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의 이름으로 || 엘르코리아 (ELLE KOREA)
FASHION

주얼리의 이름으로

수엘이란 이름의 사적인 주얼리끼고 있던 낡은 반지를 손가락에서 뺐다. 주얼리 디자이너 앞에 서면 괜스레 초라해질 것 같아서. 하지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니 수엘의 이수진은 각자에게 꼭 맞는 사적이고 편안한 주얼리를 만들기 희망하는 디자이너였다.

ELLE BY ELLE 2010.12.01

1 ‘편안한’ 주얼리를 만들고 싶다는 수엘의 디자이너 이수진.


<엘르> 독자들을 위해 본인을 소개한다면?
음, 어렵네요(웃음). 저는 옷 한 벌을 입듯 편안하게 자기를 연출할 수 있는 주얼리를 만들고 있어요. 한마디로 웨어러블한 주얼리를 디자인하는 사람이에요.

수엘(Suel)이란 브랜드는 어느 날 문득 나타났다는 느낌이 들어요.
시작은 2005년, 미국에서였어요. 고등학교 때 유학갔거든요. 처음엔 경제학과 미술을 동시에 공부하다가 졸업 후 본격적으로 주얼리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뉴욕에 있는 한 학교에 들어갔어요. 그땐 학생이라 남는 시간도 많았고, 한창 비즈 주얼리가 유행이던 때여서 용접 없이 쉽게 주얼리를 만들 수 있었죠. 쪼물쪼물 시간날 때마다 주얼리를 디자인해서 만들었어요. 그러다가 평소 좋아하던 주얼리 숍에 제가 만든 물건들을 보여줬고, 거기서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한국에서는요?
학생 비자 만료 후 한국에 들어온 뒤 우연한 기회에 판매를 시작했어요. 처음엔 서미앤투스 청담점이 오픈했을 때 조금씩 판매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욕심이 생겨 전문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죠. 지금은 신세계 백화점 본점과 분더숍&컴퍼니 등에서 판매하고 있어요.

주얼리는 구매할 때 브랜드 네임에 대한 의존도가 특히 높은 제품군이에요. 말하면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브랜드의 주얼리를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이 여자들에게 있죠. 그런 점에서 디자이너 브랜드로서는 좀 불리한 면이 있을 것 같은데요.
주얼리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게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것 같아요. 판매할 만한 장소도 많지 않고요. 하지만 한번 저희 제품을 구매했던 고객은 대부분 다시 찾아와요. 주얼리는 착용해 봐야 비로소 만드는 데 얼마나 공이 들어갔는지 알 수 있거든요. 이 브랜드를 시작한 지 이제 만 5년이 됐는데 아주 대중화되진 않았어도 디자이너 브랜드의 가치를 아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20대 여성이 뚜벅뚜벅 눈앞으로 지나간다면 그녀의 어느 부위를 먼저 볼 거예요? 손과 귀부터 볼 것 같은데. 맞죠?
맞아요(웃음). 아무래도 주얼리를 유심히 보게 되죠.

주얼리 디자인의 즐거움은 뭔가요?
상상했던 게 물건으로 만들어진다는 점. 2D가 3D로 변신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짜릿해요. 만들어놓고 보면 제 눈엔 다 예쁘고요(웃음). 주얼리는 살에 직접 닿는 아주 개인적인 아이템이라서 만드는 사람으로서는 즐거움이 남다르죠.

주얼리는 지구상에서 가격 폭이 가장 넓은 아이템이 아닐까 싶어요. 길거리에서 파는 천원짜리 귀고리부터 수억의 고가 제품까지, 크기는 작지만 가격은 천차만별이죠. 가치 있는 좋은 주얼리란 어떤 건가요?
가장 중요한 건 자신에게 편안한가,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편히 착용하지 못하고 보관해야 하는 값비싼 주얼리는 제값을 다하지 못하는 거니까요. 그걸 결정하는 건 물론 ‘디자인’이겠죠. 좋은 디자인은 시간이 지나도 늘 좋기 마련이에요.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제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때 딸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 그게 가치 있는 주얼리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는 주얼리가 간혹 화폐와 비슷한 가치로 인식되기도 하는데, 그보다 디자인 자체가 가진 가치를 평가해야 해요. 주얼리도 하나의 작품이니까요.



1 화이트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골드 뱅글은 수엘 제품.
2 아이스크림과 스마일 아이콘 등 독특한 펜던트가 달린 수엘의 네크리스들.


좋아하는 주얼리 디자이너가 있나요?
르네 루이스(Renee Lewis). 지금은 익숙한 것일지 몰라도, 처음 봤을 때는 그렇게 획기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굉장히 놀랐어요. 셰이크(Shake) 주얼리(속이 빈 크리스털 안에 작은 원석이나 다이아몬드 조각들을 담아 움직일 때마다 짤랑거리게 만든 디자인)는 당시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였거든요.

평소 주얼리를 디자인할 때 정해둔 원칙이 있나요?
편안하게 사람과 어우러지는 게 좋아요. 과시하기 위한 게 아니라 순수하게 자기만족을 위해 착용하는 주얼리요. 그래서 심플하지만 디테일이 살아 있는 디자인을 하려고 노력해요.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저 혼자 거의 모든 일을 다해요. 디자인, 홍보, 마케팅. 신제품이 나올 때는 재료 사러 다니고요. 제품 사진 찍으러도 가고. 한 군데 있지 않고 하루 종일 돌아다녀요(웃음).

주얼리 디자이너라고 하면 왠지 책상에 고상하게 앉아 스케치할 것 같은데요(웃음).
사실 그런 날은 많지 않아요. 어디 앉아 집중한다고 해서 좋은 디자인이 나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건 떠오를 때 간간이 하고, 평소엔 실무를 처리하는 편이에요. 가격 정하고 홍보하고, 제품 나오는 거 체크하고 뭐 그런 일들이죠(웃음).

얼마 전부터 제프리 뉴욕, 제프리 애틀랜타, 루이스 보스턴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고요? 근데 미국 진출은 어떻게 하게 된 거예요?
그게, 말하자면 좀 길어요. 미국시장 진출은 이 일을 시작할 때부터 갖고 있던 꿈이었어요. 처음엔 무작정 제품 사진을 찍어서 미국으로 갔죠. 리터칭도 안 한 채 가서는 어렵사리 한국 분을 소개받아서 속사포로 다시 작업한 뒤 길에서 만나 건네받고…. 휴우, 거의 007 작전을 방불케 했어요. 포맷도 없이 A4 용지에 프린트한 룩 북을 각 숍에 보냈죠. 당연히 아무 곳에서도 연락이 없었어요. 그땐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에 와 몇 년 열심히 일하다가 올해 초에 제대로 제품 촬영해서 포트폴리오를 보냈어요. 그 중 몇 군데서 관심 있다고 연락이 와서 샘플을 보여주러 미국에 직접 날아갔어요. 샘플을 보고선 ‘당장 판매하자’고 해서 진행을 시작했죠.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미국에 입점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지금은 그쪽에 치중해서 일하고 싶어요. 제가 너무 원했던 일이기 때문에 거기서 잘 자리 잡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 후엔 주얼리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인식도 점점 좋아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자세한 내용은 엘르 본지 12월호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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