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물건들을 단순히 '럭셔리'라고 하기 힘든 이유 | 에스콰이어코리아

CAR&TECH

이 물건들을 단순히 '럭셔리'라고 하기 힘든 이유

‘OO계의 에르메스’ ‘XX계의 샤넬’ 같은 표현으로 회자되는 물건들. 하지만 그중 어떤 것은 단순히 ‘럭셔리’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 제품들이 아니다. 직접 써보면 결국 그 가격을 수긍하게 된다는 이 물건들의 독보적 가치에 대해, 각 분야를 오래도록 파헤쳐온 필자들이 사적인 애정을 담아 써냈다.

오성윤 BY 오성윤 2024.02.28
 
Leica - M System 
최수연(사진가, 수연목서 대표)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기록’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진을 찍는 행위로 인해 우리는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고, 나아가 내면의 안정을 찾을 수도 있다. 사진을 ‘무엇으로’ 찍느냐는 그런 관점에서 중요한 요소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것과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의 차이는 단순히 그 결과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촬영 과정에서 카메라는 사용자의 개성과 성향, 내적 욕망을 반영하고 또 그것을 채워주기 때문에 카메라는 촬영이라는 행위가 사용자의 내면과 조응하도록 하는 매개체가 된다.
라이카 M 시스템은 단연 많은 사람이 갖고 싶어 하는 카메라다. 단순히 고가의 명품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나도 누군가 카메라 기종 추천을 부탁하면 ‘라이카 M 시리즈 어떠냐’고 제안하는 편인데,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디자인. 외형이 간결하고 아름답다. 심플하고 기능적인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는 라이카 M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이다. 뛰어난 렌즈 성능도 뭇 카메라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요소다. 특히 어두운 영역의 디테일을 표현하는 렌즈군의 능력은 라이카 M 시스템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이유이며, 높은 해상력과 독특한 색감 역시 큰 매력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만으로 라이카 M 시스템의 매력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라이카 M 시스템의 진정한 매력은 이 카메라를 오래도록 사용해보고 사진전과 사진집을 부지런히 볼 때 비로소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건 바로 ‘시차에 의한 우연성’이 작가의 의도와 들어맞아 만들어내는 라이카만의 독특한 시각이다. 레인지 파인더인 라이카 M 시스템은 28mm 혹은 35mm 렌즈에서 렌즈를 사용할 때 뷰파인더로 보이는 광경과 실제로 촬영되는 결과물 사이에서 미묘한 차이를 만들어내는데, 그게 결점이 아니라 라이카 M 시스템 고유의 매력으로 작동한다는 뜻이다. 라이카 M 시스템에는 낯선 부분이 많지만 궁극적으로 그런 부분 때문에, 사용자가 카메라를 길들이는 동시에 그 자신도 카메라에 의해 길들여지게 된다. 라이카 M과의 촬영이라는 행위에 빠져들고 나면 계속 M 시스템을 고집할 수밖에 없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카메라 추천을 부탁하면 높은 가격 장벽에도 불구하고 라이카 M 시리즈 어떠냐고 되묻곤 한다. 힘든 적응기를 이겨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그 세상은 다른 무엇으로 흉내 내기 힘든 고유한 색깔을 띠고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Brompton - C Line
조보현(항공기 정비사)

