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모더니즘의 얼굴 || 엘르코리아 (ELLE KOREA)
DECOR

하와이 모더니즘의 얼굴

20세기 현대건축을 대표한 건축가 오시포프의 '릴제스트랜드 하우스'.

이경진 BY 이경진 2022.08.11
 
하와이의 조경 건축가 캐서린 톰슨이 담당한 가든 디자인. 장기간 유지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그간 변화를 겪었지만 릴제스트랜드 재단은 원안의 구성 요소를 선택적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하와이의 조경 건축가 캐서린 톰슨이 담당한 가든 디자인. 장기간 유지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그간 변화를 겪었지만 릴제스트랜드 재단은 원안의 구성 요소를 선택적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하와이 오아후 섬의 호놀룰루.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탄탈루스 산 경사면에 자리한 릴제스트랜드 하우스(Liljestrand House)는 20세기 중반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뛰어난 사례로 손꼽힌다. 탄탈루스의 산능선은 도시의 여느 산과 달리 여전히 인적 드문 삼림보호구역이다. 도시 수로도 없고 쓸 만한 부지는 몇 안 되면서도 그리 비싸지 않았던 시절에 이 땅을 알게 된 하워드 & 베티 릴제스트랜드 부부는 집을 설계해 줄 완벽한 건축가를 물색한 끝에 블라디미르 오시포프(Vladimir Ossipoff)를 만났다. 오시포프는 하와이에 유수의 현대건축물을 설계하며 이름을 날린 건축가다. ‘하와이 미드센추리 디자인의 거장’이자 ‘최고의 웨스트 코스트 건축가’라는 수식도 따른다. 전성기였던 50~60년대, 오시포프는 하와이의 열악한 건축설계와 무분별한 개발에 맞서며 섬 전역에 수백 개의 개인주택과 교회, 공항 터미널과 상업 건물을 설계했다. 호놀룰루 다운타운에 있는 벌집 같은 외관의 IBM 빌딩부터 하와이에서 가장 저명한 저택 중 하나인 이곳 릴제스트랜드 하우스까지, 그가 특정 형식에 머물지 않고 다양하게 펼친 작품들은 지금까지도 하와이 현대건축물의 최전선으로 여겨진다.
 
하와이의 조경 건축가 캐서린 톰슨이 담당한 가든 디자인. 장기간 유지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그간 변화를 겪었지만 릴제스트랜드 재단은 원안의 구성 요소를 선택적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하와이의 조경 건축가 캐서린 톰슨이 담당한 가든 디자인. 장기간 유지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그간 변화를 겪었지만 릴제스트랜드 재단은 원안의 구성 요소를 선택적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건축가는 사회학자이면서 변호사이고, 심리학자여야 합니다. 인간의 본성을 알아야 하죠.” 오시포프의 이 같은 건축철학과 독창적인 디자인 세계를 또렷이 읽을 수 있는 릴제스트랜드 하우스는 지난해 말 건축주와 그의 자손에 이르기까지 개인 저택으로 사용된 시대를 마치고, 재단을 설립하면서 공공에 개방됐다. 콘크리트 블록으로 지은 옹벽과 나무 프레임을 토대로 1952년에 완공된 이 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우아한 삼각형의 랩 어라운드 데크. 2층 거실에서 돌출된 이 데크에 서면 호놀룰루의 다이아몬드 헤드와 펀치볼의 국립태평양기념묘지까지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다. 두 개의 테라스와 간이 차고, 수영장을 지닌 기다란 형태의 집을 지을 때 건축가에게 릴제스트랜드 부부가 제시한 까다로운 요구사항보다 더욱 과제가 된 것은 변화무쌍한 일일 기상조건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햇빛 ‘쨍’한 날씨와 비바람이 오가는 탄탈루스 언덕 위에 짓는 집은 자주 내리는 소나기로부터 잘 보호되면서도 시원한 바람을 끌어들일 수 있어야 했다.
 
열대 지역에서 재해석된 모더니즘 건축을 보여주는 주택. 1층에는 긴 처마가 되고 2층에서는 넓은 테라스로 사용되는 랩 어라운드 데크가 눈길을 끈다.

열대 지역에서 재해석된 모더니즘 건축을 보여주는 주택. 1층에는 긴 처마가 되고 2층에서는 넓은 테라스로 사용되는 랩 어라운드 데크가 눈길을 끈다.

오시포프는 러시아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캘리포니아에서 건축을 공부한 뒤 하와이로 이주한 이래 일생의 대부분을 하와이에서 보냈다. 그는 이 섬의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면서도 다양한 기후에 반응하고, 공간적으로 유연하며,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지어야 한다는 하와이 건축의 기반을 닦았다. 릴제스트랜드 하우스는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요소들이 결합해 완벽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보여준다. 대지와 완벽히 통합을 이룬다는 평가를 받는 우아한 집은 대지와 빛, 기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시에 일본의 건축기술과 현대건축 원리를 비롯해 동서양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반영했다. 일본어에 능한 오시포프는 하와이에 거주하는 일본인 장인들과 목수들을 등용해 하우스 안팎을 시공했다. 그 결과 특유의 장인 정신이 녹아 있으면서 집과 자연 세계가 조화로운 집이 탄생할 수 있었다.
 
완전히 야외와 연결된 1층 공간.

완전히 야외와 연결된 1층 공간.

 
유연하게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연출한 저택의 공간들.

유연하게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연출한 저택의 공간들.

 
유연하게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연출한 저택의 공간들.

유연하게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연출한 저택의 공간들.

 
유연하게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연출한 저택의 공간들.

유연하게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연출한 저택의 공간들.

 
유연하게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연출한 저택의 공간들.

유연하게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연출한 저택의 공간들.

 
임스 DCM을 둔 파우더 룸. 계단과 붙박이장, 조리대 등 필요한 여러 구조와 가구를 모두 거대한 나무 하나로 만들었다.

임스 DCM을 둔 파우더 룸. 계단과 붙박이장, 조리대 등 필요한 여러 구조와 가구를 모두 거대한 나무 하나로 만들었다.

 
 
집의 어떤 공간에서든 멋진 뷰가 펼쳐진다. 멀리 다이아몬드 헤드가 보이는 2층 거실 뷰와 파노라마 창문이 보이는 침실.

집의 어떤 공간에서든 멋진 뷰가 펼쳐진다. 멀리 다이아몬드 헤드가 보이는 2층 거실 뷰와 파노라마 창문이 보이는 침실.

 
탄탈루스 언덕이 지금보다 훨씬 무성한 숲이었던 시절, 릴제스트랜드 하우스의 초창기.

탄탈루스 언덕이 지금보다 훨씬 무성한 숲이었던 시절, 릴제스트랜드 하우스의 초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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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경진
    사진 최용준
    courtesy of liljestrand foundation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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