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여행 마니아들이 보내온 도시 컬러칩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세계의 여행 마니아들이 보내온 도시 컬러칩

리투아니아에선 핑크색 수프를 먹고, 카몰리의 건물은 온통 오렌지 빛이다. 하나의 색으로 강렬하게 기억된 도시들. 세계의 여행 마니아들이 보내온 도시 컬러칩.

ELLE BY ELLE 2010.07.27


santa monica honey blonde

작년 4월, ‘캘리포니아 소녀’를 컨셉트로 사진 작업을 하기 위해 샌타모니카로 떠났다. 흔히 ‘캘리포니아 드림 걸’을 떠올릴 때 샌타모니카 해변에서 일광욕하는 금발의 미녀를 떠올리니까. 샌타모니카에 가기 직전, 모델의 휴대폰이 망가져 연락 두절, 카메라와 소품을 잔뜩 짊어진 난 발만 동동 구르다 미리 지쳐버렸다. 하지만 이 모든 피로는 샌타모니카에 도착하는 순간 강렬한 태양빛에 녹아버렸다. 샌타모니카는 따뜻하고, 유혹적인 황금색으로 빛났고, 1960년대 빈티지 수영복을 입은 모델의 금발은 눈부시게 찰랑거렸다. 만약 이 달콤한 색을 느껴보고 싶다면 샌타모니카 부두를 산책하거나 설사 그곳이 아니더라도 화창한 오후 해변가에 하릴없이 누워보길.
www.jenaardell.com 제나 아델(Jena Ardell)·포토그래퍼



iceland blue-gray

일러스트레이터 겸 프리랜스 사진작가로 일하는 나는 색감에 민감한 편이다. 여행 다녀온 도시마다 색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하얀 안개의 도시 샌프란시스코, 숙소마다 붉은 침대가 있던 베를린, 노란색 꽃이 흐드러지게 핀 로스앤젤레스 변방의 언덕들. 이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곳은 아이슬란드다. 빙산과 화산, 온천의 열기 때문인지 하늘과 땅의 경계 없이 하나로 이어진 뿌연 도시. 회색과 푸른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그 묘한 색감이 마치 딴 행성에 온 듯하다.
www.carmenwinant.com  카르멘 위넌트(Carmen Winant)·포토 그래퍼




rome vanilla

로마의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주변의 모든 것이 먼지에 뒤덮여 바닐라 빛과 금빛을 띠었다. 마치 모래바람이 부는 남부의 오래된 마을 같달까. 나와 내 연인은 로마의 언덕에 올라서 담배 한 대를 피우며, 이 먼지가 가라앉길 빌었다. 하지만 희뿌연 바닐라 빛 하늘, 그 불투명함이  내 과오를 숨겨주는 듯 느껴져  이내 편안해졌다. 언덕 아래로 시선을 돌리자 로마 제국보다 더 오래된 듯한 진녹색 나무들이 하늘로 날아갈 듯 길게 뻗어 있고, 나무 너머로 보이는 로마 시내는 마치 불에 녹인 설탕 같았다. 아주 달고 따뜻한.
www.anakras.com 애나 크라스(Ana Kras)·아티스트




furano purple

겨울의 홋카이도가 설원의 순백이라면 여름의 홋카이도는 보랏빛이다. 홋카이도 중앙에 위치한 후라노라는 작은 마을. 이곳은 일본 최대의 라벤더 생산지다. 트랙터를 타고 다녀야 할 정도로 드넓은 대지에 펼쳐진 보라색 라벤더 꽃.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허영의 보라색이 아닌, 두근거림 뒤에 편안함을 가져오는 겸손한 보라색. 후텁지근한 여름 공기를 타고 오는 라벤더 향 또한 그 빛깔만큼이나 사람을 취하게 한다. 조만간 누군가와 함께 가려 한다. 라벤더의 묘약 덕에 어떤 용기든 낼 수 있을 듯하다.  정현석·포토그래퍼



durban pop pink

네덜란드에서 BCXSY라는 디자인 듀오로 활동 중인 나. 얼마 전 원시적인 컨셉트의 디자인을 구상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항구도시 더반, 그 안에 타지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미지의 마을 줄루(Zulu)를 방문했다. 이곳의 집들은 밝고 원색적인 컬러로 꾸며졌는데, 우리 숙소 역시 팝핑크의 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들에게 이유를 물으니 그저 밝은 색이 주는 경쾌한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친절하고 활달한 그들의 성향 탓이리라. 디자이너도 놀랄 만큼 미적 감각이 뛰어난 줄루. 영감을 원하는 아티스트라면 한 번쯤 방문해보길.
www.bcxsy.com 보아즈 코헨(Boaz Cohen)·제품 디자이너



lithuania pink

일본에서 에디터로 일하던 시절, 리투아니아로 로케이션 촬영을 떠났다. 리투아니아 현지의 발레리나를 모델로 패션 화보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는데, 나와 스태프들은 런던이나 파리가 아닌 생경한 도시로의 출장에 초긴장 상태였다. 다행히 리투아니아는 카메라를 대는 곳마다 화보였다. 동행한 포토그래퍼의 첫 사진집 표지가 그때 찍은 사진이었을 정도. 이곳의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컬러풀한 옷, 특히 분홍색 옷을 즐겨 입었다. 또 모든 레스토랑에선 핑크색 수프가 나왔는데(당근과 빨간 무를 끓여 크림을 섞어 먹는 수프인데 맛이 최고다), 아마도 리투아니아인들의 핑크 사랑은 이 전통 음식만큼이나 오래된 듯 싶다.
www.nakakobooks.com 나카코 하야시(Nakako Hayashi)·독립 매거진 발행인



*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7월호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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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김나랑
    포토 제니 아델, 카르멘 위넌트, 애나 크라스, 한혜진, 정현석, 보아즈 코헨, 나카코 하야시, 플뢰르 오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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