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일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DECOR

행복한 '일터'

어쩌면 집보다 더 많은 인생을 보내는 일터. 그 시간과 공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엘르 데코>는 아름다운 사무실을 찾는 캠페인을 시작한다. 일에 영감을 주고, 일하는 이들이 더 행복하고, 삶을 더 생기 있게 바꾸는 사무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믿으며. 먼저 지구상에서 스마트하고 라이브한 곳,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 밸리’ 기업의 본사를 다녀왔다. 또 서울에서도 너무 쿨해서 자꾸 일하고 싶은 사무실을 찾았다. 에어비앤비, 핀터레스트, 드롭박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현대카드 디자인랩, 구글 코리아의 사무실을 공개한다.

ELLE BY ELLE 2014.11.17

현대카드 DesignLab Seoul
대기업에 디자인 파트만 독립적인 조직으로, 독립적인 사무공간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이 흔한 일은 아니다. 게다가 프랑스의 대표 건축가 장 누벨의 스튜디오에서 디자인했다. 늘 디자인을 강조해 온 현대카드(HYUNDAICARD) 디자인 팀의 새로운 사무실은 ‘디자인랩’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무실 귀퉁이에 서면 공간 전체가 한눈에 보이는 가운데, 한쪽 끝에는 모든 데이터를 보관하는 라이브러리 컨셉트의 자료 기둥들이 있다. 따로 자료실을 두지 않는 대신 서가처럼 자료 보관함을 배치해 입구에서 사무실이 바로 보이지 않게끔, 그러면서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목업 룸에서 자연스럽게 회의하는 직원들, 화이트보드는 현대카드식 브레인스토밍의 상징이다.

 

 

 

 

 

그러데이션을 넣은 초대형 강화유리는 일렁거리면서 내부를 투사해 ‘환상’적인 사무실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안으로 보이는 공간은 이정원 실장의 사무실.

 

 

 

 

 

 

(위) 모든 서랍장은 시스템 가구로 이동이 편리하도록 바퀴가 달렸다.
(아래) 디자인랩 이정원 실장.

 

 

 

 

화이트 룸에서는 회사 기밀 수준인 프로젝트만 진행한다. 중압감이 느껴질 만큼 가구와 커튼은 물론 스위치 패널과 전선 하나까지 완전히 하얗다.

 

 

현대카드의 정태영 사장과 디자인랩의 수장인 이정원 실장은 지난해 밀란 디자인 위크에 갔다가 장 누벨의 부스에서 그가 제안하는 ‘오피스 포 리빙’이라는 쇼케이스를 보았다. 업무공간에 대한 장 누벨의 철학과 관점에 전적으로 동의한 현대카드는 장 누벨과 극적인 미팅을 성사시켰고 결국 디자인랩을 그에게 맡겼다. 현대카드는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가 만든 공간을, 장 누벨은 자신의 컨셉트를 실제 사무실로 구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디자인랩은 웨어하우스를 연상케 하는 직사각형의 뻥 뚫린 공간으로 사무실, 회의실, 작업실, 자료실 구분 없이 주르륵 연결된 형태를 취한다. ‘연구실’이란 뜻의 랩이란 이름이 붙은 것처럼 이곳에서 현대카드와 관련한 모든 디자인 프로젝트를 실험하고 실행한다. 이정원 실장은 “크리에이티브라는 게 자리에 앉아서 모니터를 보는 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이미지나 방향 등을 큰 보드에 마구마구 붙여서 일하거든요. 빅 보드가 디자인랩의 상징인 이유죠. 또 드로잉뿐 아니라 실제 디자인으로 연결되기까지 R&D 기능까지 겸하고 있는 조직이라 직접 만들어봐야 하는 것도 많아요. 그것들은 모두 한 공간에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잖아요. 그래서 이 공간은 단절되지 않고 연결되는 게 중요했어요”라고 설명한다.

 

웨어하우스 컨셉트의 디자인랩에서 일한 후부터 모든 직원들은 행동이 사뭇 자유로워졌다고 한다. 바닥에 뭘 좀 흘려도, 줄이 딱딱 안 맞아도 누구 하나 급히 치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슬슬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우리 행동에 그렇게 큰 변화를 가져올수 있을까 의심하기도 했죠. 그런데 달라졌어요. 사람들이 되게 쿨해졌달까(웃음). 있어 보니까, 편한 거예요. 저쪽에서 회의하다가도 단절되는 느낌 없이 바로 이쪽으로 넘어올 수 있고. 기대하지 못했던 수확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특별히 휴게 공간이랄 곳이 없어도 목업 택시 안에 들어앉아 있거나 구석 어딘가에 쪼그리고 앉아 책을 보는 등 직원들이 알아서 적응하는 게 재미있단다. 

 

여기서 나아간 장 누벨의 두 가지 파격이 있다. 하나는 디렉터의 방을 ‘문간방’으로 만들어버린 것. 들어오자마자 수위실처럼 입구에 자리한 이정원 실장의 방은 모든 공간을 장방형으로 최대한 넓게 빼기 위해 장 누벨의 제안으로 자리를 옮겼고, 벽으로 막는 대신 원 사이드 미러를 설치해 밖이 보이면서도 공간을 확대하는 장치를 넣었다. 또 하나는 2층 코너의 화이트 룸. 전체 구성 후에 애매하게 남은 ‘ㄱ’ 자 공간이었던 이곳에 완전히 대조적인 분위기의 방을 넣었다. 크리에이티브를 강요받는, 화이트 캔버스를 연상케 하는 공간으로 중압감이 느껴질 만큼 집중할 수 있는 곳이다. 극비의 프로젝트를 이 안에서 진행하며 출입 직원도 통제한다.

 

솔직히 말해 유명 건축가가 만들었다는 건 멋진 소개는 될 수 있지만, 매일 출퇴근하는 이들에게는 매일 의미 있는 사실은 아니다. 디자인랩 사람들은 이곳 또한 시간이 지나면 어딘가 부러지고 사인이 벗겨지고 낡게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 안에 콘텐츠를 채워가는 것이 그들에게 더 의미 있는 공간이라는 데 동의하면서 말이다.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