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의 라스베가스 스피어 공연은 한 시대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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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의 라스베가스 스피어 공연은 한 시대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U2가 또 한 번 공연 역사를 새로 썼다. 네바다 사막에 있는 23억 달러짜리 구체 형태의 공연장에서. 과연 이게 우리가 알고 있는 ‘월드 투어’의 최종장일까?

오성윤 BY 오성윤 2024.01.31
 
“정말 대단한 곳이네요.” U2의 프런트맨인 보노가 자신의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며 연극조로 말한다. 오래도록 애용해온 곤충 눈 같은 모양의 ‘플라이’ 선글라스를 쓴 채로. “이 모든 걸 한번 봐요!” 브라이언 이노가 디자인한 아트워크 ‘Turntable(acrylic, LED lights, 2021)’ 위에서 그가 외치자 그 앞에 꽉 들어찬 1만8000명의 관중(티켓 가격은 400달러 21센트부터 시작했다)이 동의의 뜻으로 함성을 지른다. 세계 최대의 LED 스크린이 웅웅거리며 빛난다. AI가 만든 엘비스 프레슬리의 이미지들이 눈을 가득 채울 때, 어지러움을 일으키는 2진법 숫자들의 물결이 마치 무대가 추락하는 듯한 착시를 만들어낼 때, 과연 그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2023년 9월 29일 금요일, 밴드 U2는 4년 만의 첫 공연을 시작했다. 이 밴드의 새 공연에는 많은 것이 필요했고, 그 모든 걸 넣을 수 있는 넓은 공간도 필요했다. 낙점된 도시는 라스베이거스. U2는 지구의 엔터테인먼트 수도를 자처하는 이 도시에서 11주 동안 25번의 공연을 했다. 공연장은 스트립에서 무려 157m의 폭을 차지하고 위로는 102m까지 치솟은, 16만㎥의 공간이었다. 라스베이거스의 드넓은 도박 리조트 중 하나인 베네시안과 카펫 깔린 실내 통로로 연결된 번쩍번쩍 빛나는 23억 달러짜리 새 공연장, 스피어 말이다.
〈U2: UV Achtung Baby Live at Sphere〉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볼 수 있는, 카지노에서 섭외한 그 어떤 전통적 쇼 비즈니스와도 달랐다. 테이블마다 비싼 술이 놓이고, 그 앞에 앉은 사람들이 보석 장신구를 달그락거리는 동안 무대 위에서 아델이 최면성 노래를 연달아 부르는 그런 공연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재즈 & 피아노’라는 타이틀에 정확히 부합하는, ‘랫 팩(프랭크 시나트라, 딘 마틴 등을 묶어 부르는 애칭)’의 옛 노래를 열창하는 레이디 가가의 공연과도 달랐다. 중년 관객들이 입과 몸에 대한 자제력을 잃는 배리 매닐로 같은 가수들의 공연을 생각해서도 안 될 말이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1969년부터 1976년까지 웨스트게이트에서 636번 공연했는데, U2가 도착하기 일주일 전에 배리 매닐로가 637번째 웨스트게이트 공연을 하며 ‘더 킹’의 기록을 깼다. 그렇다 해도 U2 공연의 이야기는 좀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U2의 새 공연은 3부에 걸쳐 22곡을 들려주며, 1991년에 발표한 일곱 번째 앨범 〈Achtung Baby〉를 기념했다. 당시로서는 혁명적이었던 콘서트인 〈Zoo TV〉 투어의 영상도 곁들였다. “U2가 〈Zoo TV〉와 그다음 투어인 〈Pop Mart〉로 열어젖힌 문에 콘서트 투어 산업 전체가 따라 들어왔죠.” 오래도록 U2의 쇼 디렉터를 맡아온 윌리 윌리엄스가 말했다. “이제는 모든 공연이 〈Zoo TV〉와 〈Pop Mart〉를 섞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어요.” 투어 베테랑인 그는 2023년이 비욘세의 〈Renaissance〉와 테일러 스위프트의 〈The Eras Tour Mega-shows〉의 해이기도 하다는 것을 누구 못지않게 잘 알고 있었다. 이번 공연과 이름도 비슷한 콜드플레이의 〈Music of the Spheres〉의 영원히 끝나지 않는 듯한 스타디움 투어는 말할 것도 없다. “괜찮아요. 그런 것들은 오히려 우리를 으쓱하게 하는 멋진 일이죠.”
