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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CC 6차 기후변화 보고서가 말하는 것_탄소중립이 곧 힘이다

3000페이지가 넘는 IPCC 6차 보고서에 실린 뜻을 한 마디로 줄이면 ‘벼랑 끝’이다. 어떻게 해야 그 벼랑 끝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기후과학자 3인에게 물었다. 다행히 아직 희망은 있다.

박호준 BY 박호준 2021.10.29

탄소중립이 곧 힘이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기후변화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구다. 7~8년 주기로 기후변화과학보고서를 발표하는데, 지난 8월, 6차 보고서의 제1 실무그룹 보고서가 발표됐다. 3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보고서를 매우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① 2019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200만 년 중 가장 높다.
② 지구 온도 상승 속도도 지난 2000년 중 가장 빠르다.
③ 늦여름 북극 해빙 면적은 지난 1000년 중 최소다.
④ 평균 해수면 상승은 지난 3000년 중 가장 빠르다.
⑤ 이 모든 현상의 원인은 99% 인류다.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말해볼 수 있다.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 여름 일수는 약 한 달(29일) 증가했다. 봄·가을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느꼈던 건 기분 탓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 때문에 주황색으로 변한 하늘. 서울시 크기의 약 16배가 전소됐다.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산불 발생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 때문에 주황색으로 변한 하늘. 서울시 크기의 약 16배가 전소됐다.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산불 발생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EU는 ‘Fit for 55’를 발표했다. 2030년까지 EU의 평균 탄소배출량을 1990년 배출량의 55%까지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핵심은 ‘탄소국경조정제도’다. ‘탄소국경세’의 도입 근거가 되는 탄소국경조정제도는 EU로 수입되는 제품이 EU 내 생산 제품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을 경우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제품이 유럽과 미국에서 각각 생산됐다고 가정해보자. 생산 과정에서 유럽산 A는 이산화탄소를 10만큼 배출하고 미국산 A는 15만큼 배출한다면, 5만큼의 탄소국경세를 물리겠다는 뜻이다. 2023년부터 철강, 알루미늄, 비료, 전기제품군에 우선 적용되며 2026년부턴 모든 제품군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탄소국경세가 발효될 경우 우리나라 철강업체는 매년 약 17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분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는 수준을 넘어 탄소중립이 정말 돈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선진국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영국은 2019년 탄소중립에 대한 내용을 담은 ‘기후변화법’을 통과시켰다. 2030년까지 해상 풍력발전 용량을 40GW(기가와트)까지 확대한다. 또한 저탄소 수소 생산 효율 향상을 위해 약 3300억원을 투자했다. 독일 역시 2045년까지 완전한 탄소중립 달성을 천명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65%로 늘리고 전기차를 최대 1000만 대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스케일이 더 크다. 바이든 정부는 4년간 2조 달러(약 2400조원)를 기후변화 대응과 청정에너지 시스템 구축에 쏟아붓는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적극적으로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같은 수출 위주의 나라와 개발도상국들에게는 당장 ‘발등의 불’이 되었다. ‘Fit 55’ 같은 제도나 제품 생산에 100%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RE100’ 등도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을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신종 보호무역’이라는 주장도 있다.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나타낸 그래프. 주요 선진국 중 우리나라가 미국에 이어 2위이지만 곧 1위가 될지도 모른다. 미국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4년간 약 2400조원을 투입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걸음마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나타낸 그래프. 주요 선진국 중 우리나라가 미국에 이어 2위이지만 곧 1위가 될지도 모른다. 미국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4년간 약 2400조원을 투입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걸음마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는 탄소중립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을 하지 않으면 인류가 멸망한다”는 식의 겁박을 하려는 건 결코 아니다. 과학자는 데이터와 숫자, 팩트에 근거할 따름이다. 그런데 그 숫자들이 전부 예사롭지 않다는 게 문제다. 내년엔 기후변화 영향과 완화에 대한 내용이 담긴 IPCC 6차 보고서의 제2, 제3 실무그룹 보고서가 나온다. 쉽게 말하면, 기후 위기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 온실가스를 어떤 방식으로 감축해야 효과적인지, 해외 감축 사업은 어떻게 인정할 것인지 등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내용이 담긴 보고서다. 해당 보고서가 나오면 우리가 가야 할 방향과 방법에 대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Who’s the writer
전의찬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관리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세종대학교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에서 책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후환경융합센터 센터장이자 2050 탄소중립위원회 기후변화위원장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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