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동물 책 || 엘르코리아 (ELLE KOREA)
SOCIETY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동물 책

마음에 위안을 얻고 싶을 때 제가 펼쳐 보는 책들을 소개합니다. 숙희에게는 미안하지만 다른 동물들의 사진집이나 에세이 책을 보며 웃고 울다 보면 속이 시원해지곤 하거든요

ELLE BY ELLE 2016.12.08




<TRIPDOGGIE>

권인영, 땡큐스튜디오



트립도기는 반려견 전문 스튜디오인 땡큐스튜디오에서 낸 첫 번째 사진집이다. 이미 인스타그램에서 수많은 팬을 거느린 보더콜리 페퍼와 포토그래퍼 권인영이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등 3개국을 여행하고 담은 사진을 책으로 담은 것. 이미 인스타그램(@in0gun, @tripdoggie)에 실시간으로 공개된 컷들도 많지만 2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책으로 볼 때의 그 감동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멋진 유럽의 풍광이 페퍼의 눈에는 어떻게 담길지, 페퍼의 머릿속에는 어떤 기억으로 각인될지 궁금해진다. 무엇보다 숙희를 산책시킬 때마다 큰 개를 싫어하는 누군가를 만나지 않을까, 힐난하는 눈빛을 받지 않을까, 남들이 안 치운 개똥을 보며 우리 숙희가 범인이라고 오해하진 않을까 매일 같이 맘 졸이는 에디터로서는 한국에 비해 개들에게 조금은 더 개방적인 유럽의 환경이 부럽기만 할 뿐. 한국에서 개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페퍼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기차를 타고, 바닷물에 뛰어드는 모습에 누구나 부러움이 앞설 것이다. 이 책에 더욱 애착이 가는 이유는, 페퍼가 파리 여행을 할 무렵 에디터 역시 파리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 막 지나쳐온 마레의 골목길 사진이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것을 보며 '좀만 더 있다 올 걸! 그러면 페퍼를 만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에 호텔 방에서 이불을 뻥 차기를 여러 번. 결국 페퍼가 파리를 떠날 때까지 마주치지는 못했다. 평균 수명 15년 남짓한 개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불 꺼진 집에서 주인을 기다리며 보낸다는 건 너무나 슬픈 일이다. 그걸 CCTV로 지켜보는 인간의 삶도 짠하다. 인간에겐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족, 회사 동료, 친구들이 있지만 개들에게는 오직 주인 밖에 없기에, 커버에 크게 쓰인 ‘My Life is Too Short’라는 글이 가슴에 더욱 절절히 와 닿는다.




<개를 그리다>

정우열, 알에이치코리아



제주에 정착한 만화가 정우열이 그의 반려견 소리, 풋코와 함께 한 추억을 그림과 사진으로 담은 에세이다. 트위터에서 이미 인기를 끌던 유명 견(!)들이지만 다시 봐도 재밌다. 바다 수영하는 개, 촛불집회에 갔다 취객에게 맞았지만 그래도 의젓한 개, 창밖에서 주인이 개똥 치우는 걸 감시하는 개 등 풋코와 소리의 사진과 함께 심드렁하게 쓴 캡션을 보다 보면 자꾸만 배실배실 웃음이 새 나오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 



모든 사진과 그림이 ‘츤데레’ 코드랄까. 때문에 보면 볼수록 왜 그가 풋코를 ‘우디 앨런을 닮은 까탈스러운 개’라고 말했는지 공감하게 된다. 이 책을 보면 작가 올드독은 특별히 교육을 시킨다거나(앉아, 빵야, 기다려 따위의…)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는 대신 그저 일광욕을 함께 하고, 수영을 함께 하고, 산책을 함께 하는 등 일상을 함께 나눌 뿐이다. 때문에 혹시 내가 숙희를 ‘키우고 있다’거나 숙희의 ‘주인’이라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고 있진 않는지 살짝 반성도 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이 책이 세상에 나올 때쯤 소리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키우던 개를 보낸 후 그 아이에 대한 기억이 잊혀질까 자책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을 더욱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어질 것이다. 





<BREAD AND A DOG>

나츠코 구와하라, 페이돈



일본의 푸드 스타일리스트 나츠코가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하는 아침 밥상을 사진으로 담은 책이다. 상차림도 참 일본인스럽게 아기자기하고 소담하기 이를 데 없는데, 더 웃긴 건 자신의 밥이라도 되는 듯 빼꼼히 쳐다보고 있는 반려견 ‘키플’의 눈빛! 심지어 그렇게 쳐다보다 잠든 사진도 있다(^^;;;).



그녀가 이런 사진집을 기획하게 된 것도, 어느 순간부터 아침식사 때마다 주변에서 빤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걸 느낀 뒤였다고 한다. 이 책을 보다 보면 사람보다 더 킨포크스러운 라이프를 사는 듯한 키플의 견생(犬生)에 웃음 짓게 되면서 동시에 허기가 찾아온다. 사진만으로도 모자라 나츠코가 직접 적은 레시피가 상세히 적혀 있어 당장 부엌으로 달려가고 싶어지니까. 나츠코가 이 책을 내며 남겼다는 말은, 하루가 멀다하고 인스타그램에서 유기견들의 절망적인 소식을 접하게 되는 우리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사람들이 강아지나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이 얼마나 행복으로 충만한지 알았으면 해요. 펫샵에서 어린 강아지를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도쿄 사람들이 유기견들에게도 더 큰 관심을 가져주길, 믹스견들의 유일무이한 매력을 깨닫길 바라요. 인간과 함께 하는 동물의 삶도 행복하길 바랍니다.”




<고양이가 사랑한 파리>

올리비아 스네주 저, 김미정 역, 소네트



강아지의 살짝 ‘빙구’스러운 매력과 달리 고양이들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요망한 매력이 넘쳐 흐른다. 줄듯 말듯, 올듯 말듯, 이토록 사람을 들었다놨다 할 수 있는 또다른 생명체는 고양이밖에 없을 터!!! 개인적으로 고양이과보다 개과에 더 가깝지만 이런 파리 여행책은 처음이기에 마음이 헛헛할 때마다 펼쳐보곤 하는 책을 소개한다. 




프랑스를 사랑하는 작가 올리비아 스네주와 사진작가 나디아 방샬랄이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를 비롯한 파리의 까페에서 만난 열아홉 마리의 고양이를 담았다. 파리 여행에 대한 욕구에 불을 확 지피는, 나도 저 곳으로 가서 고양이의 정수리부터 꼬리까지 쓰다듬으며 불어로 얘기를 나누는 꿈을 꾸게 되는 책이다. 얼마 전 디뮤지엄에서 열리는 에르메스 전시의 한쪽 벽면에 “파리에서는 카페가 꼭 필요한 휴식처이죠; 이곳에는 잃어버린 물건들이 사방에 숨어있네요!”라고 적혀있던 게 생각난다. 다음 파리에 가게 되면, 이 책에 등장한 카페를 차례대로 방문하며 의자 밑 구석 어딘가에 숨어있거나 창가에서 한가로이 볕을 쪼이고 있을 고양이들과 내 안에 숨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잡다한 생각들, 숨은 파리의 매력까지 한번에 발견하게 되는 여행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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