 
브롬튼 자전거를 탄 지 벌써 13년이나 되었지만, 처음 이 자전거를 접한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기차역에서 나온 한 아주머니가 한 손으로 기계 뭉치를 들고 나와 툭툭 몇 번 만지니 어느새 눈앞에 작지만 단단해 보이는 자전거 한 대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넋을 놓고 바라만 보다가 그녀를 놓칠세라 따라가서 물으니 그 자전거가 바로 브롬튼이라 했다. 나는 그 길로 달려가 곧장 프랑크푸르트에서 첫 브롬튼을 구매했더랬다.
브롬튼은 1976년 영국의 극심한 교통체증을 고민하던 앤드루 리치가 개발한 자전거다. ‘복잡한 도심에서 현대인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한다는 모토 아래 지하철과 버스 등으로도 손쉽게 운반할 수 있는 자전거를 고안한 것이다. 물론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은 브롬튼 외에도 수많은 접이식 자전거 브랜드가 있지만, 접힌 모습이 이토록 작고 아름다운 자전거는 여전히 브롬튼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부분 중 하나는, 이 자전거가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 종종 오해를 산다는 것이다. 아직 브롬튼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 작은 자전거가 사람 무게를 감당하느냐’는 것이다. 물론 감당한다. 나는 국내외에서 브롬튼으로 자전거 캠핑까지 즐기고 있고, 한번은 내 브롬튼을 대만으로 가져가 타이베이에서 타이중까지 타고 간 적도 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10년쯤 사용한 자전거를 처음으로 점검 맡겼을 때, ‘아무 이상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브롬튼의 핵심 가치는 디자인이 아니라, 타협이 없는 품질에 있다는 뜻이다. 사용자가 직접 변형할 수 있는 변신형 제품인 데다 힌지 구조로 되어 있다 보니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제품일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브롬튼을 써본 사람들은 아무도 그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아직도 영국 내 생산, 핸드메이드 공정만 고집하는 브랜드이기에 그런 걸까? 영국 친구들은 ‘비만 맞지 않는다면 100년도 탈 수 있는 자전거’라 했고, 실제로 현지에서는 대를 물려 타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우연히 브롬튼의 도장을 벗기는 과정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과장이 아니라 정말 비행기 도장에 가까운 수준으로 도장을 해놓았기에 놀랐다.) 자전거 자체의 밸런스가 좋아서 프런트 랙과 리어 랙에 몇십 킬로그램의 짐을 실어도 운행하는 데에 그렇게 큰 부담이 느껴지지 않고, 눈으로 보기만 해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주행 성능도 뛰어나다. 운전 자세도 편하고, 특히 페달링에 즉각적으로 응답하는 반응 속도가 좋아서 처음 탔을 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던 것이 지금도 기억난다.
물론 디자인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이라는 애칭이 말해주듯 아름다운 외관에 저절로 애착이 생기기도 하고, 각자 ‘자기만의 브롬튼’을 만들어가는 재미도 있으니까. 브롬튼 관련 액세서리는 인터넷 검색만 해도 쉽게 찾을 수 있고, 나는 내 주변에서 동일한 브롬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브롬튼은 2022년 이후로 프레임과 기타 자재에 따라 자사 모델 라인업을 재정비했는데, 앞서 열거한 브롬튼의 묘미와 정통성을 고스란히 맛보고 싶다면 역시 C라인이 정석이 아닐까 한다.
 
 
USM - Haller Storage 
서재우(콘텐츠 디렉터)
 
USM 할러 시스템 수납장을 사용하며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감흥은 ‘잘 지은 건축물’ 같다는 것이다. 수납장의 이음매 역할을 하는 ‘크로뮴도금 볼’과 뼈대 역할을 하는 ‘스틸 튜브’, 뼈대를 채우는 ‘컬러 스틸 패널’을 조합해 책장부터 장식장, 옷장, 트롤리 등 원하는 구성으로 확장·변형할 수 있다는 것이 기둥과 대들보를 이어 붙여 확장하는 건축물처럼 다가온다. 무엇보다 원목 가구로는 발현할 수 없는 스틸 소재 특유의 반짝임과 과감한 컬러 패널을 활용해 목적에 맞는 가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개인의 취향을 축적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다.
나는 5년 전 1×1 유닛 조합으로 USM 할러 시스템 수납장을 처음 구매했다. 가격은 좀 나갔지만, 내 마음에 꼭 드는 오렌지빛 주황색 수납장을 찾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 유닛은 현재 2×2 유닛이 됐고, 문짝이 생겼으며 CD 케이스 같은 별도의 수납 액세서리도 추가됐다. 그럼에도 나의 수납장은 현재진행형이다. LP를 수납할 공간이 더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USM 할러 시스템의 강점은 무궁무진한 변화에 있다.
물론 확장과 변형을 USM만의 강점으로 내세우기엔 시중에 이미 너무나 많은 모듈 시스템 가구 브랜드가 존재한다. 어째서 USM이 모듈 가구의 대명사 격 브랜드가 됐는지 이해하기 위해 역사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USM의 역사는 1885년 스위스 베른의 작은 마을 뮌징겐에 있는 금속 공장에서 시작됐다. 창립자 울리히 셰러가 세운 이 공장은 정밀 세공 기술을 바탕으로 자물쇠와 경첩을 생산하며 스틸 엔지니어링 전문 회사로 발돋움했다. 스틸을 사용하는 USM 할러 시스템 수납장의 만듦새와 내구성은 어쩌다 나온 결과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USM이 최초의 모듈 가구를 만들 게 된 건 1961년 합류한 3대손 파울 셰러의 열망 때문이다. 그는 당시 기능주의 건축가로 정평이 나 있던 프리츠 할러에게 회사의 성장과 변화에 알맞은 새로운 공장 설계를 의뢰한다. 할러는 USM의 고유한 창호 시스템 원리를 응용한 모듈 시스템을 건축에 도입해 박스형 건물을 지은 것뿐만 아니라 건물에 알맞은 가구도 선보였다. USM이 선보인 최초의 모듈 가구를 할러 시스템으로 명명한 이유다.
USM은 할러 시스템의 성공 이후 사업의 방향성을 바꾸었지만, 스틸을 가공한다는 자신들의 정통성은 단 한 번도 저버린 적이 없다. 오히려 과거의 기술력을 필요에 맞게 개선해왔다. 1965년에 만든 유닛을 2024년에 만든 유닛과 결합해 사용하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그들이 말하는 전통을 잇는 방법인 셈이다. 물론 크로뮴도금과 스틸을 구성하는 성분은 계속해서 환경과 상황에 맞게 진화했지만 그런 개선을 일일이 소비자에게 알리진 않는다. 경험을 통해 자연스레 알게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내 USM 할러 수납장은 변형이 일어나기는커녕 색도 바래지 않았고, 스틸의 광택도 변함없이 빛난다. 도어를 여닫을 때 특유의 부드러운 반동은 사용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감동을 안겨준다. (실제로 USM 엔지니어들은 도어 성능을 위해 4만 번이나 반복해 도어를 여닫는 테스트를 거친다.) 자신이 직접 고른 모듈 가구를 평생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 이 집념이야말로 USM만의 혁신이자 순기능이다.
 
