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엘'과 동행한 홍콩 방문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FASHION

'씨엘'과 동행한 홍콩 방문기

지난 10월 23일, 홍콩 랜드마크 아트리움에서 열린 펜디의 모피 순회전과 갈라 디너에 씨엘이 아시아 뮤즈로 참석했다. <엘르>가 밀착 동행한 씨엘과의 10시간.

ELLE BY ELLE 2014.12.05

 

크리스털이 흩뿌려진 갤럭시 셔링 퍼 재킷을 입은 씨엘과 만난 펜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실비아 벤추리니 펜디. 만나자마자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며 템플을 둘러보고 있다.

 

 

 

 

 

 

마치 모니터에 열린 팝업창처럼 마이크를 들이댄 취재진에 둘러싸여 인터뷰 중인 씨엘.

 

 

 

 

 

 

1 고도의 테크닉인 인레이 기법을 시현 중인 장인.
2 12벌의 아카이브 코트 중 하나인 2000년의 멀티 인레이 코트. 기하학적인 무늬 하나하나가 깎은 밍크 조각을 상감 기법으로 바느질해 연결한 것이다.
3 아쿠아리움에 지어진 팝업 전시장의 중심에 자리한 템플. 말 그대로, 장인의 신전이다.

 

 

 

 

 

 

12개의 아카이브 퍼 코트가 담긴 금빛 큐브가 타임 캡슐을 연상시킨다.

 

 

 

 

 

 

