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민현의 진짜 재능은 흔들리지 않는 멘탈이다 | 에스콰이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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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현의 진짜 재능은 흔들리지 않는 멘탈이다

11년이 지났다. 그 긴 시간 동안 황민현이 가장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가 흔들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박세회 BY 박세회 2022.10.20
 
비스코스 소재의 로고 프린트 셔츠 8 몽클레르 팜 엔젤스.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비스코스 소재의 로고 프린트 셔츠 8 몽클레르 팜 엔젤스. 네크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각본 보자마자 이 작품에 빠졌다고 들었어요. 어떤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저희 매니지먼트 이사님께서 먼저 읽고 제게 각본을 주실 때부터 ‘이거 꼭 하면 좋겠다’고 했을 정도였어요. 처음에 4부까지 있는 각본을 받았는데, 저 역시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고요. 장면들이 막 상상되더라고요. 예를 들면 ‘이 환혼술이라는 걸 쓰는 장면은 어떻게 나올까?’ 계속 상상하게 되는 거죠. 그때 생각했어요. ‘와! 이거 재밌겠다’라고요. 게다가 일단 박준화 감독님과 홍자매(홍정은, 홍미란) 작가님이 함께하는 작품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신인 배우인 저는 영광인 상황이었고요.
4부까지 보고 5부가 읽고 싶어졌어요?
엄청요. 그래서 오디션 제안을 받았을 때  작은 역할로라도 참여하고 싶었죠.
오디션 때 캐스팅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사실 오디션 볼 때 나온 4부까지의 내용 중엔 율이의 대사가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장욱 파트를 대신 준비해 갔거든요. 나름 연습을 해서 갔는데 한두 줄 정도 읽었더니 감독님이 그만 읽으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제가 마음에 안 드시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목소리가 좋네”라고 하시더니 제 휴대폰 번호를 물어보시더라고요.
개인 번호요? 개인 번호 따갔으면 된 거네요.
저희 매니저 형도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다행히 좋게 보셨는지 나중에 연락을 주셨죠. 서율이라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요.
아마 민현 씨 나오는 첫 장면이 시장터에서 낙수랑 스쳐 지나가는 장면일 거예요. 그래도 안면 튼 사이라고, 마치 동생 연기를 보는 형처럼 제가 다 긴장이 되더라고요. 너무 얼어 있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서율의 캐릭터가 원래 그런 거더군요.
근데 조금 얼어 있기도 했어요. 걸어가는 그 장면이 〈환혼〉 작품 전체 중에 첫 촬영이었거든요. 그런 대작도 처음이고 스태프 규모도 엄청나고, 미팅 때만 뵙던 감독님들도 괜히 먼 산처럼 크게 느껴지고, 잔뜩 긴장했죠. 감독님과 작가님들이 사전에 ‘율이는 무조건 멋있어야 한다. 액션도 멋있어야 하고, 걸을 때도 멋있게 걸어야 한다’고 계속 얘기해서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고민도 많았죠. 굉장히 더운 여름날이어서 땀도 계속 났고요. 방송으로 보면서는 ‘아…조금만 힘 빼고 걸을걸’ 하고 아쉬워했어요. 너무 비장하게 걸었죠.
후반부에는 확실히 연기가 크게 늘었어요.
뒤로 갈수록 저도 율이 역할도 편해지고, 현장도 편해지고,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도 좋아졌죠. 막판에는 감독님께서 디렉팅을 따로 주지 않아도 제가 준비한 대로 하면 별문제 없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느꼈죠.
타율이 높아졌군요.
그래서 〈환혼: 빛과 그림자〉가 더 기대돼요. 지난 1년 동안 서율을 흡수했던 상태로 촬영에 들어갔으니까요.
앵그리 베어 프린트 티셔츠, 트랙 팬츠, 울 자카르 머플러 모두 8 몽클레르 팜 엔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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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노력파인 이유도 있겠죠.
타고난 게 없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화낼지도 몰라요.
노래도 그렇고, 춤도 그렇고, 연기로 그렇고. 그냥 타고난 사람들이 있잖아요. 전 그런 사람이 절대 아니거든요.
에이, 너무 겸손하다. 노래를 예로 들면, 음역대야말로 타고나는 건데, 민현 씨 음역대는 엄청 넓잖아요.
물론 타고난 부분이 조금은 있겠죠. 제가 노력파라고 하는 이유는 긴장 때문인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긴장을 많이 하거든요. 무대든 현장이든 그래요. 긴장을 덜 하려고 계속 연습하는 거죠.
〈라이브온〉의 은택도 바른생활 사나이였고, 서율도 같은 카테고리의 남자였어요. 날티 나는 민현 씨, 나쁜 사람 민현 씨도 보고 싶어요.
사실 고은택, 서율 다 황민현을 연상케 하는 배역이죠. 아무래도 캐스팅하는 캐릭터의 특징들을 염두에 두고 저를 불러주셔서겠죠. 두 작품을 하면서 정말 즐거웠지만,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모습들을 준비하고 연습해서 내 것으로 만들어내는 과정도 해보고 싶어요.
〈비상선언〉의 시완 씨 느낌도 좋겠더라고요.
저 그 영화 비행기에서 봤는데 임시완 선배님 정말 와…. 그 사슴 같은 눈망울에 잘생긴 얼굴로 사이코패스 연기를 너무 완벽하게 하시더라고요. 저도 언젠가는 저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원래 사이코패스일수록 잘생겨야 해요. 너무 무섭게 생긴 사이코패스가 계속 나오면 관객들이 미워하거든요. 호감도가 조금은 남아야 하는데 완전히 사라지면 안 보고 나가버리죠.
작품의 매력을 위해서라도 사연이 있을 것 같고, 괜히 살인자가 된 것 같지 않아 보여야 할 것 같긴 해요.
또 어떤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수리남〉 다 보셨어요? 스포일러가 있어서요.
사려 깊네요. 다행히 다 봤어요.
최근에는 그 작품에서 조우진 선배님 연기가 정말 인상 깊었어요. 조선족 발음과 중국어를 완벽하게 하는 서울 말씨의 언더커버 국정원 요원. 그 정체가 밝혀지는 부분에서 온 충격이 엄청났거든요.
가능할 것 같아요. 가수여서인지 목소리 톤을 잘 바꾸잖아요. 〈라이브온〉에서의 은택과 〈환혼〉의 서율도 자세히 들어보면 목소리의 높낮이가 일정하게 차이 나죠.
캐릭터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여러 목소리를 내보고 다양한 톤을 실험해보기는 해요. 실제로 특정한 높낮이의 목소리를 일정하게 내는 것도 힘들지는 않아요. 아무래도 보컬 레슨을 받으며 다양한 음역대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연습을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루스 핏 카디건, 화이트 티셔츠, 빈티지 디테일 데님 팬츠 모두 8 몽클레르 팜 엔젤스.

