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 죄는 아니잖아요? || 엘르코리아 (ELLE KOREA)
FASHION

패션이 죄는 아니잖아요?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에게 그동안 쌓여 있던 패션계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손다예 BY 손다예 2024.03.27
재킷은 48만7천원, Valoren. 니트 카디건은 가격 미정, H&M. 스트라이프 셔츠는 13만5천원, 화이트 트윌 팬츠는 15만원, 모두 COS. 타이는 가격 미정, Boss. 안경은 가격 미정, Tom Ford by 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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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 환경에 그렇게까지 해로운가요
통계적으로 봤을 때 패션 산업이 지구 환경에 책임이 없진 않아요. 패션 산업과 관련된 전반적인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합치면 지구 전체 탄소 배출량 중에서 적게는 8%, 많게는 10% 정도 나오는 걸로 알려져 있거든요
 
생각보다 많네요
네, 적은 비중은 아니에요. 물론 모든 산업은 연결돼 있으니 패션만 똑 떼어놓고 보긴 어렵지만, 패션 산업이 환경에 도움 되는 상황이라고 볼 순 없죠.
 
다른 산업은 어떤가요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존에 필요한 것들, 예를 들면 건물을 짓거나 물자, 사람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비율도 높아요. 다만 그런 산업들은 대부분 우리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여기죠. 그에 비해 패션은 현대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한 산업으로 보다 보니 더 환경보호에 앞장서야 한다는 시각이 많죠.
 
커다란 건물이나 자동차도 아닌데, 옷 한 벌 만드는 데도 환경오염이 그렇게 많이 발생하는군요
옷을 만드는 재료부터 생각해야 해요. 제일 많이 쓰이는 재질인 폴리에스테르가 전체 섬유의 60% 이상을 차지하거든요. 합성섬유라 굉장히 많은 화학물질이 들어가고, 합성하는 과정에서도 꽤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죠. 세탁할 때도 물을 엄청 쓰는데, 그 물을 정화하는 데도 에너지가 필요하고요.
 
맞아요. 세탁할 때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도 새로운 논란으로 떠올랐어요
플라스틱 자체가 분해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려요. 지구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낸 거니까요. 미세 플라스틱이 지구 어딘가에 계속 축적되는 게 문제죠. 예를 들어 해양에 미세 플라스틱이 퍼졌다고 가정해 볼까요? 먹이사슬을 따라 아주 작은 생물부터 시작해 큰 생물까지 미세 플라스틱이 누적돼요. 그럼 결국 그 끝에는 우리가 참치나 고등어를 먹고, 우리 몸에 미세 플라스틱이 쌓여 안 좋은 영향을 받죠.
 
가장 문제가 되는 건 탄소 배출이라고 들었어요
일단 온실 효과와 온난화부터 구분해야 해요. 많이 들어봤겠지만, 온실 효과는 온실가스가 어떤 행성 주위를 둘러싸서 이불을 덮어주는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행성이 따뜻해지죠. 만약 온실가스가 없었다면 지구는 훨씬 더 추웠을 거예요. 화성 같은 데는 공기 밀도가 낮기 때문에 이불이 별로 없어요. 생명체가 살기 힘들고 척박하죠. 지구는 적당한 양의 온실가스가 있어서 알맞게 보온이 됩니다. 하지만 이불을 너무 많이 덮으면 어떨까요. 금성은 표면 온도가 450℃ 이상까지 올라가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너무 높아서죠. 지구에 생명이 살기 위해서는 적정량의 온실가스가 반드시 필요해요. 문제는 온실가스가 지나치게 많아지는 거죠. 그 온실가스를 이루는 여러 기체 중에서 우리가 유의미하게 문제 삼고 있는 게 바로 탄소예요.
 
왜 탄소가 문제인가요
사실 메탄 같은 물질이 훨씬 더 온실 효과를 많이 유발해요. 하지만 메탄은 비율이 낮죠. 수증기도 온실 효과를 내지만 지구상에서 계속 순환하기 때문에 도움이 되고요. 결국 온실가스를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지구 온난화에 유의미한 영향이 있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게 가장 시급해요.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 어떻게 되죠
여러 일들이 벌어지지만 그중에서도 빙하가 녹아요. ‘그럼 극지방 바다의 염분이 좀 희석되겠네’ 하고 끝나는 게 아니에요. 원래 극지방에는 아주 차가우면서 염분이 높은 바닷물이 있어요. 이 물은 밀도가 높아서 아래로 침강합니다. 더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는 거죠. 그리고 그 많은 양의 물이 계속해서 가라앉으면 옆으로 밀어내는 힘이 생겨요. 그럼 극지방의 차가운 바닷물이 적도까지 밀고 넘어오고, 적도의 뜨거운 물은 다시 극지방으로 넘어가면서 해수의 심층 순환을 만들어요. 욕조에서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을 섞을 때 손으로 저어주는 것처럼요. 이 순환 덕분에 우리가 지금처럼 넓은 지역에서 적당한 온도로 사는 거예요. 그런데 빙하가 녹으면 극지방 바다에 담수가 유입되겠죠. 바닷물의 염분 농도가 낮아지고, 물이 침강하는 힘이 약해져서 차가운 물을 적도로 밀어내지 못하게 돼요.
 