이번 공연의 세트리스트에는 〈Achtung Baby〉 앨범의 단골 곡들(‘The Fly’ ‘One’ ‘Even Better than the Real Thing’)이 들어가 있었다. 중반의 ‘앰비언트’ 파트에는 2023년에 나온 베스트 앨범 〈Songs of Surrender〉에 실린 곡들을 단순한 편곡으로 연주했다. 그리고 피날레로는 U2를 대표하는 앤섬들(‘Elevation’ ‘Vertigo’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 ‘With or Without You’)이 이어졌다. 장소는 앞서 말했듯 막 개장한 구체 형태의 콘서트 홀이었다.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공연에는 비주얼 아티스트들과 콘셉추얼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브라이언 이노, 에스 데블린, 제니 홀저, 존 제라드, 마르코 브람빌라, 인더스트리얼 라이트 & 매직까지. 혁신적 기술이 유례없는 스케일로 도입되었다. 16만 개의 스피커, 약 15만㎡에 달하는 세계 최고 해상도 16,000×16,000의 둥근 LED 디스플레이 속에. 그 기술이 품은 것은 과잉, 소비지상주의, 아메리칸 드림, 종 소멸 등에 대한 메시지였다. 벽을 녹이는 듯한 효과로, 관객들이 도시 위를 떠다니거나 사막에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할 수 있는 공연장이 이 모든 것을 극대화했다. 철학적으로 접근하자면, 이 공연을 만들어낸 것은 ‘이제까지 없었던 몰입형 공연 경험을 만들자’는 미션이었다고 할 수 있다.
스피어는 바깥에서 보면 더욱 장대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구체 구조물이라는 추정도 있다. 약 5만4000㎡에 달하는 외벽의 LED 디스플레이에는 눈동자, 이모티콘, 움직이는 해파리 등의 이미지가 쉴 새 없이 떠오른다. 계속 영상을 바꿔가며 네바다 상공에 윙크를 날린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이 중 상당수는 광고다. 마치 U2와 제임스 돌런이 자기 가슴을 쿵쿵 두드리며 ‘어이 콜드플레이, 우리가 하는 걸 좀 보고 좌절하라고!’ 하며 소리치는 듯했다. 스피어를 구상한 제임스 돌런은 매디슨 스퀘어 가든과 여러 스포츠 프랜차이즈를 소유한 억만장자다.
새로운 퍼포먼스 패러다임과 23억 달러짜리 구형 공연장을 동원한 엄청난 규모의 멀티미디어 콘서트를 펼치려면 두둑한 배짱이 필요하다. 다행히 U2에게는 배짱이 부족한 적이 없었다. 엄청나게 성공적이었으나 또한 엄청나게 장황했던, 로큰롤의 규범과도 같은 앨범 〈The Joshua Tree〉를 스스로 찢어버리고 강렬한 폭풍 같은 앨범 〈Achtung Baby〉를 들고 돌아왔을 때도(정말 대단했다), 5억 명의 아이튠스 라이브러리에 스파이웨어를 보냈을 때도(이 부분은… 말을 아끼겠다).
그렇지만 〈U2: UV〉의 스케일은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 B-스테이지에서 요가를 하는 류의 공연보다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더 가까웠다. “그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한 무대 중에 관객과의 거리가 가장 가까울 거예요.” 무대와 세트 디자인을 맡은 런던 스투피시의 릭 립슨이 말했다. 아찔하고 원형극장 같은 스피어의 구조에 대한 그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캣워크도 없고, 밴드가 갈 수 있는 다른 곳도 없어요.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거예요. 그게 밴드에게 새 언어를 줄 테니까요. 스타디움에 있는 느낌을 주지만, 크기는 클럽같이 느껴지죠.” ‘엔터테인먼트 건축가’를 자처하는 회사의 경험 많은 파트너인 릭 립슨은 이게 어떤 의미인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공연장계의 게임 체인저였던 이스트 런던의 ABBA 보이지 아레나를 만드는 작업에도 참여한 바 있다.
