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꿈 속 같은 집

보헤미언 감성으로 풍요로움과 화려함이 공존하는 집을 꾸민 인테리어 디자이너 세라 허셤-로프터스. 꿈속인 듯 몽환적인 그녀의 공간에는 시대와 스타일을 알 수 없는 골동품과 패브릭, 나무들이 얽히고설켜 마치 세트처럼 비현실적인 무드로 가득하다.::공간,인테리어,인테리어디자이너,골동품,식물,패브릭,데코,엘르데코,엘르,elle.co.kr::

프로필 by ELLE 2016.06.20

거실의 리펙토리 테이블 위에는 실버 트레이와 유리병들과 과일이 놓여져 있다. 정교한 1970년대 피코크 체어 옆에 있는 뷔스티에 램프는 집주인이 직접 디자인했다.



거실 소파는 집주인의 아버지가 1970년대 비바(Biba)에서 구입한 것을 물려받았다.



부엌설비는 La cornue, 주문 제작한 다이닝 테이블 옆에 놓인 체어들은 나발도 드 리마(Nivaldo de Lima)가 디자인했다.



1970년대 피코크 체어는 20년 전에 구입한 것. 이즐링턴 도로변의 한 상점에 진열돼 있었는데, 70년대 영화 <엠마뉴엘>의 체어 같아서 구입했다.



스튜디오 공간. 데스크 앞에서 고객과 인테리어를 의논하거나 쿠션과 램프를 디자인하는 스튜디오 역시 넝쿨 식물과 화초들로 둘러싸여 있다. 풋 스툴은 1970년대 디자인.



침실의 월페이퍼는 중국의 플리마켓에서 발견했다. 빈티지 드레스로 만든 쿠션은 직접 운영하는 세라 오브 런던(Sera of London) 제품, 베드 스프레드 역시 빈티지 숍에서 찾아낸 후 차를 우려낸 물에 담가 컬러를 연출한 것이다. 야자수 조명은 커티스 제레(Curtis Jere)가 디자인했다.


드레스룸에도 오리엔탈 무드가 가득한 거울과 슈즈 선반이 장식되어 있다. 




세라 허셤-로프터스(Sera Hersham-Loftus)의 런던 집은 예술적인 꿈으로 가득하다. 런던 북부 페딩턴 근교엔 운하를 따라 보트가 줄지어 정박해 있어 ‘리틀 베니스’라 불리는 메이다 베일(Maida Vale) 지역이 있다. 이 동네 특유의 동화적인 분위기에서 세라는 그녀만의 정원인 듯 집인 듯 알 수 없는 공간을 만들었다. 풍부한 텍스타일이 만든 환상적인 무드와 녹색 식물의 이국적인 효과가 공존하는 곳이다. 세트 디자이너이자 필름메이커로 활동하는 그녀의 직업 덕분에 이렇게 특이한 공간이 완성됐는데, 그녀의 작업뿐 아니라 이 집을 보고 그녀가 만드는 수공예 쿠션의 주문이 폭주하곤 했다. 다채로운 판타지가 펼쳐지는 이 140m2의 집은 두 채를 합친 형태인데, 원래 클럽 DJ이자 음악 프로듀서인 마크 무어(Mark Moore)로부터 2년 전에 사들였다. “내 스타일로 꾸미기 이전부터 세기말의 독창적인 느낌이 살아 있는 공간이었어요. 윈스턴 처칠의 아버지인 랜돌프 처칠 경과 그의 부유한 친구들이 모여 살던 집 중의 하나라서 고풍스럽게 연출한 게 아니라 실제로 역사적인 건물이기도 해요. 19세기 파티에 얽힌 수많은 얘기도 듣긴 했지만, 그게 이 집에서 정말 있었던 사실인지는 확인할 길은 없죠(웃음).” 낭만적인 역사 이야기의 배경이 된 건물을 크게 손보지 않았으나, 보헤미언다운 열정을 쏟아 완성한 집의 데커레이션은 굉장히 과장돼 있다. 세라는 ‘사라져가는 웅장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중세 풍을 잘 간직하고 있는 휴양 도시 생폴드방스에 가면 라 콜롱브 도르(La Colombe d’Or) 호텔이란 곳이 있어요. 그 호텔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고, 앤티크 마켓에서 발견한 빈티지 아이템들을 많이 채워넣었어요.” 이 집은 그녀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테스트하는 실험적 아틀리에로 쓰이기도 한다. 원래 가족들과 함께 살았지만, 성장해 둥지를 떠나는 새처럼 독립한 아이들이 나간 자리는 모두 작업을 위한 공간으로 확장됐다. “아이들과 함께 살 땐 초콜릿 브라운 컬러로 칠한 벽 때문에 우리 집을 ‘초콜릿 타워’라고 불렀어요. 아이들도 이 집에 살며 나름의 인테리어 취향이 생겨났는데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죠. 아이들은 오리엔탈 풍의 소품과 싱그러운 식물을 혼합한 공간을 좋아했어요. 그리고 각자 자신들의 조명을 만들기도 했죠. 집을 함께 꾸미는 것은 아주 로맨틱한 삶의 단면이었기에 추억이 남달라요.”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 세라 자신의 인테리어 미학은 집 안 곳곳에 공기처럼 스며들어 있다. “나만의 철학은 ‘세속적인 것을 완전히 잊을 수 있는 공간’이에요. 특정한 컨셉트라든가 어떤 아이템이 중요하다기보다 밤에 촛불을 켜두었을 때 천장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만으로도 원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이 집에는 공간 곳곳에 일부러 버려둔 듯이 세팅한 프린지 스카프나 레트로 디자인의 피코크 체어에 이르기까지, 마치 1960년대 후반에 등장한 포토그래퍼 사라 문의 세트 촬영장을 연상케 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자연광으로 촬영한 영화 <배리 린든, Barry Lyndon>의 장면들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녀는 매일 아침에 눈뜨면 “루더 밴드로스, 엘라 피츠제럴드, 도로시 무어 같은 올드 스쿨 재즈 뮤지션들의 음악을 켜고 프랑킨센스 오일과 로즈 오일에 불을 붙이죠. 향이 좋은 차를 한 잔 내리며 나만의 정원 아무 데나 앉아 새로운 아티스트에 관한 잡지를 읽거나 이런저런 스케치를 시작해요. 하루를 마무리할 때도 향초를 잔뜩 켜고 욕조에 몸을 담가야 비로소 잠잘 준비가 된 거예요.”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하루가 가능한 이유는 그녀가 이 공간에서 작업도 겸하기에 아티스트다운 마음으로 공간을 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실험실 같은 모습이지만, 기능적인 집으로서도 아무 불편이 없다. 다이닝 테이블은 프렌치 비스트로처럼 갓 만든 요리를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도록 다이닝 룸을 따로 두지 않았는데, 테이블 의자에 숄을 두르거나 해서 가끔 이국적인 바 느낌을 내기도 한다. “공간을 전형적인 용도로만 쓰지 않으려 해요. 샤워 부스에 겨울철 퍼 코트를 보관하기도 하거든요(웃음).” 확실히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개념을 가진 사람다운 발상이다. 그녀에게 집이란 무엇일까? 누구나 하는 말일지도 모르나 세라의 입을 통해 나온 말들은 가장 제 의미에 부합한 대답이 나온다. “사는 곳, 일하는 곳, 동시에 꿈꾸는 곳이죠.”

Credit

  • photographer Michael Paul
  • writer Mark C O'Flaherty
  • digital designer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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