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있기 전, 유럽 여행을 떠난 지인들의 인스타그램에 웬만하면 빠지지 않고 올라오던 장소가 하나 있었다. 심플한 흰 세라믹과 대조적으로 화려한 그림이 수놓인 그릇이 무심한 듯 쌓여 있고, 화려한 손잡이가 달린 머그컵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한쪽에는 향초와 인센스가 층층이 진열돼 있는 공간. 프랑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아스티에 드 빌라트(Astier de Villatte)의 생오노레(Saint-Honore) 매장이다. 한국에도 판매처가 있고 ‘직구’도 가능한데도 여행 중 현지 매장을 굳이 찾아간 이유는 뭐였을까. 피렌체에 가면 산타마리아 노벨라를 지나칠 수 없는 것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현지 매장에서 우리가 사는 건 제품만이 아니라 그 제품을 만든 하우스의 고전적 감성이 가진 분위기를 포함하니까.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힌 이 시즌에 아스티에 드 빌라트가 서울에 입성한 건 그래서 축복이다. 이제 여기서도 그 감성을 충분히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해외 첫 플래그십 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두 층으로 끝난 파리와는 달리, 서울 지점은 무려 다섯 개 층에 펼쳐져 있다.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파리보다 더 파리 같은’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보기 좋게 정돈된 센티드 컬렉션 제품의 향이 코를 가득 메운다.
아스티에 드 빌라트,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49길 13.
뒤편에는 무려 ‘활판인쇄’로 제작한 문구류와 책들이 전시돼 있다. 1층에서 파리 클래식의 향기를 잔뜩 들이켜고 2층으로 올라가면 본격적인 세라믹과 유리 제품을 살펴볼 수 있다. 그야말로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파리 매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양새다. 창립자 이반 페리콜리와 베누아 아스티에 드 빌라트가 수차례 서울을 방문해 벽체 마감부터 피니싱 기법까지, 온갖 디테일을 꼼꼼하게 전수한 덕이다.
2층이 파리 매장과 똑같았다면, 3층에는 파리에서는 만나볼 수 없던 가구들이 놓여 있다. 1996년 브랜드 론칭 당시 창립자들이 처음 디자인했다는 테이블이 대표적이다. “서울 스토어 오픈을 기점으로 세라믹 제품뿐만 아니라 초창기 주력 사업이던 가구에도 집중할 예정이에요.”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공식 파트너사인 BMK유통 박나연 부장의 설명이다. 매장 4층에는 갤러리와 북스토어가, 5층에는 전망 좋은 카페를 운영 중이다. 모두 서울에만 있는 것이다. “창립자 두 분 역시 매우 기대하고 있어요.” 기대에 부응하듯, 오픈 전인데도 매장 앞은 호기심 어린 눈빛의 손님들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