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디자인 위크를 만끽한 일주일 || 엘르코리아 (ELLE KOREA)
CULTURE

밀란 디자인 위크를 만끽한 일주일

도시 곳곳 3000개가 넘는 다양한 전시와 행사로 채워진 2023 밀란 디자인 위크를 만끽한 일주일! 놀라운 감각과 기발한 상상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전시 6.

이경진 BY 이경진 2023.05.29
 

GUBI

구비의 초대장을 들고 밀란에서 사랑스러운 지역 중 하나인 포르타 로마나(Porta Romana)로 향했다. 도심 소음이 잦아든 평화로운 골목에서 발견한 시립수영장 바니 미스테리오시(Bagni Misteriosi). 구비는 오랜 기간 레너베이션을 거치느라 대중에게 공개된 적 없던 야외 수영장을 무대로 선택했다. 에메랄드빛 물과 고풍스러운 야외 수영장을 배경으로 구비의 새로운 아웃도어 가구 컬렉션이 펼쳐진 광경은 디자인 위크 첫날부터 입소문을 타 구름 같은 관객을 동원했다. 보석 같은 장소를 채울 독특한 전시가 필요했던 구비는 큐레이터이자 디자인 평론가인 마르코 사미켈리(Marco Sammicheli)와 손잡았다. 마르코가 기획한 〈텐: 비욘드 더 비틀 Ten: Beyond the Beetle〉은 론칭 10주년을 맞은 ‘비틀’ 체어를 기념한 전시다. 10년 전, 디자인 스튜디오 감프라테시(GamFratesi)가 디자인했던 ‘비틀’의 시작점으로 돌아가 실험적 예술가, 건축가, 패션 디자이너, 음악가 등 10명의 크리에이터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재해석했다.
 

DOPPIA FIRMA

도피아 피르마는 유럽의 디자인 혁신과 장인 기술 사이의 협업을 이끌어내 유니크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여온 프로젝트다. 새로운 네트워크를 맺으며 현대적 비전을 품은 디자인 문화를 만들어온 이들의 올해 전시 주제는 경계를 허무는 현대예술 속 ‘유희’에서 시작했다. 유희에서 유머로, 아이러니에서 암시로, 은유에서 농담으로, 고의적인 혼란으로 넘어가며 관점과 가치의 다양한 전복을 보여주었다. 팔라초 리타(Palazzo Litta)에서 선보인 전시에선 도피아 피르마에 쏟아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다양한 디자이너와 장인들과 협업해 놀라운 감각적 경험을 선사했다. 아담 나다니엘 퍼먼(Adam Nathaniel Furman)과 아틀리에 비아게티(Atelier Biagetti),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의 작품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크리스 윌슨과 호세 루이스 알바레즈의 협업으로 완성된 의자들은 100% 콜롬비아산 버드나무로 만들었는데, 인간의 몸에서 영감을 받아 흥미롭고 매력적인 작품으로 탄생했다.
 

DIMORE STUDIO

음악, 조명, 향기, 촉감까지. 디모레 스튜디오는 매해 밀란 디자인 위크에 모든 감각을 동원해 마법 같은 분위기로 그들이 디자인한 공간과 컬렉팅한 사물을 표현해 왔다. 올해도 디모레 스튜디오의 ‘유니버스’는 수많은 관객을 사로잡았다. 2022년, 밀란 중앙역 근처에 넓은 규모의 두 번째 갤러리 디모레센트랄레(Dimorecentrale)를 연 디모레 스튜디오는 20주년을 자축하는 몰입형 전시 〈사일런스 Silence〉를 다섯 가지 챕터로 선보였다. 존 포슨, 톰 딕슨, 엘레나 살미스트라로의 유리 작품을 한데 모으는 등 설립자인 에밀리아노 살치(Emiliano Salci)와 브릿 모란(Britt Moran)이 치밀하게 큐레이션한 빈티지 컬렉션을 아름다운 음악과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 관객은 벽에 난 구멍 사이로 각 공간의 미장센을 들여다보는 형식을 통해 인상적 경험을 얻었다. 특히 기존 디모레 갤러리에서는 〈노 센스 No Sense〉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전시를 펼치며 한 쌍의 블록버스터 같은 밀란 디자인 위크 이벤트를 호평 속에 마쳤다.
 

