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집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달콤한 나의 집

주얼리 디자이너 아이린 뉴워스가 새 단장한 LA 집에 친구를 초대했다

ELLE BY ELLE 2018.07.28

로스 앤젤레스 근교 베니스 캐널스에 자리한 아이린 뉴워스의 단독주택. 거실에 있는 소파는 맞춤 제작한 것이며, 겉에 씌운 플라워 패턴 패브릭은 Schumacher, 칵테일 테이블은 Yves Klein, 천장에 달린 펜던트 샹들리에는 Lindsey Adelman. 벽면에 칠한 페인트는 아트리움 화이트 컬러로 Benjamin Moore. 벽의 그림은 뉴워스의 어머니인 제럴딘 뉴워스의 작품이다.



아이린의 친구들, 인테리어 디자이너 사라 셰터, 여성 패션 브랜드 코(Co)의 디자이너인 저스틴 컨, 배우 재뉴어리 존스가 거실에 모여 있다. 가운데 사람이 자신의 애견 테디를 안고 있는 아이린.



어느 수요일 밤, 주얼리 디자이너 아이린 뉴워스(Irene Neuwirth)는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자신의 집 벽난로 옆에 앉아 있었다. 맨발에 우아한 원피스를 입고 직접 디자인한 오팔 하트 목걸이를 한 채. 조금 전까지 그녀는 식탁 위에 프랑스산 도자기 그릇들을 세팅하고 은은한 향의 캔들을 켠 다음 저녁 식사 준비를 마쳤다. 모든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그야말로 치밀한 계획과 공들인 노력 없이는 완성될 수 없는 광경. 몇 분 내로 손님들이 도착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들뜨거나 부산스러운 기색 없이 테킬라를 홀짝이며 집 안을 장식한 빈티지 패브릭을 한 번씩 더 매만졌다. 이 집에 대한 그녀의 남다른 집착(?)에 관한 이야기는 손님이 모여들고 나서야 시작됐다.

“열두 살이 되던 해, 어머니와 함께 이곳 베니스 캐널스(Venice Canals)로 이사 왔어요. 제 고향인 셈이죠. 어른이 돼 독립했을 때도 여기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집을 구했어요. 인공 수로를 마주 보고 있는 고급 주택들은 꿈의 대상이었죠. 강아지 테디와 늘 같은 산책 코스를 걸으며 이 집들 중 한 곳에 사는 상상에 잠기곤 했어요. 높이 자란 덩굴나무 사이로 창문에 비치는 저녁 식사 풍경을 엿보기도 했고요. 어쩌다 ‘For Sale’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볼 때면 제 망상은 더욱 과열됐죠(웃음). 어느 날 테디가 갑자기 목줄을 풀고 매일 지나는 어느 집 마당으로 뛰어 들어갔어요. 고양이를 쫓는 것 같았는데, 그때 제 머릿속엔 온통 ‘이 집으로 이사오긴 틀렸구나’ 하는 생각뿐이었죠.” 아이린의 솔직하고 유쾌한 성격 그리고 미적 감각은 모두 화가인 어머니 제럴딘 뉴워스(Geraldine Neuwirth)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어머니가 즐겨 그린 밝고 강렬한 톤의 추상화부터 괴짜스러운 분위기의 70년대 텍스타일 디자인, 고전적인 빅토리아 스타일, 베니스 비치 근교의 현대적 예술 감성까지, 다채로운 영감들은 각기 다른 시기에 아이린의 머릿속에 들어와 강렬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콜라주를 이뤘다. 이런 콜라주의 미학은 집 안 물건들, 가구와 예술품을 배치한 방식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드레스 룸에서 요한나 오르티즈(Johanna Ortiz)의 컬렉션을 입고 자신이 만든 주얼리를 착용한 아이린. 아일랜드 수납장의 황동 손잡이는 따로 구입해서 부착한 것이다. 벽지는 Lee Jofa.



주방에는 1890년대에 제작된 앤티크 식탁을 놓았다. 함께 매치한 의자들은 프랑스 빈티지 제품들. 스토브와 후드는 Wolf, 펜던트 조명은 Hans Verstuyft by Plug Lighting.



거실에 있는 빈티지 클램 체어는 Philip Arctander, 사이드 테이블은 Stahl+Band.



아이린이 주얼리를 디자인할 때 집요하리만큼 열성을 보이는 것처럼, 그녀는 집에 놓인 그 어떤 물건도 허투루 들인 것이 없다. 세상에 없는 목걸이를 만들기 위해 독일의 어느 무명 아티스트를 찾아가 토끼를 조각해 달라고 의뢰했다는 에피소드는 오직 그녀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이상적인 등나무 의자를 찾기까지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몇 날 며칠 밤을 이베이 속에서 헤맸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집 안 곳곳을 꾸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빈티지 패브릭은 집다운 안락함을 해치지 않으면서 충분히 신선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기준에 맞춰 그녀가 수년 동안 각기 다른 문화권에서 구입한 것들이다. 그러니 수백 번을 지나치며 점찍어 둔 저택을 마침내 소유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과 유난스러움(!)이 있었을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아이린 뉴워스의 최근 작업들.