(위) 종이 패턴에서 완성까지, 기하학적인 스트라이프 밍크 코트의 제작 과정을 전시한 템플의 한켠.
(아래) 다양한 테크닉을 자세히 볼 수 있도록 샘플을 고정한 태블릿이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몇 달 전 파리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 참석해 <엘르> 게스트 에디터로서 쿠튀르 다이어리를 게재했던 씨엘. 이번엔 홍콩이다! 젯셋족 씨엘의 홍콩 트립은 으레 그렇듯, 파파라치에게 포착된 공항 패션으로 시작됐다. 페인팅이 흩뿌려진 모헤어 크롭트 스웨터와 볼륨 있는 몸매에 딱 들어맞는 핏 앤 플레어스커트, 이리디아 선글라스로 스타일링한 공항 패션은 꼭두새벽부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이날, 펜디의 풀 착장으로 드레스업한 씨엘은 단순히 한국의 셀럽이 아닌, 아시아의 아이콘 자격으로 펜디 홍콩 리전의 초대를 받아 글로벌 순회 전시 <또 다른 아트의 세계 Un Art Autre>의 오프닝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었다. 세계적인 프로듀서 스쿠비 브라운과 손잡고 본격적인 미국 데뷔를 앞둔 그녀는 현재, 패션 뮤즈로서도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다. 여유 있는 출장이라는 걸 경험해 본 적 없는 그녀는 이번에도 역시 새벽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쉴 틈 없는 스케줄 속으로 뛰어들었다. 시위대의 점거로 인해 더욱 심해진 홍콩의 교통체증을 뚫고 센트럴에 위치한 랜드마크에 도착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익스클루시브 투어를 위해 그녀의 짧은 휴식 시간을 깼다. 스타일리스트의 트렁크에서 빠져나온 펜디의 노란 박스들이 어질러진 스위트룸 한 켠의 아이폰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디플로의 ‘레볼루션’. 후드의 모양을 매만지며 파이널 터치 중이던 씨엘이 백만달러짜리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전시 투어를 위해 씨엘이 선택한 옷은 펜디 F/W 컬렉션의 갤럭시 셔링 퍼 재킷과 퍼가 풍성하게 트리밍된 가죽 후드, 시스루 메시 톱과 슬릿이 깊게 파인 페플럼 스커트 그리고 씨엘이 소장하고 있는 펜디의 메시 부티다. 크리스털이 별처럼 수놓인 갤럭시 재킷의 오묘한 패턴이 그녀의 신비로운 매력과 조화를 이뤘다. 스위트룸에서 전시장까지의 거리는 불과 도보 10분 남짓이지만 두 명의 보디가드에게 호위를 받으며 랜드마크 아트리움으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거대한 황금빛 원형 구조물이 시선을 압도했다. 펜디의 모피전 <또 다른 아트의 세계>를 위해 지어진 이 거대한 팝업 미술관은 건축가 마르코 베빌라쿠아(Marco Bevilacqua)가 설계한 것으로, 지난해 4월 도쿄예술대학에 처음 지어진 이후, 전 세계를 순회 중이다. 탐스러운 황금빛 성전의 입구엔 펜디 모피의 인상적인 모멘트를 콜라주한 디지털 월이 60년대 중반부터 현재에 이르는 강렬한 아카이브 비주얼을 쏟아내고 있었다. 취재진과 인파가 모여든 포토 월을 뚫고 입구로 향하자, 엠마누엘라 노빌레 미노(Emanuela Nobile Mino)가 씨엘을 맞았다. 순회 전시의 큐레이터인 엠마누엘라는 다양한 시대에서 뽑아낸 12벌의 코트가 담긴, 마치 타임 캡슐을 연상시키는 골드빛 큐브 앞으로 안내했다. 1925년, 퍼와 가죽 공방에서 출발한 펜디 하우스에게 퍼는 하우스의 뿌리이자 DNA와도 같은 존재다(1967년에 만든 더블 F의 상징이 ‘Fun Fur’일 만큼 하우스와 퍼는 밀접하다). 물론 88명의 모델들이 88m의 캣워크를 걸어 ‘달에서 보이는 최초의 쇼’로 기록된 만리장성 쇼처럼 펜디 역사에서 인상적인 모멘트는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혁신이라는 단어에 있어서 퍼만큼 밀접한 영역은 없다. “펜디의 퍼는 가벼움에 초점을 맞춰 발전해 왔어요. 바로 여자들이 매일 입을 수 있는 가벼운 퍼 말이죠.” 실크스크린으로 지오메트릭 패턴을 구현한 에스키모 코트(1970년)에서 세계 최초의 리버서블 퍼인 라비린스(Labyrinth) 퍼 코트(1979년), 로마 복식의 드레이핑을 표현한 드레이퍼리 퍼 코트(1986년), 희귀한 모피 소재를 변형하고 가공해 퍼의 개념을 확장한 아나토미 코트(2014년)까지, 당대의 가장 혁신적인 기술과 스타일이 모두 펜디의 퍼 공방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씨엘이 소장하고 있는 컬러풀한 오키드 코트 역시 이번 전시 작품 중 하나다. “이건 제 스타일이에요.” 그녀가 가리킨 ‘초콜릿 코트’는 1999년에 만들어진 밍크 리버서블 코트로 가죽 위에 메탈릭 효과를 낸 미래적인 디자인이 무대의상으로도 손색없어 보였다. 12개의 아카이브를 지나자, 전시장 코어에 있는 ‘템플’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실비아 벤추리니 펜디(silvia Venturini Fendi)와 피에트로 베카리(Pietro Beccari) 회장이 직접 씨엘의 가이드를 자처했다. 말 그대로 ‘장인의 신전’으로 꾸며진 템플에선 스케치에서 완성품에 이르기까지 펜디의 퍼가 탄생하는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도록 실물과 영상을 아우르는 다감각적인 체험 공간으로 꾸며졌다. 세계적인 조명 디자이너 조앤나 그라원더의 그윽한 조명과 플라비아 라차리니의 사운드 트랙이 더해져 모든 감각이 새로운 경험을 흡수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로 튜닝되는 듯했다. 바게트 백으로 ‘잇’ 백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한 실비아는 피카부, 투주르, 바이더웨이로 이어지는 하우스의 아이코닉한 백들을 직접 소개하며 씨엘과 대화를 이어갔다. 그녀 역시 몇 개의 펜디 ‘잇’ 백을 소장하고 있지만 특히 관심을 보인 건 이미 국내에서도 웨이팅 리스트가 긴 ‘칼리토’. 템플의 벽엔 다양한 방식의 모피 기법을 보여주는 태블릿이 마치 갤러리의 아트 피스처럼 걸려 있었는데, 피에트로 회장은 태블릿을 벽에서 떼어내 뒷면까지 보여주며 상세하게 설명했다. 페르시아 양털과 두더지 퍼를 이탈리아의 파스타인 라비올리 형태로 이어붙인 라비올리(Ravioli), 깎은 밍크 퍼 조각들을 정교한 상감기법으로 연결해 마치 커팅하지 않은 하나의 원단처럼 완성한 멀티 인레이(Multi Inlay) 등 스타일과 테크닉에 있어 예술의 경지에 이른 이 혁신적인 작품들을 감상하던 씨엘이 어딘가를 보고 물었다. “저분들이 실제로 뭔가를 만들고 있나요?” 그녀가 가리킨 템플 중심에는 로마에서 온 장인들이 다양한 기법을 시현하고 있다. 복잡한 지오메트릭 패턴의 퍼 조각을 연결하는 데만 80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고도의 인레이 테크닉을 눈앞에서 재현하던 장인이 씨엘의 시선을 의식한 듯 더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가벼움, 컬러, 테크닉의 혁신을 보여준 90년의 역사를 감상하기에 시간은 너무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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