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그래퍼 톰 블래치포드가 담은 코로나19 이전의 베네치아 새벽 풍경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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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톰 블래치포드가 담은 코로나19 이전의 베네치아 새벽 풍경

높아지는 수면과 들끓는 관광객들의 열기 속에 베네치아는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베네치아의 밤거리를 찍은 사진 연작에는 이 작은 섬을 향해 다가오는 그런 위협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고요히 아름다울 뿐.

ESQUIRE BY ESQUIRE 2020.10.13
 

By the light

of the darkness

 
건축 사진으로 유명한 호주 출신 포토그래퍼 톰 블래치포드가 2019년 이 사진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아직 베네치아는 관광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가 아무도 없는 거리를 찍기 위해 새벽에 이곳을 찾아야 했던 이유다. 당시 베네치아는 코로나19가 아닌 관광객들 때문에 죽어가고 있었다. 현지 주민의 30%가 베네치아 본섬 밖으로 빠져나갔으며 중국 자본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었다. 밀려드는 건 사람만이 아니었다. 지구온난화로 점점 높아지는 해수면 탓인지 ‘아쿠아 알타’(높은 물)가 들이닥치는 빈도도, 그 높이도 증가했다. 2019년 11월에는 53년 만에 최고 높이의 바닷물이 밀려들어 베네치아의 상점과 거주지가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관광 산업의 활력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아쿠아 알타로 물바다가 된 베네치아를 관광하는 여행객이 늘었을 정도다. 블래치포드가 이 거리를 찍으려 한 이유는 ‘관광객과 해수에 잠겨 사라져가는 베네치아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기 위한 것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지금 베네치아는 이 사진처럼 텅 비어 있다. 코로나19로 이탈리아 관광 산업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블래치포드는 ‘죽어가는 도시를 애도하기 위해’ 찍었다고 밝혔다. 지금 우리가 이 도시를 애도해야 하는 이유는 그때와 다르지만, 섬뜩하리만치 예언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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