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과 안재홍의 로드무비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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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과 안재홍의 로드무비

류승룡과 안재홍이 그리 애타게 찾아 헤맨 건 무엇이었을까? <닭강정>의 그녀 혹은 또 다른 웃음과 행복.

전혜진 BY 전혜진 2024.03.25

류승룡 “가족과 사랑은 삶의 엔진이자 연료예요.”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으로 돌아왔습니다. 극중 딸 민아(김유정)가 닭강정으로 변해버린 설정이 어떻게 느껴졌나요
어이없고 황당했죠. 하지만 한 줄 로그라인을 읽자마자 참신하고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황당한 이야기를 좋아하거든요. 파격적인 이야기지만 현실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고, 웹툰 원작을 쭉 읽었어요. 참고하려고 봤는데 금세 읽혔고, 욕심과 도전의식이 생기더라고요.
 
 
 류승룡이 입은 코트는 Lemeteque. 타이는 Polo Ralph Lauren. 안경은 Prada by EssilorLuxottica. 안재홍이 입은 코트와 니트, 팬츠, 슈즈는 모두 Ferragamo.

류승룡이 입은 코트는 Lemeteque. 타이는 Polo Ralph Lauren. 안경은 Prada by EssilorLuxottica. 안재홍이 입은 코트와 니트, 팬츠, 슈즈는 모두 Ferragamo.

웹툰 원작을 보셨군요
당연히 봤죠. 저는 원작을 모방하기보다 전체 흐름을 이해하는 참고 자료로 생각해요. 〈7년의 밤〉 〈무빙〉도 모두 참고했어요. 이후 작가와 감독님과 대화로 조율하며 재창조하죠.
 
딸을 찾아 나서는 여정에 그녀를 짝사랑하는 남자 고백중(안재홍)과 함께합니다. 그 기분도 새로웠겠습니다
딸을 찾으면서 그도 면밀히 관찰했죠. ‘이놈’이 진심인지, 성실함과 능력을 갖췄는지. 우리 아이가 이 남자를 좋아한다면 어떤 점 때문인지 살펴보고요. 그 과정에서 든든한 마음이 생길 수도 있고, 오히려 그 친구를 신뢰하게 될 수도 있겠죠. 어쩌면 ‘딸 민아를 되찾는다’는 같은 목적을 가졌기 때문에 동료로서 응원할 수도 있겠네요.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이 닭강정으로 변한 상황을 상상해 봤나요
답답해서 혼자 고군분투할 것 같아요. 〈닭강정〉 티저 영상에서도 매스를 들고 닭강정을 잘라내는 장면이 있는데, 세상 사람들은 내 딸이 닭강정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불신하고 국립과학수사대조차 믿어주지 않으니까 아빠인 내가 직접 나서거든요. 실제로도 혼자서 마음 졸이고,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지 않을까요?
 
두 사람의 호흡이 중요한 작품입니다. 안재홍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특별한 소통 없이 모든 게 원활했어요. 안재홍이라는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죠. 우리 사이에는 훌륭한 컨트롤러인 이병헌 감독이 있기에 그저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7번방의 선물〉 〈극한직업〉 같은 작품은 동선 때문에 많은 연습이 필요했죠. 〈닭강정〉은 안재홍 배우와 단둘이 진행하는 코미디 연기가 주를 이뤘고, 이미 상황과 대사가 많이 주어졌기 때문에 연습을 많이 하면 할수록 재미가 휘발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어요. 그때그때 감정에 충실하며 날것으로 툭툭 던지듯 연기하려고 했어요. 그 점이 중요하기도 했고.
 
 
코트는 Ferragamo.

코트는 Ferragamo.

