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곳의 세컨핸즈 스토어, 아홉 개의 아카이브 피스 | 에스콰이어코리아


여덟 곳의 세컨핸즈 스토어, 아홉 개의 아카이브 피스

공교롭게도 전부 아우터다.

ESQUIRE BY ESQUIRE 2023.11.25

GOVERNMENT SEOUL

Issey Miyake 1996 F/W Satin Padded Coat
빛을 받으면 차르르 흐르는 광택이 여전하다. 그 시절에 이런 소재를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빵빵한 실루엣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음에도 무게는 요즘의 경량 패딩만큼이나 가볍다. 견고하고 섬세한 디테일과 깃털처럼 유연한 움직임. 소장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른 코드라 말하고 싶다.
 

SELVAGE PROJECT

KTZ 2013 F/W Lovers Velvet Bomber
파리의 KTZ(Kokon to Zai)가 패션 신을 뜨겁게 달구던 시절이 있었다. 글래머러스한 골드 장식과 과감한 패치 플레이, 기발한 실루엣. 더 이상 KTZ는 이런 옷을 만들지 않지만, 우연히 그 시절의 KTZ 피스를 만나면 가슴이 뛴다. 이 보머 재킷을 마주쳤을 때 그러했듯이. 시그너처 디자인이 아닌 초기작이라 더 소중하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듯한 그들의 고민이  곳곳에 드러나는 옷이라서.
 

NOBOUNDARIEZ

Raf Simons 2005 F/W 10th Anniversary Curriculum Ma-1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라프 시몬스 아카이브의 상징성을 알고 있을 거다. 이 보머 재킷도 그중 하나다. 라프 시몬스 론칭 10주년을 기념해 오직 100피스만 생산했던 커리큘럼. 이름도 참 그답다. 군복의 정형을 그대로 따르는 베이식한 MA-1 형태지만, 한쪽 팔을 끼우는 순간 바로 알 수 있다. 흔한 보머가 아니라는 걸. 적당한 무게감 덕에 힘 있게 떨어지는 핏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니까.
 

BWT

Miumiu Vintage Leather Jacket
트렌치코트를 댕강 잘라놓은 듯한 이 재킷은 찬찬히 들여다볼수록 사랑스럽다.기모노처럼 허리 끝단부터 시작되는 독특한 디자인의 소매와 뒤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어깨 견장 디테일이 특히 그렇다. 게다가 사슴가죽은 20년이 흐른 지금까지 벗겨지거나 빛이 바래지도 않는다. 클래식 속에 숨겨놓은 위트와 아름다움. 이 재킷은 우리 숍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무척 닮았다.
 

MASTERPIECE

Harley Davidson 1995 Racing Jacket
영화 〈할리와 말보로 맨〉에서 미키 루크가 입은 이 레이싱 재킷 컬렉션은 언젠가부터 우리 숍의 상징이 됐다. 단단한 가죽과 현란한 패치워크, 소매의 든든한 포켓 디테일까지. 레이싱 재킷의 모범으로 삼아도 될 법한 수작이다. 그래서 전 세계에 있는 이 재킷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여섯 피스 전부 소재와 디테일, 컬러와 사이즈가 조금씩 다른데 이런 디테일을 뜯어보는 재미 또한 컬렉션을 완성하는 포인트다.
 

MARCHING DRUMS

Bates Leathers 1960 Racing Jacket
얼굴도, 사는 곳도 모르는 사람의 옷을 늘 숍에 걸어둔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이 재킷은 베이츠 레더사에서 스미스를 위해 커스텀한 것이다. 기본적인 라운드넥 레이싱 재킷이지만 소매의 배색 라인과 튼튼한 팔꿈치의 디테일, 몸에 착 감기는 가죽의 질감이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이렇게 선명한 하늘빛의 레이싱 재킷은 만나기 어렵다. 고심 끝에 결정했던 스토어 인테리어의 키 컬러와도 완벽하게 어울려 누군가 가격을 물어보면 자꾸만 모른 척하게 된다.
 

DRESS FROM SEOUL

Junya Watanabe 2007 F/W Motorcycle Coat
준야 와타나베의 서정적인 패브릭 테크닉과 여기에 쏟는 열정을 동경한다. 울을 적당한 온도와 습도로 끓이듯 워싱한 이 독특한 텍스처는 그 기술력의 정수를 담고 있다. 특히 2007 F/W 시즌 여성 라인에서는 오직 이 코트만이 보일드 울 원단을 사용해 더 희소하다. 좁은 어깨와 슬릭한 실루엣, 거기에 거친 소재와 디테일의 조합도 흔히 찾아볼 수 없는 매력이다. 팔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내겐 너무나 작지만 이 코트만큼은 팔 생각이 없다.
 

OPAL SEOUL

Helmut Lang 1996 F/W Mens & Womens Block Coat
화려하고 장식적이며 과감한 옷이 당연했던 시절에 헬무트 랭의 등장은 굉장한 파격이었다. 완벽하게 정제된 디자인, 숨기거나 치장하지 않고 본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드러내는 데 충실한 그의 기조를 좋아했다. 이제는 색이 많이 바랬지만 탄탄한 모직 원단에 실크와 프린팅 디테일을 더한 이 두 벌의 코트는 헬무트 랭의 아름다움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흰색은 내 것, 검은색은 남편 것. 우리 부부가 영원히 간직해야 할 약속과도 같은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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