해도 건수가 많진 않을 것이다. 여기서 잠깐, 동물 복제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될 만한 사안일까? 물론 동물 생산업이나 판매업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의뢰를 받아 복제견을 만들어냈다는 점에는 문제가 있지만, ‘생명이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식의 표현은 지나친 게 아닐까. 그렇게 따지면 인공수정으로 생산 및 판매되는 송아지 역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는 생명이지 않은가?
반려동물 복제의 윤리성을 따지는 데에는 동물실험의 윤리성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동물실험은 생명과학과 의학, 약학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으나 오늘날에도 매년 수억 마리의 실험동물이 희생되고 있다. 그 때문에 동물실험의 범위는 점차 제한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분야가 화장품이다. 지난 2009년, 유럽연합(EU)은 화장품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금지했고, 한국 역시 2016년부터 이를 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 칩 위에 살아 있는 특정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를 배양하는 장기 칩(organ-on-a-chip)과 줄기세포를 분화시켜 만든 유사 장기인 오가노이드(organoid) 기술이 발전하며, 동물실험을 전면 금지하자는 ‘과격한’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인간을 위해 동물을 희생하는 일이 윤리적 정당성을 얻으려면 ‘불가피성’이 인정받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식용은 예나 지금이나 인정받고 있지만(물론 소수의 반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비식용에 있어서는 제한 사항이 점점 엄격하게 적용되는 셈이다. 그런데 사람도 시험관으로 아기를 만드는 시대에, 반려동물을 죽이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부활’시키는 체세포 복제는 왜 비윤리적인 일로 여겨지는 것일까?
윤리적 관점에서 시험관 아기 기술과 체세포 복제 기술의 차이는 엄청나다. 우선 과학철학 측면에서 보면, 전자는 인위적인 방법이기는 하나 ‘부모에게서 게놈을 50%씩 받은 자식’이라는 자연의 질서는 건드리지 않는다. 반면 체세포 복제는 성체의 세포에서 핵을 빼내 핵을 제거한 난자에 넣어 만든 것이다. 두 개체의 게놈은 100% 동일하다. 정체성이 애매하다. 도덕적 측면에서도 역시 문제가 있다. 시험관 아기 시술 역시 힘든 과정이지만, 어쨌든 개인의 자발적 선택으로 진행된다. 반면 체세포 복제 과정에서는 많은 동물들이 ‘비자발적’으로 고생해야 한다. 난자 채취 및 대리모로 쓰이는 동물들의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최초의 복제 양 돌리가 태어난 게 1996년의 일이니,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동물 복제 성공률은 여전히 1~3%로 매우 낮다. 유튜버의 반려견을 두 마리로 복제하는 데 성공하기까지, 수십 마리의 개가 동원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유산과 사산, 기형아 출산도 꽤 있었을 것이고 말이다.
문제의 영상을 보니 유튜버는 ‘죽은 개가 부활했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떠나보낸 반려견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논리적으로는 부적절한 생각이다. 그렇게 따지면 게놈이 같은 일란성 쌍둥이는 동일인이라는 말이 되니 말이다. 사람도 그렇지만, 개별 생명체의 정체성은 유전(게놈)과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해당 유튜버와 생후 3개월 된 복제 강아지 두 마리는 처음 만나자마자 서로 격렬하게 반기는 모습이었지만, 이 강아지들이 행복해하는 건 결코 전생(?)의 삶을 기억해서가 아니다. 그저 안아주는 사람의 품이 좋아서일 것이다.
지난해 79세로 타계한, 복제 양 돌리를 만든 돌리의 ‘아버지’ 이언 윌머트는 동물 복제를 연구와 의학 목적으로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 목숨을 구하는 것도 아닌 화장품 개발에 실험용 동물을 희생시키는 게 비윤리적이듯, 키우던 반려동물을 잃은 상실감을 채우기 위한 체세포 복제에 다른 동물들을 고생시키는 것 역시 비윤리적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복제 반려견 유튜버 사건 같은 일이 벌어지면 반려동물 복제는 크게 화제가 되지만, 금세 흐지부지되는 것 같다. 이 사건만 해도 처음에는 여러 기사가 쏟아지며 이슈가 되었으나 한 달여가 지난 지금은 관련 법 제정에 대한 논의 등 후속 기사도 몇 개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1억원 안팎의 엄청난 비용을 감당할 사람이 많지 않은 만큼 아직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체세포 복제 기술이 크게 나아져 시험관 아기 수준의 성공률에 이른다면, 그래서 비용이 뚝 떨어지게 된다면 그때서야 보다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까. 아직까지 관련 법 정비 등의 진전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강석기는 과학 칼럼니스트다. LG생활건강연구소와 동아사이언스에서 일했고, 책 〈강석기의 과학카페(1~10권)〉 〈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 〈식물은 어떻게 작물이 되었나〉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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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 김현유
    WRITER 강석기
    ILLUSTRATOR MYCDAYS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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