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CC 6차 기후변화 보고서가 말하는 것_인류멸망 시나리오?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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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CC 6차 기후변화 보고서가 말하는 것_인류멸망 시나리오?

3000페이지가 넘는 IPCC 6차 보고서에 실린 뜻을 한 마디로 줄이면 ‘벼랑 끝’이다. 어떻게 해야 그 벼랑 끝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기후과학자 3인에게 물었다. 다행히 아직 희망은 있다.

박호준 BY 박호준 2021.10.30
 

갈림길에 서다

지난 10월 5일, 2021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총 3명이 수상했는데 그중 2명이 기후과학자였다. 기후과학자에게 노벨 물리학상이 돌아간 건 처음이다. 수상자 중 한 명인 슈쿠로 마나베는 기후 모델링을 이용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지구 지표면이 상승한다는 걸 처음 증명했다. 1975년의 일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다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현실은 연구와 정반대로 흘렀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의 대응은 미미했다. 이미 징후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전에 없던 폭염, 폭우, 산불이 발생했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지구온난화와 탄소중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예전보다 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시점에 노벨 물리학상이 기후과학자들에게 돌아간 것은 그만큼 기후 위기가 중대한 지상 과제라는 사실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2019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순위이다. 전 세계 배출량의 약 3분의 1이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나온다. 이는 미국, 일본, 우리나라의 배출량을 더한 것보다 많다. 화석연료가 주범으로 꼽히는 만큼 탄소중립을 위해선 중국의 노력이 절실하다.

2019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순위이다. 전 세계 배출량의 약 3분의 1이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나온다. 이는 미국, 일본, 우리나라의 배출량을 더한 것보다 많다. 화석연료가 주범으로 꼽히는 만큼 탄소중립을 위해선 중국의 노력이 절실하다.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 작은 변화들이 쌓이다가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급격하게 많은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정의하기에 모호한 측면이 있어 기후과학계에선 지양하는 표현이다. 현재까지 축적된 이산화탄소와 앞으로 배출될 이산화탄소를 종합적으로 계산했을 때 20년 이내에 지구 온도가 1.5℃ 상승하는 건 피할 수 없다. 지금까지 발표된 모든 탄소중립 정책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전부 지켜졌을 때조차 그렇다. 일각에서는 1.5℃를 두고 티핑 포인트라고 부르며 “이미 돌이킬 수 없다”며 절망적인 시나리오를 이야기한다. 물리적 측면에서 1.5℃가 올랐을 때 해수면 상승 및 여러 생물 종의 멸종은 돌이킬 수 없는 것 맞다. 하지만 그게 곧 ‘인류 멸망 시나리오’로 접어든다는 뜻은 아니다.
 
IPCC 6차 보고서의 제1 실무그룹 보고서(WG1)는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를 5단계로 구분했다. 최저 배출 시나리오는 ‘SSP1-1.9’라고 부르는데, 2020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이기 시작해 2030년에 2010년 대비 약 45% 줄이는 것을 가정한다. 이렇게 되면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 이후엔 ‘마이너스 배출’로 돌아서게 되어 2030년 피크를 찍었던 지표면 온도가 조금씩 내려간다. 단, SSP1-1.9 그래프는 특정 선진국이 아니라 전 세계가 탄소중립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걸 전제로 한다. 성장 중심의 경제사회 구조에서 벗어나 국가 간 격차를 줄이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는 ‘공정 사회’로 전환해야 실현 가능하다.
 
반대로 고배출 시나리오도 있다. ‘SSP3-7.0’이다. 간단히 말하면,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이 거의 없는 미래 상황을 가리킨다. 최악의 시나리오상에선 에너지 패권을 두고 국가 간 갈등이 심화되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불평등은 지속된다. 선진국 인구는 감소하지만 개발도상국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많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화석연료의 비율이 더욱 높아진다. 이렇게 됐을 때 2050년 무렵 평균온도는 2℃가 오르며 2100년쯤엔 3℃를 돌파한다. 이번에 공개된 IPCC 6차 보고서 제1 실무그룹 보고서는 3℃가 올랐을 때 1.5℃와 비교해 기후 시스템의 모든 측면에서 더 큰 기후변화를 겪게 되고, 많은 요소에서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게 될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1.5℃ 올랐을 때와 3℃ 올랐을 때 인류가 감수해야 할 현실은 단순히 2배가 아니다. 이례적으로 2020년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년도 대비 7% 감소했다. 코로나 때문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하늘길이 끊기고 도로가 텅텅 비었는데 7%였다. 앞서 말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로 가려면 당장 올해부터 매년 전년 대비 7.6%씩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이 얼마나 커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Who’s the writer
이준이는 서울대학교에서 대기과학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나사(NASA) 가다드항공우주연구소를 거쳐 현재 부산대학교 기후과학연구소에 재직 중이다. 이번 IPCC 6차 보고서에 총괄 주 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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