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서쪽 브르타뉴 지방의 레몽다레(Les Mont d’Arre′e) 언덕은 피니스테르(Finiste′re) 북쪽과 남쪽의 경계가 되는 곳이다. 생미셸 드 브라스파르(Saint-Michel de Brasparts)는 이 언덕의 해발 381m에 위치한 상징적인 장소였는데, 지난 2022년 심각한 화재를 겪었다.
아름다운 브르타뉴의 푸르름 속에 불에 타 검게 그을린 17세기 교회의 모습은 지역인들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그중에는 브르타뉴 지방의 백만장자 프랑수아 피노(François Pinault) 역시 포함돼 있었다. 프랑수아는 성당의 새로운 가구를 디자인하기 위해 같은 브르타뉴 출신 디자이너이자 파리의 피노 재단 컬렉션 뮤지엄 리모델링 당시 가구디자인을 의뢰했던 로낭 부홀렉(Ronan Bouroullec)에게 손을 뻗었다.
로낭 부홀렉은 당시의 화재 상황을 완벽하게 기억한다. “소식을 듣는 순간 엄청난 충격을 받아 할말을 잃었어요. 제가 잘 아는 곳이거든요. 피니스테르 북쪽에 사는 조부모님들을 만나러 갈 때 자주 지나치면서 보았고, 성당으로 올라가는 아름다운 길은 제 기억에서 항상 생생하던 곳이에요.”
로낭은 처음 이 성당의 가구를 디자인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엄청난 행운인 동시에 큰 부담감을 느꼈다고 한다. “엄청나게 오래되고 특별한 장소인 동시에 성스러운 곳이에요. 쉽지 않은 주제였어요. 성당이 간직한 역사의 연결 고리를 현대적 디자인으로 풀어내야 하니까요. 동생 에르완 부홀렉(Erwan Bouroullec)과 함께 완성한 베르사유 궁전의 샹들리에 디자인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죠.” 로낭은 프로젝트를 위해 세 가지 철칙을 세웠다. 반드시 필요한 소재만 사용할 것, 빛과 질량 사이의 균형을 이룰 것, 표면의 빛을 통해 사물의 생동감을 찾을 것. “특히 예배당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이 공간이 가진 극도의 단순함과 고요함, 자연광이 주는 아름다움을 잘 살려내고 싶었습니다.”
로낭은 이곳 브르타뉴 피니스테르 지역의 장인, 예술가들과 활발하게 협업해 프로젝트를 완수했다. 로스코프(Roscoff) 지역의 장인 마티외 카비오슈(Mathieu Cabioch)가 작업한, 무게 2t이 넘는 돌 제단은 위엘고트(Huelgoat)의 채석장에서 가져와 절단하고 연마했다. “아주 작은 흰색 반점이 있는 이 화강암은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연상시켜요.”
제단 위쪽 벽에 적용된 은유리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주조한 것이다. 기존의 스테인드글라스 창과 오래전부터 함께 존재했던 것처럼 조화롭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비현실적인 빛, 흐릿한 반사는 이곳을 더욱 성스럽고 아름다운 장소로 기억되게 한다. “개인적으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항상 종교적인 것에 감동받습니다. 이 장소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장소라는 점도 저에겐 매우 감동적이에요. 방문한 사람들은 꽃 또는 작은 메시지를 남기고 가죠. 디자이너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은 이 모든 것을 조화롭고 그르침 없게, 복잡하지 않은 언어로 만들어내는 것이에요.”
로낭은 많은 사람, 즉 브르타뉴 지방의 관계자들과 성당 관계자들, 다양한 파트너들과 끊임없이 소통해 나가며 이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그야말로 완벽하게 민주적인 절차로 만들어내려 했고, 저는 아무것도 마음대로 주장하지 않았죠. 결과적으로 모두 기뻐하길 원했고, 실제로 그렇길 바랍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래 보였어요(웃음).”
화이트 컬러로 칠해진 회벽은 깨끗하고 고결하게 느껴진다. 돌로 제작된 제단 곁에는 아름답고 성스러운 은빛 십자가 그리고 3개의 큰 촛대가 서 있고, 바닥에는 불타는 덤불처럼 보이는 은빛 유리 소재의 원이 놓였다. 측면에는 금속으로 된 작은 촛대들이 콘솔 위에 줄지어 있다. “성당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남쪽 문을 통해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장면이죠.”
생미셸 드 브라스파르를 찾는 사람들은 예배당과 주변 경관의 조화, 즉 건축과 자연이 만들어내는 강렬함에 가장 크게 매료된다. 로낭 부홀렉이 레너베이션을 통해 추가한 요소들은 마치 주변의 자연환경에서 파생된 것처럼, 이전에 느낄 수 있었던 감동을 고스란히 이어간다. 순례자들에게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