녹색 카누에 앉은 아이린, 배우 질리언 제이콥스와 영화감독 필 로드. 파란색 카누에 탄 작가 제니 코너, 재뉴어리 존스, 저스틴 컨. 크림색 카누에 탄 아이린 뉴워스의 브랜드 개발자인 엘리자베스 다울링 카우퍼스, 사라 셰터, 텍스타일 디자이너 그레고리 파킨슨.



거실은 그녀의 주얼리 디자인처럼 강렬한 컬러들을 조합해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러그는 Armadillo & Co., 블루 테이블은 Yves Klein.



게스트 침실에 놓인 침대 역시 빈티지 제품이며, 침대 협탁 위에 놓은 테이블 램프는 Meredith Metcalf. 하마 그림은 뉴워스가 일곱 살 때 직접 그린 드로잉이다.



주방 테이블 위의 황동 소재 캔들 홀더는 Freddie Andersen, 꽃병은 Heidi Anderson.



주얼리 디자이너란 때때로 유행의 최전선에 서 있는 직업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이린은 유행과 무관하게 지난 20년간 자신만의 주얼리를 완성하기 위해 다양한 공예 기술을 연마해 왔다. 그녀가 처음 만든 주얼리는 빈티지 비즈와 삼베를 엮어 완성한 디자인인데 여러 가지 실험적인 시도 끝에 탄생한 아이템이었다. 물론 지금 선보이는 제품들은 초기 디자인과는 꽤 거리가 있다. 비즈 대신 루비나 에메랄드 등 최고급 보석을 사용해 아름다우면서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주얼리를 만든다. 그렇게 완성한 반지와 목걸이는 아카데미상 시상식 드레스에 완벽히 매치될뿐더러, 카프탄 원피스에도 잘 어울린다. 리즈 위더스푼, 재뉴어리 존스, 기네스 팰트로처럼 개성 강한 스타들이 그녀의 주얼리를 애용하는 이유도 대범하면서 섬세한 균형 덕분일 것이다.

아이린의 디자인은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오버사이즈 주얼리 컬렉션부터 폭스바겐 비틀을 타는 히피족들까지 이질적이고 다양한 것에서 영향을 받았다. 덕분에 멜로즈 플레이스의 매장이나 바니스 뉴욕에 있는 매장 인테리어 또한 도시 분위기에 따라 확연히 다를지언정 모두 ‘아이린 스타일’이라고 할 만하다. 오늘의 하우스 파티에 초대된 친구들의 면면도 흥미롭다. 이 집을 함께 꾸민 인테리어 디자이너 사라 셰터(Sarah Shetter)를 비롯해 로켓 과학자, 영화배우, 빈티지 패션 딜러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인 자리. 그녀는 희귀한 공예품을 수집하듯 사람들이 주위에 왁자지껄 모여들게 하는 비범한 능력을 가졌다. 무작정 떠난 이탈리아 여행에서 만난 친구와 미국에서 다시 만나도 아무런 스스럼이 없다. 그녀의 초등학교 시절 단짝친구와 사교계의 셀럽이 한 장소에서 모여도 아이린이라는 공통분모만 있으면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아이린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사람을 물으니 망설임 없이 어머니와 자신을 꼽았다. 여자들이 스스로를 채찍질하거나 자신의 업적을 낮춰 말하는 것이 미덕인 양 강조해 온 역사를 감안할 때, 자신의 무궁무진한 창의성을 거침없이 설명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건 기쁘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내가 머무는 모든 공간, 내 자동차, 내 침실은 언제나 나를 표현하고 있어요. 제가 만든 주얼리를 만나는 것처럼요.”   



뒷마당에는 독특하게도 벽난로를 놓았고, 아웃도어 가구들에 패브릭을 얹어 코지한 무드를 연출했다.



꽃 형태의 캔들은 멕시코 여행 중 산미겔데 아옌데에서 구입했고, 앉아 있는 남자 조각상은 아이린의 아버지 피터 뉴워스의 작품.

Keyword

Credit

    사진 THE SELBY
    글 JENNI KONNER
    스타일리스트 J. ERRICO
    에디터 이경은
    번역 이소영
    디자인 전근영
팝업 닫기

로그인

가입한 '개인 이메일 아이디' 혹은 가입 시 사용한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이 가능합니다

'개인 이메일'로 로그인하기

OR

SNS 계정으로 허스트중앙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아니신가요? SIGN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