 〈극한직업〉 이후 이병헌 감독과 다시 만났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둘의 호흡은 어땠나요
서로 눈빛만 봐도 어떤 마음인지 알기 때문에 현장에서 거의 대화를 안 했던 것 같아요. “오케이, 조금만 낮춰주세요” 이 정도? 이병헌 감독은 주어진 상황에서 배우가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톡톡 건드려주는 기발한 사람이에요. 그 기발함이 맞닿은 지점에서 진심이 나온다는 것 또한 서로 애정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스물〉 〈바람 바람 바람〉 〈극한직업〉 〈드림〉처럼 소시민의 애환을 동화 같은 이야기에 녹여내는 감독이죠. 그래서 사랑이나 가족에 대한 진심이 존재하는 황당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요.
 
류승룡 배우도 〈극한직업〉과 〈닭강정〉처럼 사랑과 가족에 대한 진심이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만
상상력이나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소재를 차용한 이야기라도 진심이 빠지면 공감 부재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누군가의 딸이고 아들이며, 가족이 있고 사랑을 갈망하며 살아가죠. 가족과 사랑은 삶의 엔진이자 연료예요. 이 연료가 녹아 있는 작품을 좋아해요. 보는 이가 공감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더욱 매력적이죠.
 
배우가 아닌, 관객으로서의 영화 취향도 궁금하네요
다큐멘터리영화를 좋아해요. 진실이 주는 힘은 강해요. 자연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데 최근 넷플릭스 〈지구 위의 생명〉을 감명 깊게 봤어요. 〈위 아 더 월드〉를 보며 엉엉 울었죠. 40년 전에 팝의 역사를 영상으로 기록했다는 사실이 대단하고, 본받아야 할 것 같아요. 감동적인 작품이라 추천합니다.
 
〈닭강정〉 촬영 이후 닭강정을 먹을 땐 무슨 생각을 하나요 
오늘도 먹었는데요. 저는 닭을 굉장히 애정합니다. 우리나라 국민과 가장 맞닿아 있는 음식이잖아요. 저는 닭 같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부담 없이 친근한 배우 말이죠.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도 닭 인형이죠
얼마 전에 가족 여행 갔을 때 귀여운 닭 인형이 있기에 찍었더니 아들이 “아빠, 그건 뭐 하러 찍어?”라며 묻더라고요.
 
아들은 배우인 아빠를 어떻게 바라보나요. 특히 〈내 아내의 모든 것〉이나 〈극한직업〉처럼 코믹 연기에 대한 반응이 궁금합니다
가끔 우스꽝스러운 역할을 연기하면 부끄럽게 느낄 수도 있잖아요. 딱 중학생 때 그런 반응이었어요. 지금은 묵직한 액션 연기도 많이 하니까 멋있고 자랑스럽다고 하더라고요. 식당 가면 “아빠, 누구 오신다. 웃어야 돼”라고 복화술로 말하기도 해요(웃음).
 
 
류승룡이 입은 수트는 Le Selu. 셔츠는 Tom Ford. 안재홍이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Kimseoryong. 티셔츠는 Our Regacy. 링은 Tom Wood.

류승룡이 입은 수트는 Le Selu. 셔츠는 Tom Ford. 안재홍이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Kimseoryong. 티셔츠는 Our Regacy. 링은 Tom Wood.

〈무빙〉에서는 이정하, 고윤정 같은 20대 배우들과 함께했죠. 현장에서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를 만나온 류승룡도 1990년대생 배우들과의 호흡은 다르게 느낄지
그들의 에너지가 부러워요. 특히 〈무빙〉에서 딸로 호흡을 맞춘 고윤정은 맑은 자신감을 뿜어내요. 싱그럽고 밝은 모습이 부럽고 좋더라고요. 그 자체만으로 강렬한 힘을 내뿜죠. 저는 어릴 때 현장에서 눈치를 많이 봤거든요. 젊고 자신감 있는 친구들은 보고만 있어도 살아 있는 느낌이 들어요.
 