루스 핏 카디건, 화이트 티셔츠, 빈티지 디테일 데님 팬츠 모두 8 몽클레르 팜 엔젤스.

노래할 때는 고음이 잘 어울리는 미성이고, 말할 때는 좀 낮은 편이고요.
예전에는 미성을 많이 써서 노래를 했는데, 최근에는 좀 더 안정적으로 부르고 싶어서 흉성이나 진성을 쓰는 창법을 배우고 있어요. 목소리에 힘이 좀 들어간 느낌이에요.
안 그래도 물어보려 했어요. 이번에 낸 ‘다시 만나는 날에’라는 노래에서는 거의 3옥타브 D 음까지 올라가더라고요. 록 발성으로 부르는 것도 처음 들어봐서 놀랐어요.
그 노래 코러스가 정말 높아요. 저도 준비하면서 놀랐어요. 아, 내가 이렇게도 소리를 낼 수 있구나, 라는 걸 알고요.
그렇게 부르면 머리 아프지 않나요?
아파요. ‘띵’해요. 호흡을 머리로 보내서 노래하다 보니 오히려 목에는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고 머리가 띵해지더라고요. 그렇게 노래를 해야 목에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보컬 레슨은 왜 받기 시작했어요?
이제 저 혼자잖아요. 그룹 활동을 할 때는 한 곡을 여러 명이 나눠 불렀으니 제가 맡은 파트만 잘 해내면 됐지만, 솔로 가수는 혼자 완곡을 해야 한단 말이죠. 홀로 섰으니 무대 위에서 열창을 하고 싶은데, 그러기엔 제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 거죠.
솔로로 앨범을 내기에 좋은 무기 하나를 장착한 느낌도 들어요.
그렇죠. 앨범엔 다양한 장르를 수록해야 하고, 발라드부터 업 템포 노래까지 제 목소리로 소화해야 하니까요. 또 콘서트를 할 때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려면 안정적인 보컬을 훈련할 필요도 있었고요.
욕심쟁이군요.(웃음)
(웃음) 일할 때는 욕심을 내는 편이에요. 다른 부분에는 욕심이 그다지 없지만요.
〈환혼〉 촬영하던 때가 딱 데뷔 10주년이었죠?
한창 하던 때 10주년을 맞았죠. 10년 차라고 하니까 뭔가 되게 거창해 보이지만, 전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고 느껴요. 물론 돌이켜보면 참 열심히 달려왔다는 생각도 들지만요. 제게는 그 10주년의 해가 두 번째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맞아요. 〈라이브온〉에서 주연을 맡긴 했지만, 하이틴물이었죠. 〈환혼〉은 전 연령대에 열려 있는 드라마라 의미가 달랐죠. 아마 민현 씨가 누군지 모르는 시청자도 있었을 거예요.
맞아요. 초반엔 〈환혼〉 시청자들이 제 이름을 검색해보고 뉴이스트와 워너원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된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지난 2년 동안 새로 생긴 취미는 있나요?
〈환혼〉 촬영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에 빠졌어요. 시대극이나 사극을 하게 되면 지방 촬영을 많이 간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환혼〉 역시 판타지라 현대와 다른 시대, 다른 공간의 느낌을 주는 배경이 자주 등장해서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찍었어요. 가는 곳마다 풍경이 기막혀서, 현장 대기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더라고요. 워낙 자연을 보며 힐링하는 걸 좋아해 카메라를 구입해 돌아다니며 찍어서 팬들과 같이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어디가 멋졌나요?
서율이 어린 시절 낙수를 처음 만난 〈환혼〉 단향곡은, 정말 아무도 찾지 않는 제주도의 한 곳을 로케 팀이 찾아낸 경우예요. 사람의 손이 전혀 닿지 않는 곳이라 진짜 자연의 느낌이 있었어요.
거긴 한국이 아닌 줄 알았어요.
제주도에서 3주 정도 머물면서 찍었어요.
〈수리남〉도 제주도에서 많이 찍었다던대요.
그러니까요. 저도 인터뷰를 보고 알았어요.
〈지리산〉도 제주에서 찍었죠.
그것도 들었어요. 제주는 정말 다양한 자연이 있는 신비한 섬인 것 같아요.(웃음) 같은 섬에 없을 법한 자연이 다 있어요. 단향곡 찍은 곳도 처음 가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감독님 사무실에 붙어 있던 단향곡 사진을 보고 당연히 세트인 줄 알았거든요.
사진은 뭘로 찍고 어떻게 공유해요?
주로 후지필름의 미러리스로 찍어요.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하나 더 만들었어요. 주 계정인 옵티머스황(@optimushwang) 말고 옵티머스 시선(@optimus_sisun)이라고 따로 만들어서 올리고 있어요. 꼭 봐주면 좋겠어요. 이번 밀라노에서 찍은 사진들도 다 올릴 예정이거든요.
앵그리 베어 파카 8 몽클레르 팜 엔젤스.

