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이 거리를 가득 메우는 연말. 한 해가 벌써 지나갔다는 당혹스러움은 잠시, 12월 한 달 내내 가득할 송년회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입꼬리가 움찔거린다. 백화점에 가면 괜스레 화려한 옷에 눈길이 가고, 평소에는 과해 보이기만 하던 옷과 액세서리를 들었다 놨다 하기 일쑤.
하지만 연말이라고 과욕을 부리면 마치 이날만을 기다려온 공작새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건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겠지?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건 힘을 덜어내는 기술. 휘황한 슈트와 드레스 셔츠, 도련님 같은 보타이와 커머번드, 번쩍이는 이브닝 슈즈도 연말엔 물론 당연하지만, 이 모든 걸 퍼즐 맞추듯 갖춰 입기보다는 몇 가지 변주를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구색을 위해 이브닝 재킷은 꼭 갖춰 입되 청바지나 캐주얼한 조거 팬츠와 함께 입는 것. 샌님처럼 보일 법한 보타이나 커머번드는 생략. 드레스 셔츠의 단추는 과감하게 풀어 헤치거나 쾌활한 무늬가 가득한 하와이안 셔츠 혹은 빈티지 티셔츠로 대체하는 것도 좋은 시도다. 이번 연말엔 갈고 닦지 않고도 충분히 멋스럽고 호방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