스피어의 오프닝 시즌이라고 할 수 있는 지난해 말, 이 공간을 차지한 또 하나의 대작은 사방을 완전히 아우르는 스크린을 활용한 대런 애러노프스키(〈레슬러〉 〈웨일〉로 유명하다) 감독의 영화였다. 대런 애러노프스키는 〈지구에서 온 엽서 Postcard from Earth〉가 “우리 후손들이 우리가 공유하는 집에 대해 숙고하도록 하는, 우리의 미래로 깊이 들어가는 SF 여행”이라고 설명했다. 이 영화의 촬영 과정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기술이 새로웠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학습 과정이었어요. 16만 개 이상의 스피커를 활용하는 0.5페타바이트(쉬운 단위로 환산하면, 50만 기가바이트다) 규모의 영화를 만든다는 건 정말 믿기 힘들 정도의 일이었죠.” 스피어는 관객들이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게 한다.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영화 속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햅틱 기능이 의자를 진동시키거나 움직인다.
“이 모든 걸 한번 봐요!” 브라이언 이노의 아트워크 ‘Turntable’을 본뜬 무대 위에서 보노가 소리쳤다. 브라이언 이노는 익히 알려지다시피 음악가, 예술가 그리고 U2의 베테랑 협업자다.

“이 모든 걸 한번 봐요!” 브라이언 이노의 아트워크 ‘Turntable’을 본뜬 무대 위에서 보노가 소리쳤다. 브라이언 이노는 익히 알려지다시피 음악가, 예술가 그리고 U2의 베테랑 협업자다.

이 새 공연장은 인간의 모든 감각을 아우를 수 있도록 공격적으로 디자인된 곳이다. 돌런은 거물이지만, 그에 대한 호불호는 명확히 갈린다. 그리고 이곳은 과연 그가 만들 만한 곳이다. 보노는 스피어의 무대 위에서 그를 “미친 개자식(one mad bastard)”이라고 호감을 담아, 하지만 다소 과격하게 불렀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돌런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비판했다가 매디슨 스퀘어 가든 입장 금지를 당한 스포츠 팬들이라면 분명 그의 말에 동의했을 것이다. 그러나 U2마저도 어느 정도는 선을 그어야 했다. “스피어에서는 향 같은 걸 건물 안에 뿜어 넣을 수도 있어요.” 1982~1983년 세 번째 앨범 〈War〉 투어 때부터 U2의 모든 공연을 감독한 윌리 윌리엄스의 말이다. “물론 제가 한 무리의 아일랜드 남자들에게 그런 제안을 하지는 않겠지만 말이죠.”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떻게, 왜, 정말로 〈U2:UV Achtung Baby at Sphere〉는 우리가 알고 있던 월드 투어의 종말을 의미하는가? “솔직히 말하면, 로큰롤이 등장한 지 50~60년이 지난 지금, 남자 네 명이 악기를 연주하는 건 예전만큼 짜릿하지 않다는 걸 우리도 알아요. 다들 알다시피 우리가 제공하는 건 음악이었죠. 그리고 우리는 음악을 더 거대하게, 또는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주는 이미지에 관심이 있었어요.” U2의 베이시스트 애덤 클래이튼의 말이다.
록 공연에서 무엇이 가능할지를 재해석하겠다는 각오로 U2가 라스베이거스에 온 건 프랭크 시나트라가 라스베이거스의 샌즈 호텔 앤 카지노에서 라이브 앨범 〈Sinatra at Sands〉를 녹음한 1966년으로부터 60여 년이 흐른 뒤였다. 심지어 캘빈 해리스가 5년 동안 하카산 그룹에서 블록버스터 공연을 맡았던 때부터 따져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라는 장르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당시, 캘빈 해리스는 하카산 그룹에서 디제잉하는 대가로 2억 파운드를 받았다. 키 큰 스코틀랜드 남자가 한 자리에 서서 음반을 트는 것에 불과했는데도 말이다.
