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독’이 서대문구 연희동 주택가 틈바구니에 있는 매끈한 콘크리트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 지하에 이 공간의 심장인 ‘라이카 시네마’가 있다. 1957년 소련은 생명체가 우주 공간에서 받는 영향을 실험하기 위해 우주선에 개 한 마리를 실어 궤도 밖으로 쏘아 올렸다.
우주선의 이름은 그 유명한 ‘스푸트닉 2호’고 태워 보낸 개의 이름은 ‘라이카’다. 우주에 처음으로 발을 들인 생명체로 기록된 라이카의 별칭은 당연하게도 ‘스페이스 독’이다. 미지의 세계 연희동에서 문화 융성의 가능성을 찾아보겠다는 숭고한 의지가 느껴지는(그러나 유머스러한) 작명이다. 코로나19 시기에 개관하는 데 대한 우려가 있었겠으나 그것도 잠시. 지난 2월 열린 라이카 시네마 개관 기획전 ‘Life Live Like’는 무려 좌석 점유율 80%를 달성했다.
앞으로도 잘 만들어진 영화관에서만 줄 수 있는 시네마적 체험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SPDG 이한재 대표의 어드벤처는 성공에 가까워지고 있다. 라이카 시네마는 올해 진행할 굵직한 기획은 물론 그 사이사이 시기에 맞게 끼워 넣을 미니 이벤트들의 청사진까지 그려뒀다. 더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있는데 아직 풀어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라는 게 이한재 대표의 변이다. 스페이스 독은 처음부터 영화관을 만들 생각으로 준공됐다. 서울의 예술영화관에서 유일하게 입체음향 기술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도 도입했고, 내부 설계도 어느 좌석에서든 시야가 가려지지 않게 고려했다. 관객의 편안함을 위해 아예 한 개 열을 통째 포기한 것. ‘최선의 시네마적 체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는 포부가 듣기에만 좋은 소리는 아니라는 뜻이다.
아무렴 뒤늦게야 개관 기획전을 알게 되어 가지 못했다고 해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앞서 말했듯 특색 있는 기획전을 여럿 준비하고 있으며, 연희동이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 스페이스 독 건물을 유기적으로 활용한 액티비티 등 더 폭넓고 기발한 활동들을 계획 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