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의 표정은 굳어 있다. 어린 엄마에게 결혼이란 행복과 함께 두려움도 예고했을것이다. 드레스 밑으로 보이는 곱게 모은 플랫 슈즈를 신은 엄마의 발마저 눈이 시리게 곱다. (<엘르> 편집장 강주연)
 
 
 
 
 
 
엄마가 이렇게 수줍은 신부였던 때가 있었다니! 색동 한복을 입은 채 눈을 살포시 내린 모습은 딸인 내가 봐도 설렌다. “외할머니 맞느냐?”며 놀라는 손녀 얘기에 엄마는 대답한다. “할머니도 어여뻣던 시절이 있었단다.” (패션 컨설턴트 & 비키스타일 대표 류지연)
 
 
 
 
 
 
아버지는 당대의 미스코리아와 유명 여배우를 포함해 무려 125번이나 선을 보셨단다. 마지막인 125번째 여인이 바로 어머니로, 선한 인상과 조근조근한 말투, 하얀 피부에 첫눈에 반하셨단다. 두 분은 아직도 결혼하던 그날이 어제 같다고 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
 
 
 
 
 
 
한겨울에 핀 백합처럼 순수했던 어머니의 웨딩드레스는 지금 봐도, 아니 언제 봐도 아름답다. 실제로도 함박눈이 펑펑 내렸던 겨울날, 수줍은 신부는 눈 속에 핀 한 떨기 꽃이었다. (패션 디자이너 & 홍익대 교수 간호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