그렇지만 관록 있는 뮤지션 보노조차 처음에는 이 공연에 압도당한 듯했다. “괜찮으세요?” 스타디움 스케일 영상에 익숙한 쇼맨이지만, 그는 130분 길이의 공연 초반에 관객들에게 물었다. “우리가 어디에 있죠? 우리가 누구죠?” 록 스타로서의 연기인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U2 멤버들은 물론 녹록지 않은 투어 경험을 자랑하지만, 윌리엄스는 리허설 때 밴드를 도와줘야 했다고 한다(어쩌면 공연 기간 동안 U2의 드러머 래리 멀런이 불참해서 더 그랬을 수도 있다. 멀런은 수술을 받았는데, 어떤 수술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들은 새로운 공간 감각을 익혀야 했어요. 저는 밴드에게 계속 “위를 봐!”라고 말했죠. 원형극장이라 관중들 중 상당수가 높은 곳에 있었으니까요. 기존 공연장보다 훨씬, 훨씬 더 가까이 밀집된 공간 안에서 말이죠.” 클레이튼 역시 아직 스피어에 적응 중이라고 했다. 무대 위 뮤지션들에게 이런 공연에 따라오는 리스크가 무엇인지 묻자 그는 “하하, 우리가 굴러떨어질 수도 있다는 거?”라고 답했다.
클레이턴에 따르면 두 가지 사건을 빌미로 〈U2: UV〉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첫째, 2021년에 〈Achtung Baby〉가 30주년을 맞았다. “코비드 기간이라, 우리는 ‘윽, 우리가 이 음반을 기념해야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래야 한다면 〈The Joshua Tree〉 때 한 것과 같은 걸 해야 하나?’” U2는 2017년과 2019년 투어에서 오랫동안 협업해온 안톤 코르빈이 만든 새 영상을 중심으로 1987년 앨범 〈The Joshua Tree〉를 기념했다. 이 앨범 발매 당시의 투어에는 딱히 화려한 프로덕션이 없었으므로, 클레이턴은 “우리는 사람들이 이 앨범을 바라보는 방식을 완전히 재정의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chtung Baby〉는, 우리는 어떻게 〈Zoo TV〉 공연의 콘셉트를 업데이트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죠. 〈Zoo TV〉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이 이미 다 일어났으니까요. 가짜 뉴스, 미디어 과잉, MTV 세대, 거리에 떨어지는 미사일을 추적할 수 있는 카메라 시스템을 갖춘 방송사에서 중계하는 전쟁…. 당시엔 이라크-쿠웨이트 전쟁이 그랬죠. 그래서 우리는 〈Achtung Baby〉 기념 행사를 투어에 갖고 나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마침내.” 애덤 클레이튼이 말했다. “누군가가 ‘음악이 좋게 들리는 건물을 만들자. 스포츠 아레나 같은 곳 말고, 음악을 위해 설계된 공연장을 만들자’고 말한 거죠.”

“마침내.” 애덤 클레이튼이 말했다. “누군가가 ‘음악이 좋게 들리는 건물을 만들자. 스포츠 아레나 같은 곳 말고, 음악을 위해 설계된 공연장을 만들자’고 말한 거죠.”

U2는 마침 그 무렵 ‘스피어라는 걸 만들고 있다더라’는 말을 들었다. 보노는 〈Achtung Baby〉가 ‘남자 네 명이 〈The Joshua Tree〉를 도끼로 찍어 쓰러뜨리는 소리’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이곳에서라면 지난번 투어를 도끼로 찍어 쓰러뜨리는 듯한 콘서트 경험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보노는 〈U2: UV〉의 커피 테이블 투어 프로그램에서 “그 발언은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한, 큰소리 잘 치는 가수가 할 법한 말이라서 던진 말”이었다고 인정했지만, 스피어에서의 공연에 대해서는 고려해볼 만한 아이디어라고 동의했다. 클레이턴은 이렇게 설명했다. “여기가 흥미로웠던 점은, 엔터테인먼트가 생기고 콘서트 수익이 발생한 지 50년이 지났는데 이제야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는 거예요. ‘음악이 좋게 들리는 건물을 만들자. 스포츠 아레나 같은 곳 말고, 음악을 위해 설계된 공연장을 만들자.’”
