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 상쾌, 통쾌한 에르메스 축제의 현장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유쾌, 상쾌, 통쾌한 에르메스 축제의 현장

16년간 공중제비만 돌았다는 ‘달인’의 진지함, ‘한 땀 한 땀’ 이탈리아 장인 손맛 운운하며 정색하던 현빈의 진지함에 얼마나 황당해하며 웃었던가. 그런데 여기, 무려 174년 동안 진정한 ‘한 땀’ 의 정수와 혼을 불어넣는 작업으로 에르메스를 지켜온 장인들이 있다. 에르메스의 가죽 아틀리에가 있는 팡탕(Pantin)에서 기상천외하고 유쾌한 축제가 벌어졌다.

ELLE BY ELLE 2011.03.10


아무리 부자라도 최소 2년은 기다려야 얻을 수 있는 에르메스 버킨백. 대체 왜?

지난 1월 11일, 모든 버킨백이 탄생하는 팡탕(Pantin) 가죽 공방에서 그 비밀을 직접 보았다. 해마다 연초 에르메스는 ‘올해의 테마’를 정해 한 해 동안 밀고 갈 비전을 보여주는 테마 론칭 파티를 연다. 1990년 야외에 이어, 바다, 말, 해, 길, 뮤직, 아프리카, 나무, 지구의 아름다움 등 문화와 인류로 확대된 방대한 테마들을 선보여왔다. 파티 내용 또한 상상을 초월하는 ‘엉뚱하고 유쾌한’ 발상으로 유명하다. 올해의 테마는 ‘우리 시대의 장인(Contemporary Artisan)’. 진짜 장인들이 모여 있는 공방에서 이들이 펼치는 엉뚱한 깜짝쇼를 경험한다는 것은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에르메스에는 2천여 명의 가죽 장인을 포함해 총 3천 명이 넘는 장인들이 있다

 가죽 장인들이 있는 아틀리에는 파리 외곽의 작은 도시 팡탕(Pantin)에 있다. 앤티크한 공간에 할아버지 장인이 가죽을 꿰매고 있는 공방을 상상했지만 팡탕 아틀리에는 예상을 180° 뒤엎었다. 1991년부터 가죽 아틀리에로 사용되는 이 건물은 전면이 유리로 지어져 채광이 밝고, 이곳 장인들은 평균 30~35세 사이로 비교적 젊은 편. 가죽 장인 학교를 마친 후 이곳에서 최소 5년 정도 실습해야 비로소 ‘에르메스의 손’이 될 수 있다. 장인이 만든 가방은 장인, 총괄 장인, 소비자의 눈을 가진 세일즈 디렉터의 3차 검수를 거쳐야 하고, 중간에 작은 흠이라도 생기면 가차없이 폐기 처분된다.



에르메스의 장인과 1:1 명함지갑 만들기 DIY 레슨 타임!

프레스들은 진짜 장인이라도 된 양 사시가 되도록 스티치에 집중했다(역시 머리보다 몸을 쓰는 단순 노동이 더 즐겁다!). 미완성 부분  마무리를 위한 바느질 기법은 ‘새들 스티치(The Saddle Stitch)’. 안장과 마구 제작의 전통 테크닉인 새들 스티치는 견고한 제품을 만들어주는 스티치로, 에르메스의 아이덴티티 코드가 됐다. 이 스티치는 밀랍을 입힌 하나의 실로 시작해 네 박자로 이뤄진다. 우선 바늘이 들어갈 구멍을 송곳으로 뚫고, 두 번째와 세 번째로 두 바늘이 서로 교차한다. 네 번째로 실을 양쪽으로 당겨준다. 스티치마다 장인은 마치 공중에서 우아하게 나는 새의 날개처럼, 곡예사가 균형을 잡는 듯 혹은 수영 선수의 멋진 팔 동작처럼 앞으로 천천히 나아간다. 반복적인 댄스같은 이 작업은 쉬워 보이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습득하고 연습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완벽한 경지의 테크닉이다.취재보다 더 치열한 작업 끝에 드디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에르메스 명함 지갑이 탄생했다!


서빙하는 이들은 마치 서커스하듯 기상천외한 기술을 발휘해 음식을 서빙했다.

‘저러다 잔 하나라도 안 깨지면 선방’이라는 생각을 할 무렵, 어느 테이블에선가 결국 쨍그랑! 활로 빵을 서빙하는 궁수가 쏜 빵에 와인 잔이 맞아 깨졌고, 테이블은 폭소의 바다가 됐다. “후추 필요하신 분!” 또 뭔가 심상치 않은 서빙 쇼가 벌어질 것이라 직감했지만 일단 정말 후추를 뿌리고 싶었기에 “여기요!” 불렀다. 그러자 한 여자가 와이어를 타고 날아와 공중곡예로 큰 원을 그리며 물구나무를 서더니, 온통 얼굴 빨개진 채로 스테이크 위에 후추 통을 조준해서 후추를 갈아주는 것이었다(아! 때로는 장인 정신도 부담스럽다). 입이 즐거운 동안 귀를 즐겁게 한 것은 역시 장인의 포스가 물씬 풍기는 장발의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유머러스한 음악. 공방 도구들을 타악기처럼 두들기는 기묘한 퍼커션은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사운드였고 적절한 불협화음도 의도된 것이라면 일품이었다! 
에르메스 백을 위한 수 년간의 기다림 끝에 사는 것은 그냥 단순한 백이 아니었음을, 이 프랑스판 슬랩스틱 코미디 같은 웃음의 파티에서 알았다. 바보스럽고 우직하게 정통 기법의 수제작을 고집하는 크래프트맨십과 정신(Spirit)! 아무리 비싸도, 아무리 기다려야 해도 사람들이 에르메스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3월호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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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최순영
    PHOTO COURTESY OF HER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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