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결말같은 공간을 지향하는 'STUDIO FRAGMENT'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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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결말같은 공간을 지향하는 'STUDIO FRAGMENT'

익숙함과 낯섦 사이를 조율하는 스튜디오 프래그먼트의 디자인.

이경진 BY 이경진 2022.08.25
 

건축적 산책을 그리는 STUDIO FRAGMENT

스튜디오 프래그먼트는 좋은 디자인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공간 속에 ‘길과 시선’을 설계하는 특유의 혜안을 보여왔다. 프래그먼트에게서 시각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기보다 공간 이용자가 느끼는 경험을 중시한 디자인이 탄생해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오롱스포츠의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는 그곳에서 전시를 선보이는 글린트와 코오롱스포츠가 원하는 각각의 공간적 방향을 조화롭게 섞는 일이 과제였다. 프래그먼트는 파사드를 폴더 도어로 만들어 외부에서 내부 유입을 쉽게 하면서도, 누군가 들어선 다음에는 밖에서 내부 공간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주고, 이곳에 들어선 사람들의 시야에 공간 전체가 한 번에 들어오지 않도록 설계했다. 진입부에서 아래층 전시공간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이르기까지, 마치 정상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등산하며 반드시 지나쳐야 할 오솔길 혹은 산책로 같은 길을 고안했다. 휴식을 테마로 디자인한 태닝 숍 ‘태닝 인 더 시티’는 태닝을 통한 외적 변화보다 내면 변화에 초점을 맞춘 곳으로 공간 역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곳에서 차분한 경험을 하도록 긴 복도를 만들다. 긴 복도는 숍 내부에 주어진 각각의 공간에서 모두 다른 종류의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한편 숭례문에 등장한 아우어 베이커리는 레트로 무드와 이미지에서 한참 벗어난 모습이다. 콘크리트로 아우어 베이커리가 갖고 있던 양식적인 공간의 포인트를 승화시킨 디자인 역시 프래그먼트의 작품. “언젠가 빵 가게 프로젝트를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디자인 작업을 하며 콘크리트를 자주 다루다 보니 이것이 제빵과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둘 다 움직이는 유체가 고체로 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재미가 있죠. 밀가루 혹은 콘크리트라는 단일 재료로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다른 질감과 톤을 창조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콘크리트를 주 재료로 만든 아우어 베이커리 숭례문의 실내.

콘크리트를 주 재료로 만든 아우어 베이커리 숭례문의 실내.

스튜디오 프래그먼트가 지향하는 공간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새롭게 보이는 건 좋지만 실제로 공간을 실현할 때는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을 적절하게 조율해 공간의 다양한 면을 경험하고 찾아볼 수 있도록 노력한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할 수도, 새로워 보일 수도 있는 공간이기를 바란다. 한 번에 이해되지 않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길을 따라가며 서서히 알게 되는 공간을 지향한다. 영화 혹은 드라마의 ‘열린 결말’과 같은 공간을 완성하고 싶지만 ‘열린 결말’을 제대로 맺기 위해서는 잘 짜인, 의도된 시나리오가 필요하지 않나. 그런 결말을 위한 시선과 동선을 제어하길 좋아한다.
 
시선과 동선을 적극적으로 제한한 프로젝트 팔레트 H.

시선과 동선을 적극적으로 제한한 프로젝트 팔레트 H.

디자인 원칙이 있다면
방식에 관해 말하자면 우리 작업은 파괴하고 재배치하기의 반복이다. 어떤 특성을 지닌 공간인가에 따라 다르지만 형식이나 관계 혹은 구조를 다 부순 다음, 다시 직조하고 배치하는 작업을 좋아한다.
 
외부 경관이 아닌 내부로 시선을 모으기 위해 설치한 제주 일일시호의 파빌리온.

외부 경관이 아닌 내부로 시선을 모으기 위해 설치한 제주 일일시호의 파빌리온.

좋은 공간이 지녀야 할 조건은
적당함 혹은 적절함. 물론 우리 또한 적절하고 적당한 공간을 만들고 있는지 돌아봐야겠지만 너무 다른 방식으로 해석해 공간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공간이 필요로 하는 것과 그곳이 지녀야 할 가치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외부 경관이 아닌 내부로 시선을 모으기 위해 설치한 제주 일일시호의 파빌리온.

외부 경관이 아닌 내부로 시선을 모으기 위해 설치한 제주 일일시호의 파빌리온.

오랜 영감이 돼온 장소는
영국 런던의 바비칸 센터 혹은 강원도의 뮤지엄 산 같이 건축적 산책이 이뤄지는 장소들.
 
긴 복도를 계획해 다양한 공간과의 접점을 늘린 태닝 인 더 시티.

긴 복도를 계획해 다양한 공간과의 접점을 늘린 태닝 인 더 시티.

최근 작업 중인 프로젝트
가회동의 민주킴 쇼룸을 계획하고 있다. 설계는 거의 완료된 상태다. 1980년대에 생긴 구옥으로 구조는 콘크리트인데 양식은 한옥인, 개성 있는 건물이다. 또 스튜디오 프래그먼트의 사무실 아래층 공간을 빌려 확장해 두었다. 언제나 어떤 목적에 맞는 장소를 계획하며 작업하다 보니, 어떻게 사용해도 되는, 기능을 부여하지 않은 다목적의 빈 공간을 마련해 보고 싶었다. 전시처럼 다양한 사건과 프로그램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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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경진
    COURTESY OF STUDIO FRAGMENT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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