U2 측의 모두가 즉시 찬성한 건 아니었다. 18개월 전만 해도 윌리 윌리엄스는 한참 지연되고 예산을 초과한, 아직 미완성이고 입증되지 않은 새 콘셉트의 라스베이거스 공연장에서 U2가 공연하면 어떻겠느냐는 말을 듣고 이렇게 생각했다. ‘공연 장소가 정말 좋지 않군.’ “저는 이곳을 좋아한 적이 없어요.” 심지어 그는 공연 나흘 전의 라스베이거스 호텔방에서도 투덜거렸다. “저는 여기가 너무 어두운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엔 점점 더 시니컬해지는 부분도 있죠.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공연을 찾아오는 것 같아요. 라스베이거스가 저렴했을 땐 얘기가 달랐죠. 하지만 지금 라스베이거스는 정말 비싸거든요.”
게다가 이 아이디어의 시작점은 작품이 아닌 캔버스였다. U2 공연으로서는 드문 경우다. 윌리엄스는 “이런 건 보통 절대 성공 못 한다”고 했다. 달리 표현하면, “시작할 때 주어진 것은 하드웨어뿐이었어요.” 즉 아직 공사 중인 공연장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저는 완강히 반대했어요. 좋은 아이디어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스케일도 완전히 잘못된 것 같았죠. 〈Innocence and Experience〉 때와는 전혀 달랐어요.” U2의 2015년 투어 〈Innocence and Experience〉에서는 스테이지와 평행한 스크린들이 아레나 플로어를 가로질러 배치되었다. “그때는 인간들, 공연자들이 비디오 이미지 사이즈와 잘 맞아 들어갔어요. 하지만 이건 완전히 미친 짓 같았죠.” 그의 표정이 이내 밝아졌다. “하지만 그건 기회가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정말 즐겁고 빛이 가득한 걸 보여준다면, 사람들은 그야말로 열광할 테니까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활동하는 캐나다 국적의 비디오 아티스트 마르코 브람빌라는 그 ‘빛’을 담당한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U2가 ‘Even Better than the Real Thing’을 연주할 때, 그가 제작한 사이키델릭한 만화경 같은 엘비스 프레슬리 영상이 재생된다. 영상 ‘킹 사이즈’는 AI로 만든 그의 인생 전반에 걸친 이미지, 그가 출연한 영화 33편 전부, 라스베이거스 이곳저곳의 이미지들로 구성된 거대한 디지털 엘비스 프레슬리 벽화다. 브람빌라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간단히 설명했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라스)베이거스 둘 다 아메리칸 드림의 서사시 같은 궤적의 메타포잖아요.”
2023년 봄에 영상 제작 의뢰를 받았을 때, 브람빌라는 밴드가 이렇게 주문했다고 회상했다. “이 곡은 우리에겐 맥시멀리즘과 스펙터클을 의미한다. 영상이 초현실적이고 밀도가 높으며, 스피어의 사이즈를 최대한 활용하길 바란다.” 결과물은 강렬하다. 보는 이를 깜짝 놀라게 하고, 감각을 뒤죽박죽 헤집어버리는 놀라운 작품이다. 스피어 꼭대기에서 무수한 엘비스 프레슬리가 물결이 되어 쏟아져 내린다. ‘Even Better than the Real Thing’이 공연의 세 번째 곡인 만큼, 이 곡과 영상의 결합은 초반부터 공연 콘셉트를 확실하고 멋지게 보여준다.
하지만 〈U2: UV〉의 놀라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1부 후반의 ‘Who’s Gonna Ride Your Wild Horses’에서는 밴드 멤버들이 하늘 위의 신들처럼 스크린에 등장했다. 잭슨스의 ‘Can You Feel It’ 뮤직비디오의 16,000×16,000 해상도 버전과 영화 〈아르고 황금 대탐험〉을 합친 듯한 느낌이다. ‘Until the End of the World’의 영상은 디지털 깃발을 만드는 아일랜드 아티스트 존 제라드가 맡았는데, 대체로 본인의 기존 작업을 재구성했다. 영상 ‘Flare’에서는 마치 사막의 유정에서 나오는 것처럼 불타는 기름의 연기 기둥이 피어오른다. 새로 작업한 영상도 있다.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의 배경이 된 영상 ‘Surrender’에서는 수증기 구름이 거대한 흰 깃발이 되어 펄럭인다. 클레이턴에 따르면 제라드의 두 작품은 신랄한 의미를 담고 있다. ‘Flare’는 “U2와 사막, 〈The Joshua Tree〉의 관계를 의미하지만, 또한 기후 책무에서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의미하기도 해요. 그리고 ‘Surrender’의 배경은 바다죠. 바다는 기후변화로 그 어느 때보다 수온이 높아요. 이런 작은 레퍼런스들이 들어 있는 거예요. 솔직히 말해, 시적인 장치죠. 하지만 굉장히 감정적이에요.”
