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철안의 곡선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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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철안의 곡선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현대적인 미감을 표현하고 싶어요." 곽철안이 굽이치는 곡선의 조형으로 이뤄낸 것들.

이경진 BY 이경진 2023.05.21
 
힘차게 굽이치는 곡선의 입체 조형을 선보여 왔습니다. 어떻게 시작한 작업인가요
학생 때부터 곡선이 지닌 덩어리감에 관심이 많았어요. 전공이었던 목조형가구학은 기술적으로 덩어리진 재료(나무)를 깎는 방식으로 조형합니다. 그러다 졸업 이후 네덜란드에서 공부하는 동안 나무를 돌 다루듯 일부러 조각을 내 덩어리로 뭉치고, 이를 다시 깎아나가는 방식이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폭력적이라 느꼈습니다. 작가 혹은 디자이너의 심상이 폭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시작되면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큐보이드 스트로크 더블 오(Cuboid Stroke_Double O)’ (2021).

‘큐보이드 스트로크 더블 오(Cuboid Stroke_Double O)’ (2021).

곽철안을 상징하는 검은색 합판 작품은 합판을 종이접기하듯 정교하게 이어 붙여 이뤄낸 역동성이 대단합니다. 서예의 필체도 영감이 됐다죠. 그러고 보니 초서의 자유분방함을 닮은 것 같습니다
곡선으로 현대적 미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해 왔어요. 지금은 기하학적이고 산업적 관점으로 형태를 만드는 시대죠. 미학적 구성을 쉽게 해낼 수 있지만, 이렇게 탄생한 형태는 정체성을 상쇄시킨다고 생각해요.
 
이후 ‘큐보이드’ ‘자피노’ ‘슬러기쉬’ 시리즈 등 근작에 이르면 재료와 기법, 컬러가 다양해집니다. 3D 프린트 기법도 사용했죠. 해방감을 느꼈나요
바닥에 두는 오브제에서 벽 작업으로 넘어가면서 회화성을 지닌, 미술적 방식을 취하게 됐는데 사실 한계를 더 많이 느꼈어요. 제작 과정에 손맛이나 회화성을 담아내야 하니까요. 내년 초에 개인전을 계획하고 있어요. 지금 작업과는 또 다른 시리즈를 볼 수 있을 겁니다.
 
미묘한 조형미를 자랑하는 ‘자피노(Zapfino)’ 시리즈.

미묘한 조형미를 자랑하는 ‘자피노(Zapfino)’ 시리즈.

곽철안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전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현대적 미감으로 표현하는 것. 입체의 곡선으로 흐르듯 만들지만 꺾인 부분의 단면이 납작하게 비틀어진 형태를 지양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굵기를 유지하는 이유가 있어요.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을 잃지 않기 위해서죠. 동양적이면서도 현대적이고, 간결하지만 세련된 작업을 하고 싶어요.
 
굽이치는 곡선 조형의 맨 얼굴. 밀란 기반의 디자인 플랫폼 알코바의 전시를 통해 선보인 장면이다.

굽이치는 곡선 조형의 맨 얼굴. 밀란 기반의 디자인 플랫폼 알코바의 전시를 통해 선보인 장면이다.

공예와 디자인 사이 어디쯤의 전공에서 출발했다고 소개한 작가 노트를 본 적 있어요. 둘 사이 어디쯤에서 고민해 온 건 뭘까요
미술시장에서 내 포지셔닝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예술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예전에는 구분이 정확하지 않았기에 경계를 고민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 내버려두는 일은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러다 박서보 선생님의 인터뷰에서 답을 구했습니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매일 그림을 그리며 수행한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의 부산물로서 미술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죠. 저도 제가 있는 자리에서 미술을 어떻게 수행해야 할지 고민해요. 미술이란 자기가 만들어낸 세계관에서 이뤄지는 일이잖아요. 미술 활동도 공예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공예적 수행 말이죠.
 
미묘한 조형미를 자랑하는 ‘자피노(Zapfino)’ 시리즈.

미묘한 조형미를 자랑하는 ‘자피노(Zapfino)’ 시리즈.

미술제부터 국제적 디자인 매거진, 백화점에 이르기까지 곽철안의 작품을 만나는 장소적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습니다. 당신의 오브제가 공간과 어떤 관계를 맺길 바라나요
첫인상에서 어떤 느낌을 줄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쾌감이 느껴지는가, 그런 게 중요해요. 작업할 땐 종종 눈을 쉬었다가 다시 보죠. 효율적이고 합리적 감성으로 이뤄진 현대 공간에서 제 작품과 마주했을 때 그런 쾌감을 주고 싶어요.
 
자신의 작품을 두고 싶은 궁극의 공간이 있다면
부모님 집이요. 부모님 집에는 아직 제 작품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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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경진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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