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익숙함과 낯섦 사이를 배회하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한국의 익숙함과 낯섦 사이를 배회하다

2008년에 있었던 최악의 경험은 ‘매그넘 코리아 전’을 보러 간 일이었다. 매그넘이 본 한국은 정말 윤기 없고 식상했다.

ELLE BY ELLE 2010.08.16


마이클 웨슬리, B3246-Stilleben, 2008


2008년에 있었던 최악의 경험은 ‘매그넘 코리아 전’을 보러 간 일이었다. 매그넘이 본 한국은 정말 윤기 없고 식상했다. “한국이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독특한 문화적·역사적 배경 때문이다”라고 했던 어느 사진가의 인터뷰가 너무 낯 뜨겁게 다가왔다. 세계 최고의 다큐멘터리 사진 그룹이 이렇게 사진을 못 찍는가 하는 생각에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몹시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다. 그 후 한동안 “왜 그들의 사진이 이토록 볼품없게 보일까?” 하고 심사숙고하게 되었다. 한참이 흐르고 나서야, 그 이유를 자크 오몽의 <영화와 모더니티>에서 찾게 되었다. 원래 이 책의 제목은 <모던?: 영화는 어떻게 가장 독특한 예술이 되었는가?>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영화가 모던이라는 개념과 맺어온 관계를 연구하면서, 복잡하고 이질적인 모던의 의미를 탐구한다. 오몽은 영화가 언제 모던과 조우한 일이 있었는지 반문한다. 모던은 영화에 도착하자마자 새롭지 않은 과거의 것이 된다고 말한다. 사진의 역사에서도 이런 질문은 유효하다. 오래전 문화 연구로 먹고사는 식자들이, 한국 사회를 삼겹살 문화라고 이야기하던 적이 있었다. 전통(비근대), 모던(근대), 포스트모던(탈근대)이 모두 공존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이런 평가에 대해 아직도 이견이 없다면 한국의 문화를 포착 는 일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된다. 매그넘 작가들이 사적인 시선으로 우리의 전통을 봤을 때, 이것은 내게 진부한 일이었다. 우리의 모던을 포착했을 때 그건 이미 고루한 현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안타깝게도 미래를제대로 제안한 적이 없었다.



마이클 웨슬리, Deoksugung Palace, Seoul, 2005


하이데거식으로 말하자면 ‘과거를 사유함으로써 미래를 이야기하기’로 함께 나아갈 수 없었다. 이런 가능성을 엿본 것은 뜻밖에도 독일 작가 마이클 웨슬리의 전시였다. 그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뉴욕 MoMA의 개보수 공사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한 작업(오픈 셔터 프로젝트)을 마친 후, 2005년부터는 일련의 한국 풍경들을 담아냈다. 김해, 부산의 풍경이나 자유로와 통일전망대에서 북한을 바라본 풍경을 보고 놀랐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의 사진만 보고는 어떤 장소인지 알 수가 없었다. 수평선을 기점으로 하늘색과 녹색, 혹은 갈색과 푸른색으로 갈라질 뿐이다. 다양한 색채만이 수평으로 쭉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모 전시회에서 그의 사진을 멀리서 보았을 때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추상화인 줄 알았다. 그러나 웨슬리가 장시간의 노출을 통해 얻어낸 이미지들이었다. 본래의 모습을 잃고 시간 속에서 희미해져버린 이미지들은 현실에선 볼 수 없는 ‘어떤 풍경’으로 존재하고 있다. 또한 남대문시장과 탑골공원의 풍경 역시 장시간의 노출을 통해 일시적으로 공간을 차지했던 인물들을 신기루(유령의 흔적)처럼 지워버린다. 웨슬리의 사진에는 외국인으로서(제3자 혹은 타자로서) 한국에 다가서는 방법이 담겨 있다. 그가 렌즈로 포착한 한국적인 것은 시간의 지속을 통해 회화적인 구도와 이미지로 자리를 잡는다. 놀라운 것은 그의 회화적 사진이 비일상성의 낯선 실험으로 멈추지 않고, 어떤 정서와 감정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진은 묘한 향긋함과 포근함을전달한다. ‘Korea Landscape(한국의 풍경) 전’은 그동안 더 컬럼스에서 봤던 마이클 웨슬리의 전시를 총망라하고 있다. 8월 28일까지, 더 컬럼스 갤러리.



1 워커 에반스
워커 에반스는 다큐멘터리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연작가다. 일반적인다큐멘터리 사진과는 달리조형적인 공간성을 실험했다. 도시의 구조물들을 추상적으로 찍던 에반스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농업안정국(FSA)에 들어가 피폐한 농촌의 풍경과 노동자의 삶을 담아냈다. 에반스의 1930~40년대 대표 사진 140점이 소개되는 회고전이다. 한미사진미술관. DATE 9월 4일까지 TEL 418-1315
2 영국 근대회화 展
18~19세기 영국 근대 풍경화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는 전시. ‘터너에서 인상주의까지’라는 부제를 단 전시는 윌리엄 터너와 존 컨스터블을 비롯해 낭만주의 화가 80여 명의 작품 116점을 선보이고 있다. 터너의 진면목을 보기에는 작품 수가 부족하지만, 영국 풍경화가 19세기 말 프랑스 인상파에 미친 영향을 느끼기엔 모자람이 없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DATE 9월 26일까지 TEL 325-1077
3 오토 딕스
1891년에 독일 게라에서 태어난 화가이자 판화가인 오토 딕스는 1920년대 ‘신즉물주의’의 대표 작가다. 드레스덴 분리파 창립자의 한 사람으로, 1923년에는 다다이즘으로 전향했다. 이번 전시에는 반전미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던 1924년 동판화 연작 <전쟁>과 1920년과 1924년 사이 사회 비판적 테마로 집중 제작된 ‘비판적 그래픽’ 작품들 총 86점이 소개된다. 대전시립미술관. DATE 9월 26일까지 TEL 042-602-3200



*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8월호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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