저명한 영국 스테이지 디자이너 에스 데블린의 작품도 기후를 의식하고 있다. U2: UV의 클라이맥스를 위해 데블린은 ‘Nevada Arc’를 만들었다. 2022년에 테이트 모던에 전시했던 ‘Come Home Again’의 새로운 버전으로, 그 작품은 멸종위기에 처한 런던의 동식물 243종을 그린 그림이었다. 보노가 그 전시를 보고 에스 데블린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물었다. “네바다의 멸종위기종으로도 하면 어때요?” 그렇게 스피어 전체가 멸종위기 동식물들의 돌 조각 이미지로 가득 차게 되었다. 초승달 사구 세리칸 딱정벌레, 애시 스프링스 리플 딱정벌레, 데블스 홀 송사리, 샌드 마운틴 푸른 나비와 다른 22종의 멸종위기종 모두 돌이 아닌 픽셀로 정성 들여 조각해 만들었다. “마치 알람브라 안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 건물 밖으로 나오면, 실제 그 생물들이 밖에 있는 거죠.”
과장이 아니었다. 돔의 둥근 천장을 뒤덮은, 위기에 처한 동물의 집은 놀라움에 숨을 멈추게 하는 〈U2: UV〉의 피날레였다. 마지막 곡은 적절하게도 ‘Beautiful Day’였다. 음악이 잦아드는 동안 데블린의 작품은 기념과 성찰의 강렬한 순간을 선사한다.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이 공연은 진짜보다도 더 좋다(Even better than the real thing).
라스베이거스는 계속 맥시멀리즘 엔터테인먼트에 힘을 쏟고 있다. 11월에는 포뮬러 1 그랑프리 서킷이 열렸다. 트랙은 스피어의 주차장을 포함했다. U2는 이번 공연에서 펑크적인 신곡 ‘Atomic City’를 공개했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핵실험을 했던 시절 라스베이거스의 별명에서 딴 제목이다. U2는 크리스마스 전주까지 계속 스피어에서 공연했고, 같은 시기 오픈한 퐁텐블로의 4645㎡짜리 리브 나이트클럽에 바통을 넘겼다. 퐁텐블로는 수직으로 통합된 67층 규모의 리조트다. 객실 3644개, 레스토랑과 바 36곳, 천장 높이가 13m인 카지노가 있다. 스피어보다 구상과 완공에 걸린 시간이 더 길고(첫 삽을 뜬 건 2007년이었다), 들어간 비용도 스피어 이상이다(37억 달러).
한편 라스베이거스 퍼포먼스의 전통적인 형태인 카지노 레지던시(카지노에서 운영하는 정기공연)는 계속해서 손이 큰 사람들과 예산이 빠듯한 뮤지션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어셔는 2023년 4월부터 12월 초까지 파크 MGM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이어갔다. 시저스 팰리스의 콜로세움 시어터에서 열리는 아델의 〈Weekends with Adele〉은 2022년 11월에 시작되었고, 2023년 11월에 끝날 예정이었으나 올해 6월까지로 연장되었다. 카일리 미노그는 2023년 11월 초에 베니션(Venetian)의 새 공연장 볼테르에서 레지던시 공연을 시작했다. 아담한 1000석 규모인 이곳은 “고급스러운 나이트라이프의 리바이벌”을 이끌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U2가 공연을 벌였던 13주 동안, 이 도시는 U2의 것이었다. 오프닝 나이트에서 내가 경험한 것과 지금껏 나온 리뷰들을 볼 때, 이 쇼는 일반 팬이든 전문가든 모두의 높디높은 목표를 충족했다. 〈ABBA Voyage〉처럼, 그건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공연 경험이었다. 누군가 이런 걸 만들어놓으면 사람들은 올 것이다. 그리고 라이브 음악 산업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털북숭이 남자들 몇 명이 무대 위에 서서 로큰롤을 연주하는 시절은 아마도 끝이 올 거예요. 우리는 젊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지배하는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이미지거든요.” 클레이턴의 설명이 맞다면 말이다.
