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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1. SAT

SEOUL SCAPE 서울의 낡은 시간

시간의 결이 담긴 예전 건물의 내부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요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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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D CENTURY MODERN
    기능을 갖춘 과거의 예쁨

    한강그랜드오피스텔 + 가든타워 _ 90년대 이전에 지어진 오피스 건물을 좋아하는 건 이젠 더 이상 시공하지 않는 라디에이터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 냉난방에 비해 효율은 떨어지지만 건물을 쉽게 허물거나 리뉴얼하지 않는 서구 공간을 연상시킨다. 구불구불한 모양새가 그대로 보이는 방식과 투박하지만 산업적이며, 다분히 미국적인 팬코일 유닛형 모두를 좋아하는데 때때로 사진처럼 전자의 라디에이터를 감각적으로 가린 공간과도 마주하게 된다. 우편함 역시 지루한 요즘의 철제 박스형과는 달리 오픈된 형식의 옛 디자인을 볼 때마다 보안은 취약하겠지만 기능적인 동시에 미니멀한 60~70년대식의 아름다움을 떠올리게 한다.

    add 운니동 98-78, 가든타워(위), 한강로3가 16-91, 한강그랜드오피스텔(아래)





    PAINTING POINT
    중독적인 불협화음

    대도종합상가 _ 2년 전 인터넷 매체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사진작가이자 건축비평가인 올리버 웨인라이트(Oliver Wainwright)의 북한 건축 사진을 소개하며 영국 매체 <가디언>이 이에 대해 ‘웨스 앤더슨 감독의 세트장 같은 느낌을 준다’고 평가한 적 있다. 의외로 서울에도 이렇게 아이러니한 흥미로움이 가득한 공간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남대문 시장 속의 건물을 꼽을 수 있는데, 리얼리즘에 입각한 페인팅과 컬러플한 바닥, 단청에서 차용한 패턴이 그로테스크하게 조화된 공간에 들어설 때마다 본래 그곳을 찾은 목적을 잊은 채 시공간을 초월한 재미를 느끼곤 한다.
    add 남창동 33-83, 대도종합상가





    ULTIMATE MARBLE
    돌의 힘

    가든타워 + 낙원빌딩 _ 1957년 르 코르뷔지에에게 수학한 김중업이 귀국하고, 김수근을 비롯한 대형 건축가들이 대두되면서 19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서울에는 삼일빌딩을 비롯해 굵직한 건축물들이 자리 잡게 된다. 이 시기의 건물이 모여 있는 안국동, 운니동, 을지로, 낙원동을 자주 걷는데 낙원빌딩(1967년 준공)과 가든타워(1971년 준공)를 비롯한 이 시기 건물들의 로비에선 독특한 패턴의 대리석을 활용한 멋진 요소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사진 속 가든타워의 경우 단단한 대리석으로 이뤄진 벽면과 기둥을 볼 때마다 미스 반 데어 로에가 1929년에 설계한 ‘바르셀로나 독일관’에 처음 들어섰을 때의 기분이 떠오른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의 건물에는 대부분 ‘테라조’ 공법의 바닥재가 사용됐는데 돌의 거친 느낌과 메탈 소재의 이질적 조화가 주는 클래식하고 묘한 느낌을 요즘 건물에선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 아쉽다.

    add 운니동 98-78, 가든타워(왼쪽), 낙원동 236-1, 낙원빌딩(오른쪽)





    STRANGE LIFTS
    지금과는 다른, 엘리베이터

    대신빌딩 _ 엘리베이터는 기능을 위해 만들어진 작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 섰을 때 마감과 자재를 비롯한 디자인이 시각적으로 가감 없이 다가오기 때문에 그 모양새를 자세히 보게 된다. 그런 면에서 요즘의 것과 전혀 다른 북창동과 소공동 건물에 설치된 옛모습의 엘리베이터에 대한 애정이 크다. 대신빌딩의 메탈 슬레이트 소재, 고전적인 패턴의 카펫, 대리석이 어우러진 엘리베이터는 오를 때마다 왠지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 장면이 스치곤 한다. 일부러 찾아가서 타본 엘리베이터 중에서도 화룡정점이다.
    add 북창동 93-62, 대신빌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