브리지 스타일로 염색한 긴 머리를 휘날리던 류승룡은 어떤 것을 좋아하는 청년이었나요. 우연히 공개된 20대 시절 사진이 ‘밈’처럼 떠돌고 있습니다만
연기에 대한 고민, 평범하고 타인과 같지 않으려는 마음, 나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런 기괴한 모습이 나타난 것 같습니다(웃음).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서 생긴 객기와 뾰족함, 엉뚱함 같은 것이 모여 탄생한 거죠. 그때 모습을 보면 지금도 안쓰러워요. 굉장히 방황했거든요.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것에 대한 열망과 호기심 때문에 많이 고민한 흔적이 묻어 있어요.
 
패션 스타일도 심상치 않았습니다
다 저렴한 옷이에요. 외국 가면 벼룩시장에서 중고 제품만 사 입었어요. 스코틀랜드 빈티지 재킷, 무대의상으로 썼던 긴 도포 등등…. 머리와 수염이 잔뜩 자랐는데 청바지를 입으니 너무 이상한 거예요. 그래서 얼굴에 옷을 맞춰 입었죠.
 
 
코트는 Ferragamo.

코트는 Ferragamo.

 그때로 돌아간다면
젊어진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죠. 꿈을 이루지 못해 답답한 때였지만, 건강한 몸으로 바쁘게 살았어요. 지금은 그게 부러워요.
 
세상을 유쾌하게 살아가는 나만의 방식은
계속 유쾌한 상태일 수는 없습니다(웃음). 항상 자기 트레이닝이 필요하죠. 유쾌하고 즐거운 삶에 대한 강박과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야 하고, 평범한 일상이 주는 고요와 잔잔함을 즐기는 여유를 가지는 게 중요합니다. 가끔 ‘아재 개그’로 유쾌해지려고 해서 아이들이 놀라긴 해요.
 
기억나는 아재 개그는
‘세상에서 제일 쉬운 숫자는? 19만!’ 이런 거죠. 아이들이 제가 퀴즈 낼 때마다 두려워해요. 근데 막상 퀴즈를 내면 웃어요. 그런 후엔 몹시 자책하죠.
 
코미디가 가장 어려운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미디가 가진 힘은 무엇일까요
기쁨과 슬픔은 서로 맞닿아 있어요. 우리는 건강한 웃음에서 위로와 공감을 받아요. 그런 맥락에서 코미디는 조언과 같아요. 충고는 좋은 약을 훅 불어서 몸에 딱 맞추는 것이라면 코미디는 좋은 영양분이 있는 식품을 잘 손질해서 훌륭한 레서피로 만들어 잘 차려주는 것과 같아요. 차려준 사람의 진심이 담겨 있고, 웃음 짓게 해서 자연스럽게 몸에 체화돼 건강해지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웃음, 코미디가 가진 힘이 아닐까요? 
 
 
류승룡이 입은 코트와 셔츠는 모두 Versace.  안재홍이 입은 롱 코트는 Nouvmaree. 셔츠와 팬츠, 부츠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류승룡이 입은 코트와 셔츠는 모두 Versace. 안재홍이 입은 롱 코트는 Nouvmaree. 셔츠와 팬츠, 부츠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내 입으로 말하고 싶은 나의 매력은
글쎄요. 다시 말하지만 닭 같은 매력? 무서운 사람일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알고 보면 친화력 있고 수다스러워요. 또 생각 없어 보이지만 나름 진지한 배우라는 사실?
 
20년 연기 인생에서 이제야 비로소 알 것 같은 것과 여전히 깨치지 못한 채 넘어가는 것이 있다면
비로소 보이는 건 연기가 참 어렵다. 여전히 보이지 않는 것도 연기에 대한 해답. 항상 귀와 마음을 열고, 관객과 시청자의 마음을 열기 위해 공부해야 하죠. 관객의 마음과 내 연기의 싱크로율이 맞았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닭강정〉도 처음 시도하는 연기이기 때문에 두렵지만 많은 분이 환호와 응원을 보내주면 또 너무 짜릿하겠죠.
 