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소유한 억만장자 제임스 돌런이 만든 스피어의 첫 쇼에는 U2 외에 다른 록의 전설도 등장했다.

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소유한 억만장자 제임스 돌런이 만든 스피어의 첫 쇼에는 U2 외에 다른 록의 전설도 등장했다.

데블린도 변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거대한 프로덕션을 이 나라 저 나라 끌고 다닐 때 발생하는 탄소발자국 때문만은 아니다. 비욘세의 〈Renaissance〉 투어 크레딧을 보면 트럭 기사만 80명이다. 그들의 장비가 북극을 녹이고 있다. “오페라나 연극이 매체로서 얼마나 오랫동안 진화해왔는지를 생각해보면, 이 분야는 예술 형태로서는 아직 젊은 축이에요. 첫 대규모 팝 콘서트를 생각해봐요. 비틀스의 시 스타디움(Shea Stadium) 공연이 대실패한 사례를 들 수 있죠. 비틀스의 음악은 거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고, 관객의 규모에 완전히 압도당해 버렸어요. 그게 겨우 60년 전의 일이죠.” 보노도 무대 위에서 같은 비교를 한다. “저는 스피어가 존재하게 된 건 비틀스가 1965년에 시 스타디움에서 시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무도 밴드 소리를 못 들었고, 밴드도 자기 소리를 못 들었죠.”
〈U2: UV Achtung Baby Live at Sphere〉는 밴드가 한 곳에 몇 달 동안 머무르며, 퍼포먼스의 어떤 부분도 운이나 우연에 맡기지 않는 공연이다. 그렇다면 이런 공연의 출현이 전통적인 형식의 월드 투어의 종언을 의미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U2 외의 다른 사람이 이 건물 안에서 공연하는 게 가능할지 상상이 잘 되지 않거든요.” 윌리 윌리엄스의 말이다. 그러나 ‘미친 개자식’ 짐 돌런은 이미 두 뮤지션의 공연이 예약되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아마도 ‘거물급’인 듯하다). “U2가 콘셉트 작업을 하는 데에 18개월이 걸렸고, 이 건물에서 쓴 시간은 두 달이었죠. 심지어 아직 건물을 짓고 있는 중이에요. 하지만 이 공간을 위해 뭔가를 만들어내는 건 굉장한 맞춤형 제작이에요. 이곳에 들어가는 창조적, 지적, 재정적 노력… 다른 누군가가 여기서 공연을 하는 게 가능할지, 저는 상상하기가 힘들어요.”
데블린도 투어링은 끈질기게 살아남을 거라는 의견에 동의하지만, 그 이유는 다르다. 우선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라스베이거스까지 온다는 건 대다수 음악 팬의 주머니 사정으로는 무리다. 또 아티스트 본인들도 세상을 돌아다니고 싶어 한다. 더 위켄드의 ‘ After Hours Til Dawn’ 스타디움 공연 작업에 참여한 바 있는 에블린은 거기서 본 더 위켄드의 모습을 예로 들었다. “그는 관중들 중 특정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서 그 에너지에 반응하고, 스타디움 반대쪽으로 가서 한 집단의 사람들이 가진 에너지를 다른 쪽으로 전달하는 걸 봤어요. 그런 건 아마도 계속될 거예요.”
마찬가지로, 윌리엄스가 투어링의 ‘운동에너지’라고 부르는 것 역시 아티스트들에게 아주 중요하다. 애덤 클레이턴에게 물어봤다. 모든 걸 정확하게 맞춰야 하는 U2의 새 공연이 어떤 종류의 모멘텀이나 느슨함을 허용하는가? 둥근 동굴 같은 이 공연장에서도 U2가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 (그 어떤 의미로든) 공간이 있나? “그러길 바랍니다.” 클레이턴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면 난 집에 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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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CRAIG MCLEAN
    PHOTOGRAPHER RICH FURY
    ILLUSTRATION ES DEVLIN
    TRANSLATOR 이원열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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