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보이스] 매일 땀 흘리는 모든 소녀들을 위하여!

"이 시간이 너무 좋아요. 힐링되는 기분이에요" 틴트레이닝 이서영 대표가 이 말을 듣는 순간 소름이 돋았던 이유는?

 
매일 땀 흘리는 소녀들을 위하여!
 
건배사 같지만 ‘위하여!’라는 말을 좋아한다. 나와 타인을 치켜세울 수 있는 세 마디의 힘센 말. 위하여! 내 창업은 소녀였던 나와 소녀시절을 겪고 있는 세상의 모든 딸을 위해 시작됐다. 30년 전, 남동생이 하얀 태권도복을 입던 날. 도복을 입고 태권도를 배우고 싶었다. 아버지에게 태권도장을 보내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원 한두 개를 다녔다. 속셈학원 혹은 보습학원에 남자는 태권도 같은 운동, 여자는 미술이나 피아노를 배우던 시절이었다. 그때 남동생은 남자는 운동 한두 개는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고, 나는 여자애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니 미술학원은 어떻겠냐고 권유받았다.  
 
지금이라면 한마디했을 텐데 그때의 나는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다. ‘운동선수가 될 것도 아닌데... 태권도는 남자아이들이 하는 운동이니까...’ 남동생의 태권도복을 부러워하며 미술학원에 다녔다. 화가를 꿈꾸던 소녀는 유치원 선생님이 됐다. 결혼 후 태권도 사범인 남편의 영향으로 그렇게 입고 싶던 도복도 실컷 입고 태권도와 운동을 가르친다. 나는 딸 셋을 키우며, 서울의 한 지역에서 14년간 체육관을 운영하며 매일 100명 이상의 아이를 만나고 있다. 소녀에서 엄마가 된 지금, 30년 전과 30년이 지난 지금도 운동에 대한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여자아이들도 운동 많이 하나요? 또래 여자아이들 많이 있나요?” 여자아이가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요즘은 유치원생부터 운동을 배우겠다고 오는 아이들이 많다. 그렇게 평균 3~4년 정도 운동을 배운 여자아이들은 사춘기를 기점으로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비슷하다. “여자아이라 운동은 이 정도만 하려고요. 여자아이들은 사춘기가 되면 운동 안 하잖아요. 친구가 없어서 싫대요.”
 
소녀들이 운동을 그만두기는 너무 쉽다. 사춘기 소녀가 되면 운동시간이 멈춘다. 체육 시간이 있고, 방과 후 활동을 통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음에도 사춘기 소녀 중에 그 시간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별로 없다. 몸을 힘들게 하는 운동시간을 불편하고 무의미하게 보내는 게 현실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사춘기가 되면 소녀들의 몸은 큰 변화를 겪는다. 2차 성징이 시작되면서 유방이 발달하고, 초경이 시작되면서 불편함을 토로한다. 달리거나 격한 운동을 할 때 자신의 몸에 신경 쓰이고 주변 환경과 시선에 예민해진다. 운동을 가르칠 때도 유독 옷 매무새를 가지런히 하고 삐쭉 올라온 상의를 밑으로 내리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여자다. 운동은 온전히 몸에 집중해야 하는데, 소녀들은 이미 신경 쓸 게 너무 많다.  
 
또 다른 이유는 운동 프로그램이다. 소녀들은 어려서부터 ‘이건 위험해’ ‘이건 너무 힘들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도전보다 안전을 우선시하는 교육을 받는다. 이런 환경에서 몸을 쓰는데 두려워하거나 어렵게 생각하는 소녀들이 많다. 운동 경험이 짧거나 거의 없는 소녀들도 많다. 운동 경험이 전혀 없는 소녀, 운동을 좋아하지만 같이 운동할 또래 친구가 없는 아이들을 위한 소녀 전문 운동 프로그램은 없을까? ‘틴트’는 소녀들이 지속적인 운동 경험을 유지하도록 시작했다.
 
2021년 온라인 상담과 강의로 시작한 틴트 서비스는 소녀를 위해 변하고 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9~18세 소녀들이 운동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무턱대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일 특강 클래스도 해봤다. 운동 다이어리를 제작해 루틴을 만들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해 보기도 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도 만들어보고 클래스도 만들어보고 도대체 왜 이 서비스를 알아주지 않는지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깨지고 부딪히면서 ‘이게 맞나?’ 고민을 나누고 질문을 던지는 비즈니스를 함께해 줄 누군가가 절실했다. 이때 만난 단비 같은 존재가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이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여성 창업자를 위한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는 여성 창업자에게 따뜻한 위로와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그리고 그렇게 언더우먼 임팩트 커뮤니티 2기에 합류했다. 각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는 살롱 프로그램과 기회의 장을 통해 소셜 미션과 사업을 향한 열정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외로운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나도 같은 고민을 하던 때가 있었다”며 건네는 위로와 조언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확신을 줬다.
 
“이 시간이 너무 좋아요. 힐링 되는 기분이에요.” 
언더우먼 임팩트 커뮤니티에서 내가 했던 말이다. 이 말을 하는 순간 뒤통수가 찌릿했다. 틴트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하기 전, 베타 테스트 기간에 12명의 소녀들과 약 2개월간 세 번의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 이때 한 소녀가 했던 말을 내가 그대로 해버린 것이다. 틴트는 단순히 운동 콘텐츠만 제공하지 않는다. 소녀를 위한 운동 콘텐츠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다. 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취미활동도 하고, 때로는 즉흥적으로 클래스를 오픈하며 친구들과 운동의 즐거움에 흠뻑 빠지는 시간을 만든다. 서로에게 힘이 돼주고 힘을 나눈다는 점에서 두 커뮤니티는 닮았다고 할 수 있다.  
 
틴트는 지난해 주식회사 틴트레이닝으로 거듭났다. 올해는 지자체에서 8주간 틴트의 운동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하체 근력운동, 스트레스 해소 운동, 자기관리 운동 등 다양하고 좋은 영상과 친절한 자막, 따라 하기 쉽고 필요한 운동을 성인이 아닌 또래 아동이 보여준다. 운동을 통해 체력을 키우는 원리는 간단하지만 더디다. 체력은 땀과 시간의 보상이기 때문이다. 14년간 체육관을 운영하며 아이들에게 운동을 가르친 것처럼 소녀들이 땀흘리는 기쁨을 알게 하기 위해 앞으로도 우직하게 걸어 나갈 것이다. 소녀시절을 겪는 세상의 모든 딸을 위하여!
 
이서영
주식회사 틴트레이닝 대표. 14년간 매일 100명 이상의 아이에게 운동을 가르친 아동 운동 전문가로서 〈공부 잘하는 아이는 체력이 다르다〉를 펴냈다. 10대 소녀들의 지속 가능한 운동 콘텐츠를 제작하며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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