바다의 심층 순환이 멈추는 거네요
네, 욕조에서 물이 잘 섞이도록 저어주는 손이 없어지면 아래는 차갑고 위는 뜨겁죠. 똑같이 지구에서도 사람이 살 수 없을 만큼 추운 극지방이 늘어나고 뜨거운 지역도 늘어나서 결국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영역이 좁아질 거예요. 욕조로 치면 미지근한 구간이 줄어드는 거죠. 사실 지구 온난화는 더워지는 게 아니라 기후의 양극화를 만들어요. 극지방은 빙하기가 오고, 적도는 불타오르는 거죠.
 
최후의 지구에서 가장 미지근한 구간은 어디일까요? 그곳으로 가야겠네요
사실 우리나라 같은 곳이 제일 좋죠. 나쁘지 않아요. 중위도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져 사람이 살 수 없게 되면 극지방이나 적도 쪽에 있는 나라가 중위도에 있는 나라를 침범하겠죠. 강대국은 그 지역을 차지하려고 전쟁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죽을 수도 있고요. 모기의 습격도 있을 거예요. 온도가 올라가면 모기가 살기 좋은 환경이 돼요. 뎅기열, 학질, 말라리아 같은 병이 모기를 통해 퍼질 거고요. 식량 문제도 이어지겠죠.
 
요즘 기업이나 단체들이 환경을 위해 탄소 중립을 시행하고 있다는데, 대체 탄소 중립은 뭔가요
사실 우리가 탄소를 만들지 않으면 제일 좋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바로 탄소 중립이에요. 제조부터 유통까지 해당 산업의 모든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의 총량을 더하고, 그 양만큼 탄소를 줄이는 노력을 통해 더 이상 탄소가 늘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정책이죠. 이미 일정량의 탄소는 계속 순환한단 말이고, 거기서 더 늘리지 않겠다는 노력이에요.
 
이미 존재하는 탄소를 없앨 수는 없나요
공기 중에 떠다니지 못하게 붙잡는 방법이 있어요. 과학자들이 찾아낸 건데, 이산화탄소가 현무암에 흡수되면 탄산염이라는 광물로 변하는 점을 이용하는 거예요. 공기 중의 탄소를 빨아들여 돌로 고정시키는 거죠. 근데 문제는 이걸 실행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요. 오히려 탄소를 배출하는 거죠. 신재생에너지로만 돌리면 탄소 배출은 줄일 수도 있지만 효율이 너무 떨어져요.
 
쉽지 않네요. 패션계가 도울 수 있는 노력이 있을까요
최근에 알았는데 업사이클링 패션이라는 게 있더라고요. 버려진 현수막, 재고로 남은 옷이나 오래된 옷을 분해해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창조하는 거죠. 우리가 아무리 환경을 위한다 해도 남이 쓰던 물건을 중고로 쓴다는 건 쉽지 않아요. 인간 본성이 그런 것 같아요. 늘 새로운 것, 새것을 원하죠. 그런데 업사이클링을 하면 재화도,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어요. 패션이 할 수 있는 역할이란 게 이런 것 아닐까요.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 패션계는 유행을 주도하잖아요.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죠.
 
패션계가 트렌드를 통해 환경운동을 할 수 있다는 걸까요
맞아요. 사회에 메시지를 주는 거예요. 지금 시대의 의식 있는 사람들, 감각적인 사람들이 먼저 업사이클링 패션을 보여줄 수도 있고요. 이런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죠. 지금 지구 온난화를 막는 데 꽤 도움이 되는 생명체로 고래를 주목하고 있어요. 사실 모든 생명체는 몸 안에 탄소를 저장하고 있지만 고래는 몸집이 크니까 엄청나게 많은 탄소를 몸에 축적하죠. 이 고래가 죽으면 그 많은 탄소를 갖고 심해로 가라앉아요. 그리고 분해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죠. 단, 반드시 자연사해야 해요. 포경을 하면 고래 몸속에 있던 탄소도 모두 공기 중에 흩뿌려지니까요. 그래서 고래의 개체 수를 늘리고, 그렇게 늘어난 고래가 수명을 다할 때까지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우리가 고래를 지켜줘야 해요. 이렇게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진 않지만 인식 변화가 중요한 문제에 패션계가 함께 나선다면 꽤 괜찮은 환경운동이 되지 않을까요.
 
궤도
과학 커뮤니케이터. 유튜브 과학 채널 〈안될과학〉 진행자. 〈궤도의 과학 허세〉 〈과학이 필요한 시간〉의 저자이자 다양한 방송과 온라인 플랫폼에서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전하며 대중과 과학을 잇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과학이라는 문화로 세상을 바꿀 날을 위해 밤낮없이 새로운 시도를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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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손다예
    사진가 백승조
    헤어 스타일리스트 이혜진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민지
    아트 디자이너 김민정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어시스턴트 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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