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작가 6인의 지금으로 보는 '유연한 경계들' #인싸 전시_43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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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 작가 6인의 지금으로 보는 '유연한 경계들' #인싸 전시_43

가장 뜨거운 젊은 작가들의 작품 세계.

라효진 BY 라효진 2022.01.28
‘이미지’라는 단어는 사상을 시각적으로 매체에 정착시킨다는 뜻을 지닌다. 〈유연한 경계들〉은 젊은 작가 6인의 다채로운 작품 세계, 캔버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정착한 그 심상이 눈과 가슴에 동요를 일으키는 전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2미터가 넘는 캔버스에 네 개의 장면이 수직으로 배열된 그림이 관객을 맞이한다. 등단 소설가이기도 한 1990년생 화가 강철규는 문학 작품을 창작하는 것처럼 특정 서사를 캔버스에 이식한다. 계절에 따라 극단적으로 변화하는 숲의 모습을 그린 〈관통〉(2021)은 오늘날 심각해져 가는 기후 위기의 현실을 떠올리게도 하고 텍스트보다 자유롭고 복합적인 이미지의 매력을 일깨우기도 한다. 
 강철규_2021_관통_캔버스에 유채_227 x 181 cm

강철규_2021_관통_캔버스에 유채_227 x 181 cm

 
맞은편에는 파란색 보트를 타고 시끌벅적한 피크닉을 떠나는 듯한 곰돌이들의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얼음 위의 일광욕〉(2021) 기호처럼 표현된 파도와 의인화된 곰의 생생한 표정, 역동적인 필치로 유려하게 표현한 긴박감은 익살스러우면서도 어쩐지 풍자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배윤환_2021_얼음 위의 일광욕_캔버스에 유채_112x145 cm

배윤환_2021_얼음 위의 일광욕_캔버스에 유채_112x145 cm

 
코너를 돌면 아이패드만 한 거울에 ‘하아’라고 적혀 있다. 입김을 불어 뿌예진 거울에 검지로 새긴 폼이다. 우리 각자의 삶이 ‘노동’을 매개로 어떻게 사회구조와 연결되어 왔고, 미술이 어떻게 그러한 시스템에 반문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에 주목해온 이의성 작가. 도로에 면한 별도의 전시 공간에 설치된 〈Thermo°layer〉(2019)는 얼핏 보면 일반적인 격자 유리 창문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에어캡을 모방하여 만든 왁스 패널임을 알 수 있다. 실소가 터져 나오고 그 다음 순간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이다.  
이의성_2021_하아_거울, 알루미늄에 스프레이, 25 x 34cm

이의성_2021_하아_거울, 알루미늄에 스프레이, 25 x 34cm

 
‘가짜 창문’ 맞은편엔 부옇게 빛나는 회색의 꽃가지들이 좁고 긴 형태의 캔버스에 늘어뜨려져 있다.(〈Silver Plant 4, 3, 2, 1〉(2021) 건축 자재 같아 보이긴 하지만 정확히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물들이 다소 어색하게 모여 있는 장면을 그리는 노은주 작가는 독특한 프로세스를 통해 작품을 제작한다. 먼저 어떤 장면을 종이에 드로잉하고 이를 바탕으로 직접 모형을 만들어 모호한 물체들의 연극적인 세팅을 본격적으로 캔버스에 옮긴다. 인스타그램에 조금씩 다른 앵글로 찍은 사진 여러 장을 묶어 올리듯이 세 작품이나 네 작품이 하나의 시리즈가 되는 노은주의 작품은 다른 회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공간감을 감각하게 한다.
Installation view of 'The Flexible Boundaries' at Gallery Baton, Seoul, 12 Jan - 12 Feb, 2022 (5)

Installation view of 'The Flexible Boundaries' at Gallery Baton, Seoul, 12 Jan - 12 Feb, 2022 (5)

 
캔버스에 아크릴로 형상을 표현하고 그 위에 색실로 자수를 놓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최수정 작가의 〈굴절〉(2021) 연작은 어린 시절 유행했던 ‘매직 아이’가 떠오르게 한다. 열대 기후의 숲을 촬영해서 크롭 한 듯한 화면은 그 컬러가 독특하다. RGB 컬러 메커니즘에 기반하여 재 코딩하는 방식으로 생성된 컬러는 원본의 외양은 유지한 채 경계가 번진듯한 착시를 일으키며 삼차원적으로 보인다.  

Installation view of 'The Flexible Boundaries' at Gallery Baton, Seoul, 12 Jan - 12 Feb, 2022 (4)

Installation view of 'The Flexible Boundaries' at Gallery Baton, Seoul, 12 Jan - 12 Feb, 2022 (4)

 
마지막으로 이채은 작가의 그림에는 15세기의 천사부터 21세기의 인플루언서까지 경계 없이 등장한다. 얀 판 에이크나 히치콕의 작품처럼 유명한 명화와 영화를 오마주 하거나 각종 대중문화 코드를 패러디하고 정치 사회적 이슈를 혼합하여 화면을 가득 채운다. 하루에도 별별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한국 사회의 모습과 포개지기도 하고 시각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작 무엇 하나도 오롯이 경험할 수 없는 현대 사회의 특성이 연상되기도 한다. 비비드 한 컬러, 속도감이 느껴지는 붓질, 지워진 듯한 부분은 이제 막 작업을 끝낸 것 같은 생기와 즉흥성으로 가득하다.  
이채은_2021_Overlaid Marbles_oil on linen_162 x 260 cm

이채은_2021_Overlaid Marbles_oil on linen_162 x 260 cm

 

2월 12일까지
갤러리 바톤
 
 

#인싸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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