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패션 하우스의 심벌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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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패션 하우스의 심벌

로고와 엠블럼, 모노그램, 모티브… 패션 하우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상징적인 심벌에 대하여.

ESQUIRE BY ESQUIRE 2024.03.03
 
그러데이션 체크 코트 가격 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그러데이션 체크 코트 가격 미정 메종 마르지엘라.

MAISON MARGIELA

메종 마르지엘라의 초창기 라벨에는 세 줄로 가지런히 도열한 숫자도, 라인을 표시하는 동그라미도 없었다. 아티즈널, 프레이그런스, 파인 주얼리, 오브제 등의 제품군을 0부터 23까지의 숫자로 분류하는 넘버링 시스템이 등장한 건 1997년의 일. 이제는 그 누구도 쉽게 떼어낼 수 있도록 고안된 이 라벨을 없애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조그만 광목 원단과 네 귀퉁이를 아슬아슬하게 잡고 있는 스티치가 브랜드의 정체성이 되었으니까.
 
바로코 데님 재킷 230만원 베르사체.

바로코 데님 재킷 230만원 베르사체.

VERSACE

지아니 베르사체에게 왜 하필 신화 속 저주받은 메두사의 머리를 브랜드의 상징으로 택했냐고 물었을 때, 그는 “메두사와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누군가 베르사체를 봤을 때도 필연적으로 사랑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대답은 베르사체가 추구한 미학과 세계관을 한 번에 관통한다. 메두사는 베르사체가 가진 신화적 아름다움과 타고난 관능미, 호화로움, 대담함을 모두 포괄하는 대체 불가한 아이콘이었다. 마치 자신의 페르소나처럼.
 
까레 퀼팅한 램스킨 쇼퍼백 635만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까레 퀼팅한 램스킨 쇼퍼백 635만원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

SAINT LAURENT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이니셜을 겹쳐 배치한 카산드라 엠블럼. 1961년 등장한 카산드라는 당대 최고의 그래픽 디자이너 A.M 카산드라가 생전 마지막으로 만든 작품 중 하나였다. 그는 짧고 날카로운 세리프 폰트와 다양한 굵기의 선으로 로고를 완성했고, 도시적이고 세련된 생 로랑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브랜드명을 생 로랑으로 바꾼 에디 슬리먼은 물론 현재의 디자이너 안토니 바카렐로도 카산드라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FF 캔버스 컵 홀더와 컵 135만원 펜디.

FF 캔버스 컵 홀더와 컵 135만원 펜디.

FENDI

더블 F 로고는 브랜드 이니셜을 대칭 형태로 뒤집어 얹은 모노그램이기도 하지만, 사실 최초의 아이디어는 ‘Fun Fur’라는 문구에서 시작했다. 당시 펜디는 모피 산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던 시기였기에 칼 라거펠트가 발맞춰 새로운 로고를 개발했던 것. 그는 이 모노그램을 디자인하는 데 걸린 시간이 단 5초였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본디 모피 코트에 사용하려고 만들었지만 남성과 여성을 넘나들며 하나의 패턴이 되어 컬렉션 전반에 두루 사용 중이다.
 
볼 네크리스 48만원 비비안 웨스트우드.

볼 네크리스 48만원 비비안 웨스트우드.

VIVIENNE WESTWOOD

찰스 왕자를 위한 스웨터를 만들게 된 비비안 웨스트우드. 하지만 펑크 패션의 여왕이 그저 얌전하고 무난한 옷을 만들 리는 없었다. 그녀는 영국 왕실을 연상케 하는 전통적인 소재를 담되 이를 좀 더 새롭고 발칙하게, 미래지향적으로 비틀고 싶었다. 그래서 왕실 대관식에서 사용되는 보주와 천문학 잡지에서 본 토성의 고리를 과감하게 접합시킨다. 이것이 1986년의 일. 오늘날까지 브랜드의 시그너처로 남게 되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오브’의 시작이었다.
 
체크 울 스카프 모두 74만원 버버리.

체크 울 스카프 모두 74만원 버버리.

BURBERRY

버버리의 첫 로고는 1901년 등장했다. 기마 기사가 ‘전진’을 의미하는 라틴어 ‘Prorsum’이 적힌 깃발과 방패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이후 몇 차례 변화를 겪으며 프로섬 깃발도 어느새 사라졌다. 2022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부임한 다니엘 리는 첫 번째 캠페인에서 잊혀가던 프로섬 깃발을 다시 꺼내들었고, 나이트 블루 컬러를 입혀 버버리의 부활을 알렸다. 아마도 그는 새 로고를 통해 전통에 대한 존경과 찬사를 보내는 동시에 앞으로 보여줄 브랜드의 ‘전진’에 대한 의지도 담으려 하지 않았을까?
 
테크니컬 패브릭 숄더백 276만원 발렌티노 가라바니.

테크니컬 패브릭 숄더백 276만원 발렌티노 가라바니.

VALENTINO GARAVANI

발렌티노 가라바니는 엠블럼에 브랜드의 본질을 담으려 했다. 이탈리아의 고전 건축물처럼 간결하면서도 장식적이고, 부드러우면서도 강단 있는 V-링은 그렇게 탄생했다. 50년 동안 날렵하고 동그란 원형을 유지해온 V-링이 돌연 지금의 형태로 바뀐 건 2019년. 젊은 감각이 필요하다고 여긴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의 과감한 선택이었다. 그는 각종 액세서리는 물론 레디투웨어까지 V-링 패턴을 물들이며 발렌티노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서클 리에디션 크로스백 53만원대 꾸레쥬.

서클 리에디션 크로스백 53만원대 꾸레쥬.

COURRÈGES

꾸레쥬에는 원래 심벌이 없었다. 때문에 복제가 쉬웠고, 그의 디자인은 늘 모방범의 타깃이 됐다. 브랜드를 대표할 상징의 필요성을 느낀 앙드레 꾸레쥬는 결국 본인 이름인 앙드레와 배우자 이름인 코클린의 이니셜 A와 C로 엠블럼을 만든다. 토목을 전공한 디자이너답게 건축적이면서도 회화적인 형태. 그가 만든 엠블럼은 지금 니콜라 디 펠리체를 만나 때로는 아주 작은 펜던트로, 때로는 얼굴만 한 이어링으로 변신하며 전에 없던 황금기를 누리는 중이다.
 
샤크 락 데님 부츠 가격 미정 지방시.

샤크 락 데님 부츠 가격 미정 지방시.

GIVENCHY

1960년대 초, 위베르 드 지방시에게 ‘G’를 활용한 심벌을 만들어달라는 의뢰를 받은 향수병 디자이너 피에르 디낭. 그는 알파벳 G의 형태를 닮은 로만 상형문자의 조형미를 빌려 이상적인 대칭 형태의 사각 4G 심벌을 완성했다. 전 CD인 매튜 M. 윌리엄스는 이 4G를 브랜드 전면에 내세웠고, 단숨에 그가 만들고자 했던 강인하고 볼드한 지방시로 거듭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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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김유진/성하영/이다은
    PHOTOGRAPHER 민가을
    ASSISTANT 최지훈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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