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 떠난 부부의 집 || 엘르코리아 (ELLE KOREA)
LOVE&LIFE

행복을 찾아 떠난 부부의 집

샐러드&샌드위치 가게, '샐러드 셀러'의 주인장 부부가 잘 먹고, 잘 쉬고, 잘 살기 위해 마련한 집.

ELLE BY ELLE 2024.03.21
 차를 즐기는 부부를 위한 작은 다도 공간이 마련된 주방. 옆 수납장에는 여행하며 모은 티 박스들이 차곡차곡 모여 있다.

차를 즐기는 부부를 위한 작은 다도 공간이 마련된 주방. 옆 수납장에는 여행하며 모은 티 박스들이 차곡차곡 모여 있다.

나에게 맞는 집을 찾기는 쉽지 않다. 거주와 생활에 대한 개인의 철학적 고민과 함께 크기와 구조, 인테리어 같은 물리적 요소까지 고려해야 할 문제가 많다. 하지만 자신의 삶과 일상에서 누리고자 하는 가치에 집중하면 답은 간단해진다. 고우리 · 김주홍 부부는 잘 먹고, 잘 쉬는 삶을 위해 부암동의 오래된 빌라에 터를 마련했다. 고즈넉한 정취와 자연 풍광에 반해 이사 온 지 2년이 넘어가지만 실제로 이 집에 거주한 지는 반년 정도. 그간 한남동에서 신선한 샐러드와 맛있는 샌드위치로 사람들의 입맛을 즐겁게 했던 ‘샐러드 셀러’ 주인장인 두 사람은 가게 근처에 숙소를 마련해 생활하고, 주말에만 부암동 집에 머물러 왔다.
 
 
대만 여행 때 들른 차관 ‘진미다원’에서 차와 다구를 구매하고 받은 ‘다록’과 ‘행복’이 쓰인 종이가 눈에 띈다.

대만 여행 때 들른 차관 ‘진미다원’에서 차와 다구를 구매하고 받은 ‘다록’과 ‘행복’이 쓰인 종이가 눈에 띈다.

부부가 운영하던 식료품점 ‘셀러투래프터’에서 사용하던 테이블. 디자인 스튜디오 플랏엠(Flat M)에서 주문 제작한 것. 집에서 유용하게 사용 중이다.

부부가 운영하던 식료품점 ‘셀러투래프터’에서 사용하던 테이블. 디자인 스튜디오 플랏엠(Flat M)에서 주문 제작한 것. 집에서 유용하게 사용 중이다.

얼마 전, 9년 가까이 달려온 샐러드셀러의 문을 닫고 이전을 계획하면서 부부에게 선물 같은 휴식이 주어졌다. 덕분에 어느 때보다 집에서 온전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 요가한 뒤, 건강한 아침 식사를 위한 요리를 시작해요. 지인을 초대해 차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요. 특별하지 않지만 꾸준히 지속하고 있는 루틴이죠.”‘잘 살기’에 집중하는 부부에게 이 집은 든든한 지원군이자 안식처다. 부부가 영위하려는 삶에 맞춘 집은 디자인 스튜디오 ‘콩과 하’와 함께 완성했다. 고객의 생활과 니즈를 깊숙이 파고드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감각적인 공간을 그려내는 콩과 하는 감도 높은 취향을 지닌 지인의 추천으로 운명처럼 만났다. 
 
 
수건걸이가 탑재된 비정형의 스테인리스 세면대는 주문 제작한 것.

수건걸이가 탑재된 비정형의 스테인리스 세면대는 주문 제작한 것.

욕실의 벽면 위를 따라 낸 긴 유리창은 자연 정취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좁은 공간의 답답함을 해소한다.

욕실의 벽면 위를 따라 낸 긴 유리창은 자연 정취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좁은 공간의 답답함을 해소한다.

 협소한 현관을 고려해 매립형 수납장을 설치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차가운 스테인리스 소재지만 버터 컬러의 벽이 이를 중화해 준다.

협소한 현관을 고려해 매립형 수납장을 설치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차가운 스테인리스 소재지만 버터 컬러의 벽이 이를 중화해 준다.

