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사랑은 무색무취일 것 같아요"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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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사랑은 무색무취일 것 같아요"

정예인은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며 노래한다. 러블리즈라는 첫 번째 장을 지나 두 번째 장에 진입한 그녀는 뮤지컬, 드라마, 라디오를 종횡무진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중이다. 사랑스럽게.

ESQUIRE BY ESQUIRE 2023.10.24
 
셔츠, 슬리브리스 톱, 팬츠, 부츠 모두 보테가베네타.

셔츠, 슬리브리스 톱, 팬츠, 부츠 모두 보테가베네타.

 
그룹으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홀로서기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오롯이 제 책임이라는 점이 가장 달라요. 예전엔 제가 못하는 게 있으면 다른 멤버 언니들이 채워주고 도와주는 게 있었는데 이젠 그럴 수 없죠. 스스로 성장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어요. 그룹으로 움직일 땐 거의 하루 종일 붙어 있으니까 이동하는 도중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위로가 됐는데, 이젠 계속 혼자라서 외로워요.
작년에 류수정 씨를 인터뷰했을 때 멤버들끼리 해체 후에도 단톡방에서 활발하게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들었어요. 오늘 화보 촬영하는 것도 멤버들에게 미리 이야기했나요?
오늘 촬영은 아직 이야기 안 했어요.(웃음) 잡지가 나오면 그때 말할까 했죠. 매일 대화가 오가는 것은 아닌데, 서로 근황을 공유하는 편이긴 해요. 예를 들어 “나 뮤지컬 하기로 했으니까 놀러 와”라고요. 아니면 누군가 “오늘 저녁에 만날 사람?”이라고 물어보면 “웹드라마 촬영 중이라 못 가”라고 대답하면서 자연스럽게 근황을 공유하기도 하고요.
뮤지컬과 연기 말고도 최근엔 SBS 라디오 ‘배성재의 텐’에 정기적으로 출연하고 있죠? 게스트 수준을 넘어 스페셜 DJ로 활약하고 있던데, 원래 입담이 좋았나요?
처음부터 라디오에 뜻을 두었던 건 아닌데 한 번 두 번 출연하면서 재미를 붙였어요. 러블리즈 멤버 언니들이랑 같이 출연해서 심적으로도 한결 편했죠. 평상시에 TV를 보면서 혼잣말도 자주 하고 친구들이랑 수다 떠는 걸 좋아했던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얼마 전엔 성재 오빠 없이 제가 일일 스페셜 DJ로 라디오를 진행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걱정과 달리 할 만했어요.(웃음) 긴장해서 말을 급하게 한 경향이 없지 않아 다음부턴 마음 편하게 먹고 천천히 할 계획입니다.  
뮤지컬, 웹드라마, 라디오까지 하려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것 같아요. 틈틈이 유튜브 촬영까지 하고 있고요.
요 근래 바쁘게 지내고 있는 건 맞아요. 근데 여름부터 바쁘기 시작했고 상반기에는 거의 일이 없었죠. 그러니까 넓게 보면 워라밸이 맞다고도 볼 수 있죠. 상반기에 놀고 하반기에 일하는 식으로요.(웃음) 쉬고 있을 땐 빨리 일하고 싶었는데, 일하고 있으니 쉬고 싶어져요.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다는 게 이런 뜻인가 봐요.
여전히 도전해보고 싶은 다른 분야가 있어요?
이루고 싶은 건 있어요. 제 이름을 걸고 라디오를 진행해보고 싶어요. 아까 소극장에서 뮤지컬을 할 때도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라디오도 청취자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연을 받기도 하고 실시간 채팅을 보기도 하면서요. 게스트로 참여했을 땐 몰랐는데 스페셜 DJ로 직접 라디오 진행을 맡아보니까 멘트 외에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더라고요. 무언가 직접 만들어나간다는 면에서 재미있고요. 그리고 디지털 싱글 앨범도 꾸준히 내고 싶어요. 매년 내는 것까진 조금 힘들 수도 있겠지만, 가수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요.
전에 랩도 잠깐 하셨죠?
랩은 이제 안 합니다.(웃음) 그냥 듣기 편한 음악이 좋아요. 장르로 말하자면 ‘시티팝’ 같은 분위기요. 팬들은 댄스곡을 내달라고 하는데 아직 계획은 없습니다.
 
