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그리고 인테리어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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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그리고 인테리어

바야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는 인테리어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ESQUIRE BY ESQUIRE 2021.09.20
야속하게도 지금 우리의 삶은 코로나 전과 후로 나뉜다.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생활 양식을 경험하고 있다. 잠깐 머무는 어느 공간을 지나더라도 바이러스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기 위한 방문자 출입 기록을 의무적으로 남겨야만 한다. 테이블 위에는 스마트 기기나 A4용지 더미가 놓여있고 어느 곳이든 비말 차단을 위해 흔하게 설치된 아크릴 가림막은 공간의 시각적인 답답함을 더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이후 국가적인 입장에서 방역수단의 일종으로 '집합금지' 라는 초유의 방안을 내놓았고 그 결과, 대부분의 국민들이 각자의 주거 공간에 일찍 귀가하는 현상이 초래했다.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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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금지 혹은 늘어난 자율근무로 인하여 사람들이 한곳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공간을 변화시키거나 발전시키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다. 현장에서 인테리어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흥미롭게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침구의 소재나 컬러에 변화를 주거나 조명을 바꾸거나 수납 가구를 새롭게 들이는 둥 비교적 작은 영역에서의 변화도 있겠고, 나아가 과감히 포장이사를 자처하며 집의 모든 마감재를 철거하고 변경하는 대규모 공사도 늘어났다. 물론 개개인의 일정이나 예산에 따라 움직이는 영역이지만 단언컨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 이후로 거주 공간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늘어났음은 사실이다.
 
주거공간과 마찬가지로 상업공간도 같은 형국이다. 코로나로 인해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는 매장들이 전국적으로 속출하며 철거, 폐기물 업체들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고, 위기를 기회로 바라보는 새로운 창업자들이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자 의뢰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늘어가고 있다. 뉴스에서 코로나로 인해 인테리어 업종 자체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며 현장에서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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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자체를 만들고 접하는 사람으로서 인테리어를 한다는 행위의 의미는 굉장한 포괄성을 갖는다. 누구에게는 생존 혹은 생과 사로 직결되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허세 또는 사치의 의미로 마주하기도 하며, 누구에게는 사회적인 보상의 심리가 작용하고, 누구에게는 행복함을 느끼는 가치의 순수한 원천이 되기도 한다. 모두 받아들이는 입장은 다르겠지만 결과만 논해보자면 공간의 변화는 삶이나 인지 그 자체의 변화로 귀결됨을 의미한다. 반대로 삶이나 인지의 변화는 공간의 변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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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로 사람들의 행동 양식이 변화하며 공간의 변화를 추구하는 수요가 급증한 것은 확연한 사실이다. 모든 개개인의 취향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철수’의 아름다운 공간이 ‘영희’에게도 아름답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오늘 머무는 공간이 조금 더 안락하거나 아름다워야 하는 의미는 같다고 생각한다. 언제 종식될지 아무도 모르는 낯선 바이러스 때문에 팍팍해진 세태가 조금이나마 또는 잠시나마 유연해질 수 있다면 인테리어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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