ALCOVA 2023

밀란 디자인 위크의 푸오리살로네가 주는 즐거움은 밀란의 역사적 장소가 다양한 디자인 집단과 브랜드의 창의적 전시로 재해석된다는 사실이다. 유랑하는 디자인 플랫폼인 알코바가 밀란 디자인 위크에 자신들의 이름으로 이벤트를 연 것은 올해로 다섯 번째. 동시에 지난 5년 동안 알코바는 버려진 베이커리 공장, 캐시미어 공장, 군 병원 단지 건물을 활성화시켰다. 알코바가 올해 선택한 폐허는 버려진 인프라 단지인 포르타 비토리아(Porta Vittoria)의 화려한 물류 거점이자 도살장이었던 장소. 큐레이터 조셉 그리마(Joseph Grima)와 발렌티나 치우피(Valentina Ciuffi)가 이곳에 알코바를 상륙시켜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된 곳이다. 끊임없이 탐험하는 알코바의 DNA를 발휘해 올해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에 다채로운 디자인 그룹의 전시로 숨을 불어넣었다. 여섯 개 건물, 2만㎡에 달하는 면적에 걸쳐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재료에 대한 연구와 현대공예가 어우러지게 했다.
 

NILUFAR DEPOT

닐루파 갤러리 파운더인 니나 야샤(Nina Yashar)는 밀란 디자인 신을 대표하는 스토리텔러이자 눈 밝은 선구자다. 1979년 닐루파 갤러리의 문을 연 후 90년대에 이르러 현대적 디자인 컬렉션으로 독특한 카펫과 최첨단 가구, 신흥 디자이너의 작품, 미드센추리 디자인 거장의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가에타노 페세의 실리콘 카펫, 폴 에번스의 작품 등을 재발견하고 감각적인 전시를 열어 수집가와 디자인 애호가, 연구가 사이에서 컬트적 지위를 얻어왔다. 두 번째 공간인 닐루파 디포트는 한때 실버 제품 공장이었던, 1500㎡에 달하는 건물이다. 밀란의 라 스칼라 극장에서 영감을 받은 레이아웃으로 3개 층에 걸쳐 광범위한 디자인 컬렉션과 현대적 디자인 피스를 펼치는데, 이들이 만들어낸 조화는 극도로 절묘하다. 올해 닐루파 갤러리는 스튜디오 베뎃이 기획한 전시 〈포이킬로스 Poikilos〉를 선보였다. 보는 사람이나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진주광’을 통한 빛과 마법의 개념을 가구의 형태로 표현했다.
 

SAINT LOUIS

1586년부터 크리스털 제품의 역사를 써온 생 루이는 올해 밀란 디자인 위크에 〈빛의 전시〉를 준비했다. 브레라 지구의 산타 마리아 델 카르민 교회에서 생 루이는 비주얼 아티스트 노에미 시퍼(Noemi Schipfer)와 뮤지션 타카미 나카모토(Takami Nakamoto)로 구성된 듀오 아티스트 노노탁(Nonotak) 등 빛과 소리 전문가와 협력해 크리스털과 사운드, 조명이 결합한 전시를 선보였다. 음악과 빛, 시각 효과를 이용한 설치미술은 크리스털을 보다 시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했고, 관객이 조명이 켜진 교회를 더욱 깊이 탐험하도록 유도했다. 샹들리에와 같은 생 루이의 전통적 장식 조명이 아닌, 관람자가 선 자리 가까이 빛을 드리우는 팬던트 조명과 천장부터 바닥까지 내려오는 벽 램프가 중앙 무대를 차지하기도 했는데, 램프 각각 다른 높이에 걸어 독특한 조명 효과를 연출했다. 물론 전시의 클라이맥스, 압도적 분위기로 관람자를 매혹한 오브제는 결국 48개의 램프로 이루어진 왕실 샹들리에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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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이경진
    COURTESY OF ALCOVA
    COURTESY OF DIMORE STUDIO
    COURTESY OF DOPPIA FIRMA
    COURTESY OF GNBI
    COURTESY OF NILUFAR GALLERY
    COURTESY OF SAINT LOUIS
    아트 디자이너 박한준
    디지털 디자인 오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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