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곳곳에선 제이릴라가 우주에서 뛰놀던 시절의 영상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대형 제이릴라 피겨와 사진을 찍는다. 대기업의 자본과 정 부회장의 인기 그리고 독자적인 캐릭터 서사를 훌륭하게 버무렸다. 여기까지 보면 정 부회장의 ‘부캐 세계관’은 이미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신세계푸드 역시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제이릴라 콘셉트와 세계관을 MZ세대에게 알리기 위한 매장”이라고 밝힌 바 있기도 하니까.
하지만 세계관 마케팅의 성패 여부는 세계관 내부에 머무르지 않는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가 아닌 상품의 퀄리티일 것이다. 가수인 ‘싹쓰리’는 어찌 됐든 캐칭한 노래를 불렀고, 콩트 콘텐츠인 ‘매드몬스터’는 정말 웃겼다. 그러니까 결국 먹는 인류 ‘호모 퀴진’에겐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의 빵 맛이 중요하다. 우주에서 왔다는 시그너처 메뉴 ‘오로라 베이글’은 최근 런던(이라고 쓰고 계동이라고 읽는다)에서 유행한다는 쫄깃한 베이글의 육신 사이로 크림 치즈의 짭조름한 강이 흐른다. 오로라 베이글의 친구는 바로 ‘머큐리 크러시’다. 오로라 베이글을 먹고 수성에서 온 무스 케이크 ‘머큐리 크러시’의 상큼 달콤한 맛으로 입을 정돈한다. 제이릴라 레시피로 만든 60여 가지 종류의 단짠 조합이 우리를 우주로 이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