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출한 슈트를 입은 남자와 만남을 가진 기억이 있다. ‘요즘도 소개팅에 정장을 입고 나오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여기서 굳이 직유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이 사람의 남다른 센스를 발견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특별함을 과장하는 무언가는 아니었다. 그 남자는 남들이 흔히 호기심을 느끼는 액세서리를 착용하지도 않았고, 통통 튀는 색으로 스타일적 재미를 요리할 수 있는 부류도 아니었다. 그저 옷을 잘 입고 싶은 ‘흔한 남자’ 정도일 뿐. 이 남자에게 패션에 대한 철학을 묻는다면 실례가 됐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 것은 없었을 테니까. 그의 스타일에 호기심을 느끼게 한 장본인은 다른 것도 아닌 줄무늬 패턴이었다. 존재감을 내뿜지 않는 은은한 매력이 시선을 끌어당겼고, 다음 만남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백 마디 말보다 한 가지 센스가 가진 매력의 교훈을 배웠달까. 뭐가 됐든 스트라이프 패턴은 예나 지금이나 풍성한 재밋거리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