 
McIntosh - C22 & MC275 
이장호(오디오 평론가)
 
제아무리 오디오에 문외한인 사람도 ‘매킨토시’라는 이름은 기억한다. 아이폰을 만들어내는 애플의 매킨토시와 동명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이코닉한 푸른 눈, 그리고 빼어난 만듦새가 빚어낸 명성 덕분이다. 매킨토시는 세심하게 선택된 각 부품들을 질서 있게 배열하고 당시로선 상상할 수 없는 강력한 출력의 앰프(소스 기기의 신호를 증폭해주는 장치)를 만들어냈으며,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의 ‘팍스 아메리카나’ 시절을 거치며 그 명성을 키웠다. 서방 세계가 우주항공 산업에서 경쟁하며 엄청난 돈을 쏟아붓던 시절, 매킨토시는 오디오에서 선진적인 기술과 물량 투입이 무엇인지 막강한 신제품으로 웅변했던 것이다.
196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매킨토시의 C22 프리앰프와 MC275 파워앰프는 그 당시 아메리칸 오디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역사는 지금까지도 강물처럼 유유히 흘러오고 있다. 약 5년 전 매킨토시는 자사 설립 70주년을 기념해 C70 프리앰프와 MC2152 파워앰프를 출시했는데, 그것들이 실은 C22과 MC275의 변형, 확장판에 다름 아니었다는 사실도 이 두 모델이 매킨토시의 유산 중 핵심에 있다는 걸 방증한다. C22 Mk V와 MC275 VI를 켜면 검은 바탕에 녹색 LED가 음악을 온통 매킨토시 사운드로 물들이는 듯하다. 프리앰프 C22 Mk V는 로터리 방식의 노브와 로커 스위치가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며, 파워앰프 MC275는 네 개의 KT88 진공관이 푸시풀로 작동해 채널당 75와트를 늠름하게 뿜어낸다. 마치 스피커는 JBL처럼 푸르른 배플에 음향 렌즈가 있어야 하고 앰프는 매킨토시처럼 우뚝 선 진공관과 늠름한 트랜스포머가 있어야만 한다는 듯 우리를 세뇌해온 그들의 완벽한 환생이다. 그러나 역사의 수레바퀴를 몇 바퀴 돈 현재의 매킨토시는 이 독보적인 디자인 안에 저왜곡, 고효율 그리고 광대역의 현대적 설계 철학을 거짓말처럼 이식해놓았다.
20대 때 서울에서 만난 고등학교 동창 방에 매킨토시가 있었다. 들으려면 그때 한껏 들어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매킨토시를 피해 다녔다. ‘가장 대표적인 오디오 브랜드’라는 이미지에 대한 어린 날의 반항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약 20여 년이 지난 요즘 매킨토시로 이런저런 스피커를 매칭해 들어보면 그땐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매킨토시의 매력이 스멀스멀 나를 지배해온다. C53과 MC611도 좋고 MA12000만 해도 차고 넘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아쉽다. C22와 MC275라는, 변치 않는 매킨토시의 원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라이카 클래식 카메라를 구입하는 것과 같다. 그것이 단순히 새로운 카메라를 들이는 일이 아니라 알프레드 아이젠슈타트와 예브게니 칼데이, 마르크 리부 등 라이카로 사진을 찍던 그 작가들의 시선과 열정을 함께 가슴에 담는 일이듯, 오디오에도 그런 영역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매킨토시가 1969년 미국에서 열린 사랑과 평화 그리고 반전의 음악 축제에 사용되었던 MC3500을 다시 되살려 출시한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더군다나 C22와 MC275에 켜켜이 쌓인 헤리티지라면? 이 제품이 갖는 깊이와 넓이는 오디오뿐만 아니라 음악의 역사적 운율에 따라 끝없이 회자될 고전이라 할 만하다.
 