지금껏 달려온 길은 어떤 인생이었나요
고집스럽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상황에 맞춰 대처하는 방법을 예민하게 공부해 온 세월이에요. 저는 인생을 등산이 아니라 종주라고 표현해요. 삶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의 연속이고, 이 굴곡진 산맥을 잘 완주하는 게 중요하죠.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또 어떻게 될지 몰라요. 그저 유연하게, 마음의 예산을 넉넉히 두고 살아야겠어요. 
 
 
 
안재홍이 입은 재킷 셔츠와 타이, 팬츠는 모두 Bottega Veneta.

안재홍이 입은 재킷 셔츠와 타이, 팬츠는 모두 Bottega Veneta.

안재홍 “누구나 재미있고 이상한 특징을 가졌죠. 그 특징은 너무 사랑스럽고요.”

 
 
오늘 촬영장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류승룡 배우와 함께 찍는 신에서는 서로 하나가 된 것 같군요
오늘도 느꼈어요. 선배님과는 ‘이거 하자’며 맞추지 않아도 ‘쿵짝’이 잘 맞는다는 사실을. 장면 안에 함께 있으면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조화로워요. 그래서 결과물이 재미있고 매력적인 형태로 탄생하는 것 같습니다.
 
〈닭강정〉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떠오른 생각과 감정은
진짜 신선하고 신나는 이야기다! 본 적 없는 장르의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느꼈어요. 정말 그냥 ‘닭강정’ 같았어요. 대본이 ‘맛있고’ 쾌감이 있거든요. 새로운 세계관의 이야기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이병헌 감독님과 작업한 경험이 다채롭기 때문이에요. 감독님에 대한 이해가 높았기 때문에 〈닭강정〉이 색다르고 신나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죠.
 
〈위대한 소원〉 〈멜로가 체질〉을 통해 이병헌 감독과 호흡을 맞춘 경험 덕을 봤군요
감독님은 묘한 힘을 가졌어요. 많은 걸 하지 않아도 그 안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줘요. ‘말이 주는 재미’로 유명하지만,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재미를 만들어내는 힘을 가진 사람인 것 같아요. 세계관은 감독님만이 만들 수 있어요.
 
이번 작품의 원작은 박지독 작가의 웹툰입니다. 촬영하기 전 원작을 참고하는 타입인지
시나리오를 읽은 후 웹툰을 봤어요. 시나리오가 너무 매력 있고 황당한데 그 황당함이 주는 마성의 매력이 있더라고요. 웹툰을 보고 나서 ‘내가 하고 싶다’는 욕심이 강해졌어요. 운명처럼 느낀 지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류승룡이 입은 코트는 Lemeteque. 타이는 Polo Ralph Lauren. 안경은 Prada by EssilorLuxottica. 안재홍이 입은 코트와 니트는 모두 Ferragamo.

류승룡이 입은 코트는 Lemeteque. 타이는 Polo Ralph Lauren. 안경은 Prada by EssilorLuxottica. 안재홍이 입은 코트와 니트는 모두 Ferragamo.

 극중 닭강정으로 변한 민아를 지독하게 짝사랑하는 고백중을 연기하며 느낀 그의 매력은
굉장히 엉뚱하지만 뜨거움이 있는 캐릭터예요. 엉뚱함과 뜨거움은 다르죠. 그렇지만 두 지점을 한곳으로 아우를 수 있는 게 고백중이 가진 매력이에요. 이 작품만이 품을 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해요. 원작이 있는 작품에 임할 때마다 늘 동일하게 접근하는 편은 아니지만, 스스로 해석을 가미해야 하는 이야기도 있거든요. 하지만 이 작품은 웹툰 속 백중의 모습을 오롯이 살리고 싶었어요. 만화에서만 향유할 수 있는 재미와 정서를 담아내기 위해서죠. 덧붙이면 백중이 가진 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었고, 그 톤을 생생하게 표현해 낸 작업이었어요.
 
