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마냑의 수호자 플로렌스 카스타레데를 만나다 | 에스콰이어코리아

PEOPLE

아르마냑의 수호자 플로렌스 카스타레데를 만나다

와인을 증류한 술은 우아하다. 그 우아의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술은 코냑의 사촌 아르마냑이다. 프랑스 최초의 아르마냑 주류상으로 시작한 카스타레데 집안의 6대손 플로렌스 카스타레데는 아르마냑의 유구한 전통을 수호하는 천사다.

박세회 BY 박세회 2023.08.01
 
 
방금 제가 테이스팅을 위해 마신 아르마냑은 아르마냑 카스타레데의 시가 컬렉션이었습니다. 무려 25년을 숙성한 제품이에요.
맞아요. 시가를 제대로 천천히 즐기려면 1시간 정도가 걸리죠. 고숙성의 시가 컬렉션을 낸 이유예요. 풍미가 아주 리치해야 시가를 즐기는 그 시간 동안 질리지 않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아르마냑 카스타레데의 기본 숙성 제품 격인 VSOP를 마셔봤는데, 같은 등급의 코냑과 매우 다르더군요. 코냑이 무척 정제된 향을 품고 있다면 아르마냑 카스타레데는 좀 더 활발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느낌이었어요.
제대로 봤어요. 그건 아마도 증류 방식의 차이 때문일 거예요. 아르마냑은 연속 증류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연속 증류 방식은 고순도의 알코올을 뽑아내기 위해 여러 번 증류하는 증류탑 방식의 연속 증류가 아니라 단식 증류기 두 개를 연결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시스템이죠. 우리의 증류 방식으로 뽑아낸 오드비 블랑슈(숙성 전의 화이트 스피릿)는 도수가 상대적으로 매우 낮습니다. 적정 도수로 낮추는 과정을 거칠 때 상대적으로 더 적은 양의 물을 넣게 되니, 높은 농도의 향미 요소들이 같은 단위 안에 포함되어 있는 셈이죠.
다른 오크 통을 사용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리무쟁의 오크를 사용하는 코냑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우리는 아르마냐크 지역인 가스코뉴의 참나무로 오크 통을 만듭니다. 12그루의 나무에서 얻은 55개의 나무조각으로 우리만의 오크 통을 만들죠. 여기에 오드비 블랑슈를 담아 숙성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많은 마법이 통 속에서 일어나겠어요. 그 때문에 모든 통에 담긴 아르마냑은 다들 다른 맛을 품게 되지요. 리무쟁 오크의 경우 대략 200L들이인 반면, 가스코뉴 오크 통은 400L 정도입니다. 크기 때문에 생기는 차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나무가 지닌 향미 물질의 차이가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 밖에도 다른 차이가 있나요?
포도 품종의 차이도 있겠지요. 코냑은 거의 대부분 위니블랑 품종의 포도만을 사용합니다. 우리는 위니블랑 외에도 콜롱바드(Colombard)와 폴블랑슈(Folle Blanche), 바코(Baco) 품종을 사용합니다. 더 복합적인 셈이죠. 그러나 역시 가장 큰 차이는 증류 방식입니다. 전 절대 아르마냑이 코냑보다 낫다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증류소에 따라 모든 아르마냑, 코냑이 다르니까요. 그러나 대체적으로 이렇게 말할 수는 있어요. 아르마냑이 더 많은 향기 물질을 품고 있다고요. 아까 말한 증류 방식 때문입니다. 단식 증류 두 번을 거친 코냑의 오드비 블랑슈는 최소 72도입니다. 우리 증류소에서 연속 증류 한 번을 거친 오드비 블랑슈는 아무리 높아야 55~56도 정도가 최고죠. 이 두 개의 오드비 블랑슈를 40도로 맞춘다고 생각해보세요. 당연히 아르마냑에 더 적은 물을 넣게 될 것이고, 그러니 상대적으로 단위당 더 많은 향미 물질을 품은 셈이 되겠지요. 이건 코냑은 빈티지(포도의 생산 연도를 표기한 제품)를 내지 않지만 아르마냑은 빈티지를 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고도수로 뽑아내고 물을 많이 섞게 되면 빈티지의 특성이 많이 사라지게 됩니다. 아르마냑은 그렇지 않아요. 낮은 도수로 증류하고 물을 적게 섞어 그해의 포도가 가진 특성을 품고 있죠.
카스타레데의 제품들은 바자르마냐크(Bas- Aragmac)에서 난 걸로 알고 있어요. 아르마냐크의 세 지역 중 최고로 쳐주지요.
바자르마냐크 지역은 오래전에 바다였다가 융기된 땅이지요. 큰 자갈과 모래가 섞인 샌디한 토양이 주를 이룹니다. 이곳에서 자라는 포도에 미네랄이 풍부한 이유입니다. 바자르마냐크의 아르마냑들은 좀 더 부드러운 풍미로 유명하지요. 그 외로는 바자르마냐크의 동쪽 지역인 테나레즈가 있고 아르마냐크에서 가장 넓은 오타르마냐크 지역도 있지요.
 