 
Hilleberg - Niak 
김혜연(마이기어 매니저) 
 
최근 아웃도어 트렌드는 패션처럼 아주 빠른 속도로 다변화하고 있다. 이런 경향에 맞물려 아웃도어 애호가라 자부하는 이들조차도 좀 더 개성 있고, 남들이 쓰지 않으며, 더 가볍고 뛰어난 장비를 찾아 하이에나처럼 여기저기를 헤매게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격변기에도 흔들림 없이 ‘최고의 텐트’ 자리를 지키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The Tentmaker’ 힐레베르그다.
일단 자사에서 붙인 공식 명칭처럼 이 브랜드는 아웃도어 관련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대신 50년 동안 오직 텐트에 집중해왔다. 스웨덴의 수목한계선에 가까운 곳에 본사가 위치해 그만큼 극한의 환경을 상정하고 만들어진다는 점 역시 소위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된 비결일 것이다. 개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모델은 니악이다. 두 개의 동일한 길이의 폴이 교차되어 팩 다운(지면 고정) 없이 설치할 수 있는 자립형 더블 월 텐트인데, 덕분에 다양한 날씨와 바닥 여건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겨울철을 겨냥해 제작된 레드 라벨처럼 적설량이 많고 추운 날씨에 쓰기 적합한 모델은 아니지만 대신 가볍고, 그러면서도 튼튼함을 놓치지 않았다. 아우터 텐트 바닥이 땅에 바로 붙지 않아 환기가 잘 되고 혼자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넓은 내부 공간도 큰 매력이다. 한겨울 눈보라 치는 산중을 고려하는 게 아니라면, 즉 하나의 텐트로 다양한 경험을 하고자 한다면 우선적으로 고려할 만한 모델이라는 뜻이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 중 하나는 이너 텐트와 아우터 텐트가 연결되어 있는 힐레베르그 특유의 구조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실제 백패킹 상황에서는 이게 큰 장점이 된다. 바람에 펄럭거리는 텐트 스킨 때문에 설치할 때 애를 먹거나, 아우터 텐트의 방향을 맞추느라 진땀을 빼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아우터 텐트에 이너 텐트가 고리로 부착되어 있는 구조는 바람이 강하게 부는 환경에서도 빠르게 설치가 가능하도록 하고, 비가 오는 상황에서도 설치 과정에 이너 텐트로 비가 스며들지 않아 쾌적한 우중 백패킹을 가능하게 한다. 최근에는 여타 브랜드들에서도 이런 구조를 따라 텐트를 제작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힐레베르그의 견고함과 퀄리티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최고의 자재를 사용하며 한 명의 재봉사가 하나의 텐트를 재봉하고 완성 후 테스트 피칭, 검수까지 완료하는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보기엔 다소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런 고집이야말로 실제 소비자가 야외에서 겪을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하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아웃도어라는 취미는 다양한 갈래를 갖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자연에서 갖는 조용한 휴식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모험과 도전이다. 그 의미에 따라, 그것을 지지해줄 적절한 장비는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지인들이 텐트에 대해 문의할 때 힐레베르그 제품을 가장 먼저 떠올리곤 한다. 힐레베르그는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이 어떠한 날씨와 환경에서도 안전하고 즐거운 하룻밤을 무사히 보내고 돌아오기를 바랐다는 창업주의 마음을 담아 오늘날도 끊임없이 백패킹 텐트를 연구하고 개발하고 개선하고 있다. 힐레베르그와 숱한 밤을 보낸 나는 그들의 진심을 믿으며, 그렇기에 조금은 비싸지만, 그리고 경량 텐트에 비하면 조금은 무겁지만 내 친구들이 집을 나설 때 힐레베르그 텐트를 챙기기를 바라곤 한다.
 