역할 이름처럼 삶에서 가장 떨렸던 고백 경험이 있나요
'고' '백'자 '중'자 님은 어딘가에 분명 존재하시겠죠? 고백하는 중이라는 뜻 같기도 하고요. 독특하고 묘한 이름이 마음에 들었어요. 돌이켜보니 지난 연기 활동 중에서 유독 고백하는 장면을 많이 촬영했더라고요. 〈족구왕〉에서는 영어로 고백했고, 〈멜로가 체질〉에도 고백하는 장면이 있어요. 〈LTNS〉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죠. 그 과정에서 ‘고백’은 ‘바친다’는 것 외에도 다양한 의미가 있다는 걸 배웠어요.
 
인간이 아닌 ‘닭강정’이라는 사물을 보며 연기한 소감은
사물을 바라보며 인간이라고 믿어야 하는 상황이 쉽지는 않았죠. 하지만 그럴수록 더 굳게 믿어야 했어요. 현장에 수많은 닭강정 모형이 놓여 있었는데, 그중 하나를 ‘민아 닭강정’이라고 불렀어요. 모든 스태프와 감독, 배우들은 민아 닭강정을 소중히 대했고 나중에는 보존함까지 만들었어요. 저는 승룡 선배님이 민아 닭강정을 바라보고 연기할 때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죠. 그만큼 모든 사람이 진심을 다해 닭강정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이와 교감하고 있더라고요. 덕분에 저도 덩달아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나도 눈물이 맺혔고요. 작품에서 아주 진지하고, 진지함을 넘어 절박하지만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아주 황당하고 재미있는 풍경처럼 보이는 게 우리 작품의 차별점이자 매력 포인트예요.
 
촬영 이후에 닭강정을 먹을 때 김유정 배우를 떠올렸나요
매 순간 떠올릴 순 없고, 가끔? 제가 특히 좋아하는 음식이 닭강정이에요. 〈닭강정〉에 임한 시점부터 자주 먹었어요. 더 가까이하려고요. 동네에 유명한 닭강정 가게가 있어서 그냥 못 지나치겠더라고요. 더 마음이 가는 음식이고, 다른 무언가를 먹으려면 또다시 닭강정을 찾게 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정이 가더라고요.
 
류승룡 배우와의 호흡은
너무 잘 맞았어요. 선배님과 있으면 작고 커다란 순간들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돼 있다는 인상을 받아요. 늘 계획에 없던 재미들이 생겨요. 샘솟아 나온 느낌? 살아 있고 요동치는 순간을 자주 느꼈고, 감사하게도 그런 순간이 작품에 많이 담겼어요. 특별히 행복했고, 선배님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류승룡이 입은 수트는 Le Selu. 셔츠는 Tom Ford. 안재홍이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Kimseoryong. 티셔츠는 Our Regacy.

류승룡이 입은 수트는 Le Selu. 셔츠는 Tom Ford. 안재홍이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Kimseoryong. 티셔츠는 Our Regacy.