앵그리 베어 파카 8 몽클레르 팜 엔젤스.

아까 긴장하지 않기 위해 준비하고 연습한다고 했죠. 매사에 그러면 좀 힘들지는 않아요?
전 그게 편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전 근육을 키우는 데는 큰 관심이 없어요. 다만 배우로서 언제 갑자기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이 올지 모르니 항상 준비해두기 위해 평소에도 운동을 계속해요. 이번 촬영을 할 때도 제가 누워 있는 장면에서 감독님이 웃통을 벗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어요. 그럴 때 준비 안 된 모습을 보이기가 싫은 거죠.
얼마 전에 〈에스콰이어〉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의학과 선생님이 강연을 한 일이 있어요. “과거가 남긴 걱정과 미래에 대한 불안의 파도에 흔들리지 않게 지금 여기에 닻을 내려야 정신이 건강해진다”는 내용이었죠. 걱정할 시간에 연습을 하는 민현 씨의 태도 역시 비슷한 것 같아요.
여러 인터뷰에서 한 말이기도 한데요, 전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고민이 별로 없어요. 미래에 대한 불안도 없고, 과거에 연연해하지도 않아요. 정말 지금을 가장 중시하는 편이에요. 워낙 성격이 그래요. 당장 오늘의 일을 먼저 생각하고,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별로 없어요. 성격 자체가 유한 편이고, 감정 기복도 크게 없고요.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제가 만난 누군가가 제가 바라지 않는 행동을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저는 ‘나와는 다른 사람이니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넘겨요.
이상적인 성격이네요.
11년 동안 슬럼프가 한 번도 없었어요. 그룹이 잘 안 될 때도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하니까 회사에 가서 연습하자’는 생각으로 살았어요.
언제 벗어야 할지 모르니까 항상 복근을 준비하는 마음이군요. 제 자신이 좀 부끄러워지는데요?
멘털을 좀 강하게 타고난 것일 뿐이에요.
생각해보니 우는 것도 잘 못 본 것 같아요.
활동하면서 딱 두 번 울었어요. 아마 팬들은 다 아실 거예요. 제가 언제 울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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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ASHION EDITOR 임건
    FEATURES EDITOR 박세회
    PHOTOGRAPHER 채대한
    STYLIST 이세희
    HAIR 엄정미
    MAKEUP 달래
    PRODUCTION 박한이
    ASSISTANT 송채연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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