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강의 가을 제철요리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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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강의 가을 제철요리

오곡백과가 풍성한 가을엔 요리할 맛이 더욱 난다. 하늘이 높아지고 말만 살찌는 것이 아니다. 가을 물 만난 생선들은 더욱 풍미를 더하고 고기들은 겨울 준비로 잔뜩 살이 오른다. 레오 강의 크리레이티브 이지 레시피 두 번째. 이번에는 가을의 진객, 전어와 대하 그리고 오리구이다.

ELLE BY ELLE 2010.10.22

오리가슴살 구이/ 전어 세비체/ 왕새우 라비올리


새벽 5시. 가락동농수산물 시장은 한낮의 열기로 가득하다. 분주히 오가는 수레용 전기차와 오가는 상인들. 주파수 안 맞는 라디오의 잡음을 연상케하는 경매상들의 목소리. 돌고래가 보내는 모르스부호 같다. 자주 나오는 편은 아니지만 재료를 고르기 위해 시장만큼 좋은 학습장은 없다. 모든 재료가 깔끔하게 포장되어 나오는 마트 물건만 가지고서는 어떤 재료가 좋은지 가늠할 수가 없다.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본 사람이 좋은 맛을 알 듯 좋은 재료를 고르려면 시장에 많이 나와봐야 한다. 책에서 본 사진이나 그림을 가지고 좋은 물건을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무엇보다 시장에 나오면 요즘 어떤 것이 새로 나오는지 뭐가 잘 안 좋은지 금방 알 수가 있다. 요즘 공부를 시작하는 젊은 셰프들은 배우려는 의지가 옛 선배들보다 훨씬 강하다. 하지만 그런 열정에 비해서 일은 열심히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아무리 잘 나가는 외국 셰프들도 수년간 하루 17시간의 중노동을 거치고 태어난 사람들이다. 하루 8시간 근무를 원한다면 셰프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할 직업 중 하나이다. 아. 이야기가 옆길로 샌다. 아무튼 오늘 재료들은 가을에 맛이 오르는 것들로 정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와 대하, 그리고 오리다.

며느리는 왜 집을 나갔을까
사실 전어는 그리 비싼 고급 어종이 아니다. 전어가 붐이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좋은 생선을 잡을 때 그물에 걸리면 버려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어부들을 헷갈리게 했던, 무던히도 많이 잡히던 생선이다. 도시에서 전어를 이야기할 때면 빠지지 않는 말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만드는' '전어 머리엔 참깨가 서말' '바다의 깨소금' 등이다. 전어를 구울 때 향이 너무 고소해서 자식도 버리고 남편도 버리고 집을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말인데, 며느리의 가치가 그것밖에 안되나 싶어 가끔 실소가 지어지곤 한다. 가을 전어가 맛있는 건 고소한 지방 때문인데 껍질과 살 사이에 있는 빨간 부분이 바로 지방이다. 가을이 되면 그 지방층이 두꺼워지면서 고소하고 풍미가 좋아진다. 좀 큰 전어는 구이로 먹고 작은 것은 뼈째 썰어 세꼬시로 먹는데, 뼈를 그대로 붙여 통째로 먹는 것을 뼈꼬시라 부르기도 한다. 생선을 날 것 그대로 먹는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인데 요즘 유럽에서도 음식 좀 안다, 트렌드를 좀 안다는 사람들은 '회'를 먹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이번에 만든 전어는 세비체란 요리다. 원래 칠레 음식인데 프랑스로 넘어가 아주 흔한 요리가 되었다. 우리나라 물회처럼 생선을 잘라 각종 야채와 함께 먹는 음식이다. 올리브오일과 화이트와인 비니거, 머스타드를 넣어 만든 비네그레이트로 맛을 낸다.




라비올리는 생긴 것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만두와 쏙 닮았다. 파스타의 종류가 무궁무진한 것처럼 라비올리도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수없이 자가증식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반죽. 물을 넣지 않고 밀가루와 계란, 그리고 약간의 소금 만으로 수천 수만가지의 라비올리가 탄생한다. 반죽을 할 때는 우선, 중력분을 쓸 것. 그리고 밀가루 200g 당 달걀 1개 정도의 비율을 맞추는 것이 좋다. 적당히 반죽해서 비닐에 넣어 냉장고에 넣어두면 자신 안의 수분으로 반죽이 숙성된다. 정성을 다한다고 상온에서 열심히 반죽하면 수분이 말라 반죽이 딱딱해진다. 물을 넣고 열심히 치댈수록 쫄깃해지는 만두나 칼국수 반죽과는 이 점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대하는 10월말까지 수량도 많고 인기도 좋은데 수컷보다는 암컷이 단백질이 많고 살이 튼실해 맛이 좋다. 이번에는 늘 먹듯이 소금 위에 구운 요리가 아닌 라비올리 속재료로 썼다. 껍질과 내장을 제거한 대하를 다져 생크림과 허브, 소금을 넣고 속을 만든다. 서로 엉겨붙을 수 있도록 속을 치대는 것이 포인트. 벗긴 새우껍질은 노릇하게 볶아 토마토 페이스트와 화인트와인을 넣고 오래 끓이면 대하의 향을 더욱 깊게 살아난다.



한국에서 아쉬운 재료 중에 하나가 오리다. 유럽에서는 9월 말부터 게임 시즌이 시작된다. 사냥철이 시작되는 그 때, 여러 종류의 오리들이 나오고 맛도 훌륭하다. 원래 오리고기는 닭고기처럼 하얀색이 아니라 소고기처럼 붉은 색이다. 색이 떨어지면 맛도 떨어지기 때문에 크기가 크고 붉은색 오리가 상품으로 취급된다. 우리나라 유통구조는 채소 고기 모두 중량을 기준으로 팔기 때문에 무게만 늘이는 경우가 많다. 야채나 과일은 물이 많으면 맛이 떨어진다. 작고 당도가 높을 때가 좋은데 그게 좀 아쉽다. 오리는 불포화지방산과 몸에 좋은 기름을 다량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에게도 권장되는 음식이다. 이번에 요리한 오리구이는 가슴살을 썼다. 닭가슴살처럼 퍽퍽하지 않다. 대신 다소 기름질 수 있으니 껍질에 칼집을 내어 아랫쪽을 향하게 오븐구이를 하는 것이 좋겠다. 고구마는 삶아서 우유와 버터를 넣고 뭉근한 불에 오래 끓여 퓌레를 만든다. 고구마를 고를 때는 너무 깨끗한 것보다는 흙이 묻어 있는 금방 캔 고구마가 맛있는데 요즘에는 그런 고구마를 만날 수가 없다. 깔끔한 것 좋아하는 사람들 때문에 세척 고구마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예전 흙 묻고 못생겼지만 달디달았던 고구마는 다 어디로 갔을까



*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본지 10월호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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