 〈마스크걸〉에선 주오남 역을 위해 체중을 증량하고 탈모처럼 보일 만큼 머리 분장에 힘을 싣기도 했습니다. 고백중으로서 새롭게 시도한 비주얼은
이번에는 큰 노력은 하지 않았어요. 가르마만 탔습니다(웃음). 그렇지만 원작과의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하죠. 백중은 작품 내내 단 한 벌의 의상만 입어요. 그게 백중의 외모적 디테일이랍니다. 이런 디테일을 담아낼수록 우리 작품이 가진 만화적 상상력이 살아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현장에는 똑같은 디자인의 분홍색 셔츠, 노란색 바지, 파란색 조끼 등이 여러 벌 한쪽에 줄지어 있었죠. 어디서도 보기 힘든 촬영현장이었습니다.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나요  
그렇죠. 망가짐에 대한 두려움보다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 크니까요. 조금 더 다양한 인물을 표현해 보고 싶은 순수한 마음인 것 같습니다. 평소에 주변 사람들의 재미있는 모습을 잘 발견하려고 해요. 누구나 재미있고 이상한 특징을 가졌죠. 그리고 그 특징은 너무 사랑스러워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고, 영감을 얻는 것 같습니다.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 〈족구왕〉의 만섭이, 〈마스크걸〉의 오남이까지 이렇게 개성 강한 배역에 임할 때 어떤 마음이 드나요
끌림에서 모든 게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대본에 나온 인물이 어떻게 느껴지는지가 가장 중요한 지점이죠. 이번 작품도 백중만이 가진 독특함과 이상함, 귀여움이 큰 동력이 됐거든요.
 
코미디 장르가 갖는 힘은
굉장히 본능적인 것이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재미를 선사한다는 게 코미디가 가진 에너지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아주 명확하고 정교하며 다양하게 만들어져야 하죠.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코미디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발현되는 강력한 힘도 있지만, 이번 작품에서 재미는 약간 다른 형태로 발현돼요. 비극 속에서 ‘웃픈’ 감정을 끌어내는 거죠. 블랙 코미디로 볼 수도 있어요. 다만 아주 슬픈 이야기 속에서도 공감이나 안도감 같은 감흥을 느껴야 재미가 따라온다고 봐요.
 
안재홍을 웃게 만드는 건
너무 많은데요. 오늘도 촬영하며 한참 웃었고, 매 순간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평소에 잘 환기하는 편입니다. 어떤 상황에 놓여도 갑자기 멍을 때리거나 다른 생각을 하며 스스로 환기하죠. 그러면 상쾌해져요.
 
 
재킷과 셔츠, 팬츠는 모두 EENK. 슈즈는 Paraboot by Unipair.

재킷과 셔츠, 팬츠는 모두 EENK. 슈즈는 Paraboot by Unipair.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처럼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은 작품에 본인의 삶을 투영하기도 하나요
비율의 문제인 것 같아요. 이야기는 창작물이고, 많은 부분이 내 삶과 일치한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완연한 공감을 줄 순 없거든요. 공룡이 등장하는 영화에서도 실재감과 공감을 느낄 수 있어요. 공룡을 직접 마주한 세대가 아닌데도요. 저는 이야기가 창작자의 경험과 시간에 깊게 맞닿아 있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단지 이야기 자체가 주는 힘이 중요하고, 그 힘이 와닿을 때 생기는 파장은 더 중요해요. 기회가 된다면 작품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데, 아직 구체적 계획이 있는 건 아니어서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소공녀〉에서 부족한 현실에서 온 마음을 다 바쳐 미소(이솜)를 사랑한 한솔처럼 사랑하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순간이 있다면
삶에서 그런 순간은 너무 많아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순간은 배우로서, 어떤 작품의 연기자로서 품고 있는 의지를 잘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지난날이에요. 지금도 그 노력은 유지되고 있고요.
 
대나무 숲에 외치듯 내가 말하고 싶은 나의 매력
그걸 제 입으로 어떻게…. 그냥 느끼시는 대로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믿는 것과 잃기 싫은 것은
믿는 것은 닭강정, K푸드의 성공과 세계화. 우리 작품을 통해 닭강정이라는 요리를 많이 알아봐줄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잃고 싶지 않은 것은 그 믿음과 마음. 닭강정은 치킨과는 또 다른 영역이죠. 치킨과는 또 다른 매력이 닭강정에 묻어 있어요. 자꾸 침이 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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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전혜진 / 정소진
    포토그래퍼 신선혜
    스타일리스트 송희경 / 박태일
    헤어스타일리스트 백가영 / 임철우
    메이크업 아티스트 설영은 / 이봄
    아트 디자이너 김민정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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