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의 기록적 흥행은 단순히 '올해 첫 천만 영화'라는 수식에 그치지 않습니다. 업계 비수기로 꼽히는 2월 개봉에, 장르적 약점(?)에도 이뤄낸 성적이죠. 이로써 〈파묘〉는 한국 오컬트 영화 역사상 최고의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5일 현재 여전히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고요.
'오컬트 외길 인생' 장재현 감독 뿐만 아니라 배우들도 필모그래피에 빛나는 훈장을 추가하게 됐습니다. 먼저 최민식은 한국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한 영화 〈명량〉 이후 10년 만에 두 번째 '천만 영화' 출연자가 됐습니다. 유해진은 〈파묘〉가 네 번쨰 '천만 영화'고요. 김고은과 이도현에게는 처음입니다.
앞서 장재현 감독은 2022년 제26회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의 '괴담비급 클래스'에서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어요. 당시 〈파묘〉 개봉을 기다리고 있던 그는 흥행 성적에 관한 이야기에 소신을 밝혔죠. 감독은 "우리 크리에이터들은 관객 수는 아무 상관 없다. 다 자기 만족"이라며 "그래서 저는 앞으로 제가 만든 영화들, 500만이든 100만이든 1000만이든 상관 없고,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영화를 계속 개척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는데요.
그러면서도 당연히 따르는 전작과의 비교와 부담감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다들 '이번에는 천만 해야지', '〈검은 사제들〉보다 잘 돼야지'라고 하는데, 귀신 장르 어떻게 천만 하냐"라고 너스레를 떨며 웃었죠.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는 '귀신 장르'와 '천만 영화' 둘 다 성공한 셈이네요. 장재현 감독의 다음 귀신 영화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