재킷, 링 우영미. 톱 마쥬. 팬츠 로에베. 네크리스 로스트인에코.

재킷, 링 우영미. 톱 마쥬. 팬츠 로에베. 네크리스 로스트인에코.

 
하고 있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네요. 정예인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궁금해요.  
글쎄요.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것?
네?
(웃음) 제가 죽는다는 게 아니고요.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영원할 수 없잖아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도 그래서고요. 말하면서 떠올랐는데, 저의 원동력은 ‘불확실성’인 것 같아요.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거죠. 올 초만 해도 제가 뮤지컬을 하게 될 줄 몰랐고 〈에스콰이어〉랑 화보를 찍을 줄도 몰랐던 것처럼요. 그래서 감사한 마음도 커요. 뮤지컬도 라디오도 연기도 결국 저란 사람을 믿고 기회를 준 셈이니까요.
어느 인터뷰에서 ‘고민을 하지 않는 법을 찾는 게 고민’이라는 말을 했어요. 인터뷰를 하면서도 느꼈지만, 눈에 생각이 가득해 보여요.
그런 말을 종종 들어요. 이게 성격 탓인지 모르겠는데 저란 사람 자체가 그런 것 같아요. 뮤지컬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벌써 뮤지컬이 끝나고 나선 뭘 해야 하나 걱정하고 있더라고요. 의도한 게 아닌데 생각이 자꾸 꼬리를 물어요. 다행히 요샌 당장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잡생각을 덜하긴 해요.  
그럴 때마다 예인 씨가 선택하는 방법은 뭔가요?
일단 무언가를 해야 해요. 사람을 만날 수도, 운동을 할 수도 있겠죠. 여행이 특히 효과가 좋더라고요. 올 상반기에 시간 여유가 있어 여행을 자주 다녔어요. 하와이, LA, 일본에 갔었죠. 일 때문이긴 하지만 태국도 갔었고요. 저도 몰랐는데 제가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는 걸 즐기더라고요. 예를 들면 미국에선 음식이나 커피를 주문하더라도 점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편하게 주고받잖아요. 대부분 “어느 나라에서 왔어? 여긴 얼마나 머물다 가니?” 같은 시시콜콜한 대화지만, 그 자체가 저에게는 신기했어요. 말이 잘 통하지 않더라도 손짓 발짓 해가며 의사소통 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이래서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많이 가나 봐요.
열일곱 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데뷔를 했어요. 덕분에 남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게 됐고요. 만약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떤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
어릴 때 전 엉덩이가 너무 가벼웠어요. 거의 날아다니는 수준으로요. 왜 어른들이 공부는 엉덩이 싸움이라고 하잖아요. 오래 앉아 있어야 하니까요. 저는 가만히 앉아 있는 게 힘들었어요. 그래서 무용을 시작했던 것 같기도 해요. 발목을 다치지 않았다면 무용수의 길을 걸었을 것 같아요. 재미있는 건, 연예인을 꿈꾼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거예요.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적어오라고 했을 때 연예인을 적어 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가끔 제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게 신기하고 대견해요.
유튜브에서 예인 씨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봤어요. 사랑스럽다는 말을 좋아하고 사랑을 하고 싶고 사랑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가치라고요. 예인 씨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사랑은 무색 무취한 물에 가까워요.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면 상대가 어떤 모양이든 같은 모양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만약 내가 사랑하는 게 별 모양이면 저의 사랑은 그 별 안에 흘러 들어가 별 모양이 되는 식으로요. 그리고 물이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필수 요소인 것처럼 사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사랑스럽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위윌락유〉를 할 때요. 동료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춤추고 노래하며 땀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사랑스럽다고 느꼈어요. 혼신을 다해 집중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막 뜨거워져요.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 끈끈한 팀워크를 보고 감동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요.
오늘은 어때요? 사랑스럽다고 말하기에 충분했나요?
당연하죠. 어젯밤에 늦게까지 스케줄이 있었지만 오늘 일찍 일어나서 병원 검진도 갔다 오고 오후엔 〈에스콰이어〉 화보 촬영이랑 인터뷰까지 잘 마쳤으니까요. 그렇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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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박호준
    PHOTOGRAPHER 김형상
    STYLIST 박선용
    HAIR 도은
    MAKEUP 유주
    ASSISTANT 송채연
    ART DESIGNER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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