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글로벌의 이승재 대표는 세계적인 뉴스 채널 CNN의 영감을 받고 2021년 1월 CNN어패럴을 론칭했다. 평소, 건축, 박물관, 첨단기기 등 패션 이외의 분야의 제품을 실제 접하고 느끼면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새로운 브랜드와 상품을 창조하는 이승재 대표는 CNN의 어떤 점을 주목했던 것일까.
또 다른 이유로는 CNN의 오랫동안 축적된 양질의 해리티지 때문이었습니다. CNN은 ‘Go There’라는 슬로건 아래, 세상의 가치 있는 일들을 직접 뛰고 취재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주잖아요. CNN 내 우리가 익히 아는 정치, 비지니스, 경제 분야 이외에도 스타일, 트래블, 테크, 스포츠 등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가 충분히 있으니 패션에 접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10여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CNN 라이선스를 획득하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사실이 그랬다. 이승재 대표는 20여년간 어패럴 사업에 몸을 담았는데 스톤글로벌을 운영하기 전까지 다닌 회사는 휠라 코리아와 데상트 단 두 곳뿐이었다. 확실한 타이밍이 오기 전까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승부사였던 이승재 대표는 4개월 간의 설득 끝에 2020년 12월 24일, CNN의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물론, 처음부터 설득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미디어 그룹 CNN에게 다양한 사업 제안이나 제휴를 요청하는 곳은 정말 많을 것이기 때문에 CNN을 설득하려면 명분과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했다.
2000년대 초, 중반, 1020세대들이 기능성이 강조된 아웃도어 브랜드를 패션처럼 입기 시작했다. 이어서 중, 장년층들 사이에서도 정통 아웃도어 스타일이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국내 의류업계는 최근까지도 아웃도어 브랜드가 잠식했다. 그러다 보니 등산이 주 목적이었던 아웃도어 옷차림은 사실상 트랜디한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고 멋을 내고 싶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선호하지 않는 스타일이 됐다.
“지금의 여의도로 사무실을 옮기고 어떤 스타일의 옷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때였어요. 팀 미팅을 진행하던 중 최준호 상품기획 이사가 ‘여의도에 오면 수트 차림의 사람들만 다닐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라는 얘기를 했어요. 그러고 보니 좀 더 간편하고 실용적인 옷을 입은 직장인이 많았습니다. 테니스를 친다고 테니스 웨어만을 입는 시대가 아닌 거죠.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사람들은 바쁜 와중에 시간과 장소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시간을 줄이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았죠. 그래서 고 기능성 옷에 세련미를 더해서 여러 벌의 옷을 고민할 시간을 줄여준다면 통하겠구나 생각을 했어요. 호텔에서 조식 뷔페를 먹으러 갈 때도, 비즈니스 미팅 때도 격식을 갖춘 멋진 옷이라면 소비자들이 많이 찾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세 가지 라인의 특징만 살펴봐도 CNN어패럴의 타깃층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실용적인 도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면서도 출장과 여행이 잦고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패션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한다면 패션을 통해 가치 소비를 즐기는 똑똑한 소비자들이다.
“CNN은 대표적으로 지적인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 즐겨보는 매체이자, 젊은 구독자들이 꾸준히 유입되는 채널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같습니다. 요즘 트렌드에 능하고 제품을 통해 가치 소비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아주시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CNN어패럴에 스토리와 가치를 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 9월, 스타일 라인에서 북극곰, 퍼핀, 슈가 글라이더, 꿀벌을 그래픽화해서 만든 GBP(Great Big Planet)시리즈를 출시했어요. 이는 CNN이 론칭했고 유튜브에서 600만 구독자를 보유 중인 GBS(Great Big Story)에서 멸종 위기 동물 편에서 다뤘던 동물들에 영감을 얻어 작업한 것이죠. 현재 GBB(Great Big Bites)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구상 중이고 이외에도 죽기 전에 가 봐야할 휴양지나 제주 해녀 이야기처럼 CNN의 아카이브를 활용해 스토리가 있는 상품을 기획할 계획입니다. CNN어패럴은 계속해서 가치를 만들고, 소비자들은 스스로 좋아하는 가치를 따르고 즐기신다면 결국,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싶어요.”
CNN어패럴은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제품을 통한 가치 소비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처음 구성원을 모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뽑았다. 휠라 코리아에서 근무한 후 I.M.Z premium를 비롯, 유명 해외 브랜드 편집 숍을 총괄한 경험이 있는 최준호 상품기획 이사와 고프로 코리아 브랜드 매니저 출신의 이수헌 마케팅 팀장까지 모두 지금의 CNN어패럴을 만들고 운영 중인 크루들이다. CNN어패럴 ‘어벤져스’의 향후 계획은 무엇일까.
“현재 신발 상품을 구상 중이고 골프 라인을 추가할 생각입니다. 브랜드 확장에 있어서 빠르고 공격적으로 하되, 집중해야 할 부분을 우선적으로 정해서 진행할 것이고요. 새로 출시됐다가 금세 접는 브랜드를 보면 유통망 확보에만 혈안이 돼서 무리하게 확장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CNN어패럴은 그런 과오를 범하는 브랜드로 남지 않도록 준비할 것입니다.”
CNN어패럴은 정식 론칭한 지 2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AK플라자 수원점 매장을 시작으로, 주요 백화점 및 주요 가두 상권에 14개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특히, SNS에 능숙한 20~40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서 CNN어패럴의 브랜드 인지도가 날로 성장하는 점이 고무적이다. CNN어패럴이 론칭 초반, 반응이 좋은 이유는 CNN이 미디어로서 쌓아온 대중과의 신뢰가 컸을 것이고 이어서 CNN에서 옷을 만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마음 속에 피어 오르는 지적인 호기심을 건드린 점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트렌드 세터’의 마음을 사로잡은 진짜 이유는 요즘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게 옷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옷을 고르는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기능성, 세련미까지 더한 데다가 가치 소비가 가능하도록 메시지를 담은 제품이다 보니 사람들에게 통하는 것. 어반 액티비티 라이프 웨어 CNN어패럴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