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일해요 #프리워커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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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일해요 #프리워커

세 가지 직업을 가진 윤소현에게 노마드 라이프는 어떤 모습인지 물었다.

김초혜 BY 김초혜 2023.08.02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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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맵 커뮤니티 기획자, 영어강사, ‘코워킹 클럽’ 운영자. 세 가지 직업을 가지며 워케이션을 떠나고 있다.
 
산책하듯 일하기
워케이션을 한다면 꼭 누군가는 “가면 일이 돼?”라고 묻지만, 경험해 본 이들은 입을 모아 “오히려 집중이 더 잘된다”라고 말한다. 늦잠을 자거나 피곤한 상태로 일어나는 대신 평소보다 좋은 컨디션으로 일찍 하루를 시작하게 되니까. 조식을 야무지게 챙겨 먹고, 낯선 도시의 새로운 얼굴을 만나기 위해 산책으로 아침을 연다. 걸으며 마주한 낯선 나무 한 그루, 논밭 일을 하는 아주머니, 동네 작은 가게 속에는 소소한 행복이 있다. 내 일터는 때때로 바다와 숲을 마주하고 있다. 느긋한 산책을 끝으로 업무에 몰입하다가도 문득 창밖 풍경이 예뻐 사진을 찍는다. 물론 업무를 모두 끝낸 퇴근길은 그 어느 때보다 발걸음이 가볍다.
 
‘한 번만 워케이션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이 매력적인 시간을 만끽하고자 3~4개월 간격으로 새로운 도시로 떠나고 있다. 인하우스 마케터로 일하던 나는 지난여름 퇴사한 후에 영어 강의, 외주 마케팅, 웨딩 스냅 브랜드를 론칭하며 정신없이 일하기 시작했다. 물론 회사 밖에서 홀로서기를 해냈다는 성취감도 있지만 숨가쁜 시간들이 이어졌다. 나는 이상하리만큼 일하는 동시에 쉬고, 쉬는 동시에 일하고 있었다. 자유롭고 싶어 퇴사했지만 어쩐지 일이라는 감옥에 갇힌 기분이었다. 일과 일상이 뒤섞인 집이 더 이상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떠나기로 결심했다.
 
나의 첫 워케이션은 강릉에서 이뤄졌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무작정 함께 떠날 이들을 모집하는 공고를 올렸다. 그렇게 무려 열 명의 사람이 서울의 한 편의점 앞에서 만나 차를 나눠 타고 낯선 도시로 향했다. 오전과 오후에는 각자 일하고 함께 모여 저녁을 먹는 일상이 시작됐다. 내 주변은 점차 프리랜스 사업가,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분야와 직종에서 일하는 이들로 북적거렸다. 모르는 것을 서로 묻고, 고민을 나누는 ‘프리 워커’들과 함께하면서 오래전부터 상상했던 로망이 이뤄졌다는 걸 깨닫았다. 하루는 업무가 끝나고 사람들과 서핑하러 간 날이었다. 파도를 한참 타다가 불쑥 보드 위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봤다. 아직도 도시에서 일하는 선택을 하고 있었다면 퇴근길 지하철에 있었을 시간이었다. 어쩌면 나는 비로소 자유로워진 거다. 나라는 사람이 언제, 어디에 있을지 결정할 수 있다는 건 분명 노마드 라이프의 커다란 기쁨 중 하나다. ‘다른 사람들처럼 회사에서 경력과 전문성을 쌓아야 하는 거 아닐까?’ 막연하게 느껴졌던 불안감도 슬며시 얼굴을 감췄다. 앞으로도 나의 일터가 더 다양한 세상에서 원하는 만큼 펼쳐지기를 꿈꾼다. 물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끊임없이 성장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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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김초혜
    사진 Unsplash
    디지털 디자이너 장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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