아르마냑 카스타레데의 1962년 빈티지.

아르마냑 카스타레데의 1962년 빈티지.

 
보통은 ‘바자르마냑’이라고 표기할 텐데, 한국에 출시된 것들은 그냥 아르마냑이라고만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건 ‘바(bas)’라는 단어 때문이에요. ‘낮은(low)’이라는 뜻이라 아직 아르마냑이 낯선 한국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기자님이야 아르마냑에 친숙한 분이니 바자르마냑이 오히려 상급품이라는 걸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오해할 수 있잖아요. 아직 아르마냑을 잘 모르는 한국 분들이 많으니 일단 아르마냑을 알려야 한다고도 생각했고요. 그러나 정확하게 말하면 이번에 한국 출시를 위해 들여온 모든 아르마냑 카스타레데의 제품은 바자르마냑입니다. 이 시가 컬렉션만 빼고요. 이것은 테나레즈의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다만 바자르마냑이라고 다 좋고 테나레즈나 오타르마냑은 나쁘다는 편견은 잘못된 것입니다. 제가 테나레즈로 시가 컬렉션을 만든 이유는 모든 아르마냑이 좋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이기도 했어요. 제대로 만든 아르마냑은 모두 훌륭합니다.
카스타레데가 다른 아르마냑들과 다른 점은 뭔가요?
저희 집안은 프랑스에 아직 기차가 생기기도 전인 1832년부터 바자르마냐크 지역의 캐스크를 유통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프랑스 최초의 주류상이죠. 191년, 6대를 거쳐 내려온 집안의 술창고를 생각해보세요. 저희 아르마냑 빈티지 중엔 1893년부터 숙성 중인 것도 아직 있으니까요. 또한 카스타레데의 라인업은 기준 숙성보다 더 오래 숙성된 원액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아르마냑 VSOP의 숙성 기준은 4년인데 카스타레데 VSOP는 최소 8년을 숙성한 원액만을 사용했고, 아르마냑 XO의 기준 숙성은 10년인 반면 아르마냑 카스타레데 오다주(Hors d’Age)는 최소 20년 숙성한 원액으로 블렌딩했습니다. 엄청난 레인지의 원액을 가지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지요. 이번에 한국에 수입된 것만 봐도 1932년부터 2000년대까지 빈티지가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원액을 가지고 있나요?
제대로 헤아려본 적은 없지만, 아주 좋은 질문이네요. 대략 4000개의 오크 통이 있는데 그 외에도 푸르드(foudre, 최대 3만L에 달하는 거대한 배럴)라는 거대한 용량의 통이 8개 정도 있지요.
이번에 아르마냑 카스타레데를 한국에 출시하는 수입사에서 아예 아르마냑 카스타레데의 요소들을 담은 건물을 지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제 친구이기도 한 홍자영 대표와 그녀의 남편 김원 대표가 정말 많은 공을 들인 덕에 한국 시장에 선보이게 되었지요. 한남전당이라는 건물을 세우고 저희 빈야드에 있는 고성 메종 드 마니방의 문짝이며 벽돌 등을 한국까지 공수해와서 인테리어에 사용했어요. 두 사람이 없었다면 한국에 제 아르마냑을 소개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