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의 붐비는 한옥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골목에
풍류가옥이 있다. 무거운 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갈하게 꾸며진 대나무 마당이 반겨주고, 실내에 들어서면 이끼와 바위로 꾸민 실내 정원이 또 한 번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면을 유리로 개방한 한옥이기에 실내에서도 정원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오래된 한옥의 안팎을 매끈하게 개조해 특유의 멋과 운치를 더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현관 쪽에 마련한 실내 정자에선 집의 안팎을 조금 다른 높이에서 조망할 수 있고, 다도를 즐기거나 스크린을 내리면 영화 감상도 가능하다. 세월이 묻은 기둥과 서까래 구조만 두고 공간 구성을 매끈하게 다듬었는데 거의 모든 외벽을 통창으로 시공해 한옥 내부 어디에서든 탁 트인 개방감이 느껴진다. 타박타박 걸어 1410년에 건축된 사원 경기전과 전주 야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오목대, 교동 미술관까지 갈 수 있다.
대부분의 외벽을 통창으로 계획해 탁 트인 개방감이 느껴지는 전주 풍류가옥.
20평 남짓한 도시형 생활 한옥을 현대에 맞게 수선한 스테이. ‘형식을 따르지 않는 자유로움’이란 뜻의 프랑스어 ‘에세(essai)’에 착안해 이름을 붙였다. 큰 틀은 한옥이지만 실내 형식은 그에 얽매이지 않고 동시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쉴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해석했다. 나무로 만든 가구로 채워진 작은 한옥에선 오히려 자연에 한 발짝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비가 내리면 살살 흙 냄새가 올라오는 작은 정원을 바라보며 반신욕을 즐길 수 있는 저쿠지도 실내에 마련돼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안하게 몸을 쉬고 해와 달, 바람을 느끼며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환대를 즐겨볼 만한 집.
인스타그램 @hanok_essay 도시형 생활 한옥을 다듬은 한옥 에세이 서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