불필요한 요소를 최소화해 기본 바탕을 간결하게 완성한 대신 대리석과 스테인리스, 목재와 포인트 타일 등 다채로운 소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변주를 주고, 사방으로 작고 큰 창을 내 자연을 집 안으로 들였다. “집 안과 밖에서 멋진 자연을 즐길 수 있어 좋아요. 이런 것들이 일상이 되고 나니 복잡하고 답답했던 한남동 생활도 새삼 재미있게 느껴져요. 집에서 풍경을 즐기기 위해 마련한 장치 중 하나는 작은 물건을 잘 숨기면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맞춤 제작한 여러 종류의 수납공간인 것 같아요.” 
 
 
기존에 다용도실로 사용된 공간을 주방으로 꾸몄다. 창문을 따라 설치한 긴 대리석 바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며 아침을 먹거나 티타임을 가진다.

기존에 다용도실로 사용된 공간을 주방으로 꾸몄다. 창문을 따라 설치한 긴 대리석 바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며 아침을 먹거나 티타임을 가진다.

거실 바닥은 리놀륨 소재로, 욕실은 타일로 시공해 자재 변화를 통한 공간 분리를 꾀했다.

거실 바닥은 리놀륨 소재로, 욕실은 타일로 시공해 자재 변화를 통한 공간 분리를 꾀했다.

이 집의 또 다른 미학은 ‘숨김’ ‘가림’에 있다. 수납장 앞으로 블라인드를 설치하고, 슬라이딩 도어 뒤에 책장을 만들어 자잘한 살림과 물건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등 기발한 수납 아이디어가 곳곳에 가득하다. 특히 거실과 주방 사이에 설치된 슬라이딩 도어는 필요에 따라 움직이며 수납공간을 가리거나 드러내는 동시에 공간을 분할하거나 합치는 역할을 하며 집 전체에 독특한 레이어를 연출한다.
 
 
작은 다구들이 오브제처럼 놓여 있다. 주방을 프레임 삼아 밖으로 보이는 인왕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작은 다구들이 오브제처럼 놓여 있다. 주방을 프레임 삼아 밖으로 보이는 인왕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방 세 개, 다용도실 두 개, 화장실 한 개인 전형적인 빌라의 각 공간들은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재배치됐다. 리모델링 이전의 거실과 이어지는 기존 주방은 가벽을 활용해 드레스 룸으로 만들고 거실과 분리했다. 새로운 주방 공간은 안방과 또 다른 다용도실 사이의 벽을 활용해 마련했다. 벽의 중앙부를 ‘ㅁ’자 형태로 뚫어 차를 마시는 공간과 조리대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했다.부엌의 절반은 차를 즐기는 부부를 위한 다도 공간으로, 나머지 절반은 요리하는 조리대로 사용한다. 부엌 뒤편으로 길게 창을 내고 바를 설치해 뷰를 만끽하며 단출한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부부가 신혼 때 쓰던 소파 뒤로 플로스(Flos)의 ‘파렌테시 (Parentesi)’ 펜던트 조명이 달려 있다.

부부가 신혼 때 쓰던 소파 뒤로 플로스(Flos)의 ‘파렌테시 (Parentesi)’ 펜던트 조명이 달려 있다.

싱글 베드 두 개를 나란히 두어 아늑하게 완성한 침실.

싱글 베드 두 개를 나란히 두어 아늑하게 완성한 침실.

현관에서 들어오면 마주하는 거실 전경.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가려진 책장이 나타난다. 그 앞으로 플랏엠에서 제작한 테이블을 놓아 부부가 사무를 보거나 손님들과 티를 마시기도 한다.

현관에서 들어오면 마주하는 거실 전경.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가려진 책장이 나타난다. 그 앞으로 플랏엠에서 제작한 테이블을 놓아 부부가 사무를 보거나 손님들과 티를 마시기도 한다.

안방에는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티룸이자 다이닝 룸 또는 요가하는 공간으로 자유롭게 활용한다. 집의 고정적 영역을 생활 패턴에 따라 분리해 공간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배선이 그대로 보이는 노출 콘크리트, 스테인리스로 된 뚫린 주방, 카페에 온 듯한 긴 바. 가정집보다 상업공간 같은 인상을 풍기는 집. 주거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완전히 자유로웠던 부부는 전형성을 벗어나 구조와 자재를 과감하게 활용해 자신이 원하는 삶에 집중한 공간을 완성할 수 있었다. 두 사람에게 이 집은 자연에서 위로와 쉼을 얻고, 취미를 만끽하고, 건강한 생활 루틴을 만들며 삶의 가치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완벽한 파트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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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권아름
    사진가 이우정
    아트 디자이너 구판서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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