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떤 기분으로 타이를 골랐는지 묻고 싶었는데 스카프를 했다 이것이 ‘타이 컬렉션’ 정신이다(웃음). 자유롭게 무한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요즘 사람들이 이 컬렉션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인스타그램으로 살펴보는 게 낙이다. 나 역시 새로운 힌트를 얻을 수 있으니까.
테이블웨어에 타이 패턴을 활용했다. 왜 타이인가 개인적으로 오래전부터 미니 패턴을 이용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일본 기모노에 쓰이는 무늬처럼 아주 작은 패턴 말이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찾던 중 우연히 에르메스 아카이브에서 타이 패턴을 봤는데 내가 찾던 느낌 그대로라 바로 결정했다. 에르메스 타이 패턴은 굉장히 기하학적이면서 추상적이기까지 하다.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에르메스 타이에 쓰이던 패턴 그대로 옮겨 왔나 지난 20여 년 동안 1500여 개의 에르메스 타이 패턴을 디자인한 필립 무케(Philippe Mouquet)를 찾아가 그가 보여주는 패턴 중에서 몇 개를 골랐다. 패턴은 실크가 아니라 도자기에 입혀야 했기에 좀 더 작게 다시 디자인했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부분은 컬러 선택이다. 도자기에 입힌 컬러는 그냥 볼 때와 전혀 다르다. 입힐 수 있는 색도 한정적이다. 그래서 도자기에 어울리는 패턴과 컬러의 합을 찾는 데 고심했다. 마치 인형 옷 입히기 놀이 같았다(웃음). 식기에 각각 다른 색과 패턴을 입혔다 벗기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이번 컬렉션 중 특히 접시는 보기만 해도 매우 얇은 느낌이다 패턴을 넓게 프린트하되 음식 역시 넉넉하게 담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최대한 얇고 납작하게 만들려고 했다. 새로운 형태였기에 기술적으로 쉽지 않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얇고 납작해야 다른 컬러, 다른 디자인의 식기와 함께 놓아도 편하고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컬렉션인데 각기 다른 디자인이라는 점도 남다르다 모든 피스가 고유하다. 이미 에르메스 테이블웨어를 갖고 있다면 그것과 어울리고, 평범한 흰 접시와도 잘 어울리는 테이블웨어를 만들고 싶었다. 그야말로 재미있게 갖고 놀 수 있는 대상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에르메스 클래식 컬렉션과 전혀 다르다. 아이디어에 반대한 사람은 없었나 메종 에르메스는 오늘날 세대가 살아가는 방식이 예전과 다르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다. 젊은 사람 중에는 부모 세대처럼 컬렉션 전체를 사는 사람이 드물다. 믹스매치에 자유롭고 컬렉션이 다르다는 데 개의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새롭고 신선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타이 컬렉션’에 어떤 요리를 담고 싶나 평소 요리를 즐긴다. 지극히 개인적 취향으론 바닷가 근처에서 친구,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식사 시간이 떠오른다. 접시에는 내가 좋아하는 튜나 요리가 가득한 풍경도(웃음).
다음 컬렉션에 대한 힌트를 준다면 가까운 시일 내 출시될 컬렉션은 지금처럼 자유로운 믹스매치 컨셉트다. 아주 클래식한 컬렉션도 준비 중이다. 항상 새로운 스토리를 전개하려 한다. 이번 ‘타이 컬렉션’에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함 같은 즐거움을 담고 싶었다. 물론 오브제를 어떤 스토리로 해석할지는 사용하는 이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