 
La Marzocco - Linea Micra 
베이루트(커피 칼럼니스트)
 
높아진 홈바리스타 문화 수준에 맞춰, 최근 각종 추출 변수를 편하게 조작할 수 있는 가정용 하이엔드급 머신이 줄을 이어 출시되고 있다. 단순히 기능과 가격을 열거해놓고 비교한다면 라마르조꼬의 제품보다 (특히 가격 부분에서) 더 나은 대안이 눈에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머신을 만졌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우월한 빌드 퀄리티와 브랜드 헤리티지를 생각하면 그 옆에 놓고 비교할 제품을 찾기도 어렵다.
최초로 상업적인 에스프레소 머신 생산에 나선 라파보니와 베제라, 최초로 신문에 에스프레소 머신 상업 광고를 선보인 빅토리아 아르두이노, 크레마를 탄생시킨 가찌아, 현대 에스프레소 시대의 문을 연 페마와 라심발리까지, 에스프레소 머신 분야에서는 다양한 제조사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내세우며 정통성을 강조한다. 라마르조꼬 역시 에스프레소 100년의 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한 브랜드다. 우선, 세로로 긴 형태의 원통형이 일반적이던 당시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지금과 같이 가로 형태로 바꾼 디자인을 처음 고안해냈다. 바리스타의 안전을 도모하고 업무 효율을 높인 이 디자인은 이후 모든 상업용 에스프레소 머신에 적용됐다. 1970년 포화그룹(Gruppo Saturo)을 적용한 듀얼보일러 머신을 출시한 것도 큰 변혁으로 꼽을 수 있다. 그룹헤드의 온도를 유지하고자 보일러를 그룹헤드까지 이어 온도 평형을 이룬 것이다. 기존에는 한 개에 불과했던 보일러를 두 개로 늘린 것도 이때였다. 이후 대부분의 제조사에서 이 기술을 받아들였고,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하이엔드 머신은 포화그룹과 듀얼보일러 시스템을 사용한다.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견고한 제품을 생산하던 라마르조꼬는 하워드 슐츠의 눈에 띄어 전 세계 스타벅스에 머신을 공급하기 시작한다. 미국에도 공장을 세웠지만 이탈리아 기술자들이 손으로 제품을 직접 조립하는 공정은 고집스럽게 유지했다. 스타벅스와 결별한 이후에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가들과 협업해 새로운 세대를 열 하이엔드 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커피 애호가에게 라마르조꼬라는 브랜드는 사뭇 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라마르조꼬 머신을 사용한다는 건 곧 커피 역사의 흐름을 집으로 들이는 것과 같은 의미랄까. 특유의 깔끔한 디자인과 완성도 높은 마감으로 그 자체로 부엌을 빛내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덤이고 말이다. 리네아 미크라는 라마르조꼬의 DNA를 가정용에 맞춰 알맞게 축소한 모델로, 오래도록 이 분야의 최고봉 자리를 지켜온 리네아 미니를 계승하며 끊임없는 연구 개발로 혁신을 이뤄낸 결과다. 물론 작아진 크기만큼 성능 면에서 양보한 부분이 있지만 일반적인 가정에서 사용하기에는 전혀 손색없다. 집에서는 카페에서처럼 수십 잔의 커피를 연속으로 추출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라마르조꼬가 자사의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이런 전제에 충분한, 균형감 있는 스펙을 집요하게 추구한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몇 잔의 추출에도 균일한 온도와 압력을 유지하며, 작아진 크기에 걸맞게 예열도 빠르다. 탈착식 컨버터블 포터필터와 전용 애플리케이션 역시 즐거움을 더해주는 부분이다.
실제로 내 경우에도 출시 이후 1년간 이 머신을 사용하면서 한 번도 부족함을 느낀 적이 없다. 오히려 덕분에 이제야 비로소 집에서 내리는 에스프레소의 맛을 가족과 함께 오롯이 느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누군가 내게 단 하나, 집에서 어떤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할 것인지 물어본다면 나는 여전히 망설임 없이 라마르조꼬 리네아 미크라라고 답할 것이다.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