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보이스]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에디터에서 작가로, 팟캐스터로, 끝없이 확장 중인 황선우 작가가 말하는 직업의 미래

 
직업의 개수와 상관없이
2022년 4월에 팟캐스트를 시작했으니 꼭 1년이 됐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함께 쓴 동거인 김하나 작가와 함께 ‘우리 둘은 어차피 늘 뭔가 떠들고 있으니까’ 대화의 장소를 마이크 앞으로 옮겨보자고 시작한 개인 팟캐스트. 재밌게 봤던 영화나 책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일상을 이야기할 때가 많다. 계절마다 그 시기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누리는 노하우나 돈이 없어도 부자로 사는 법을 논하며,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고 좋은 습관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나눈다. 또는 다이어트에 매달리기보다 ‘여자는 풍채’라는 말을 되새기자, 경거망동해도 좋으니 자화자찬하며 용감하게 살자, 삶의 반경을 넓혀주는 운전을 시작해 보자…. 이야기들을 1년 동안 꾸준히 발신해 왔다. 이렇게 열거해 보니 결국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고민하고 그 생각을 청취자들과 나누는 방송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채널이 조금씩 성장하다가 ‘톡토로’라는 청취자 이름도 생기고, 좋아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추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료 광고도 들어왔다. 청취 수 1000만 명을 넘기더니 애플에서 선정한 ‘2022년 가장 사랑받은 팟캐스트’에도 뽑혔다. 곧 25년 차가 되는 내 커리어에서 잊을 수 없이 밀도 높은 1년이었다. 프리랜서가 된 첫해에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는데,  어느덧 ‘팟캐스터’의 정체성이 내 직업을 구성하는 지분에서 더 크게 느껴진다.
 
같이 팟캐스트의 기획부터 진행, 제작까지 나눠서 하는 김하나 작가가 가끔 나를 놀리며 인용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매거진 에디터 시절 내가 회사 안의 삶을 지속하는 걸 버거워하면서도 회사 밖의 삶을 얼마나 두려워했는가 하는 얘기다. 퇴사해도 얼마든지 할 일이 많다는 김하나에게 난 이렇게 말했을 거다.
 
글 써서 받는 원고료를 뻔히 알잖아. 같은 일을 할 바에야 월급받으며 회사 다니는 게 훨씬 낫다고.
 
그때는 내가 가진 전문성이 잡지를 만드는 기술로 생각했고, 회사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것으로 한정했다. 그런데 팟캐스트를 시작해 보니 입으로도 매거진을 만들 수 있었다. 정해진 원고료 대신 내가 책정하는 광고료가 수입이 됐다. 속했던 회사보다 규모는 작지만 훨씬 자유롭고 효율적으로. 매주 다룰 주제를 기획하고, 어떤 표현으로 전달할지 가다듬는다. 게스트를 초대해 인터뷰하기도 하고, 업로드한 에피소드를 홍보하며 미디어를 키워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잡지에서 익힌 여러 과정과 흡사했다. 익숙한 재미에 적절히 섞인 새로운 도전은 즐거웠으며, 자발적으로 몰두할 수 있었다. 잡지를 만들며 쌓은 역량을 고스란히 팟캐스트에 적용하고 있는 자신을 보자니 과거의 자신에게 웃음이 났다. 생수병에 담겨 있는 물이 자신의 생김새가 생수병 모양으로 정해졌다고 여긴 셈이다. 물은 와인 잔에 담길 수도 있고, 어항이나 수영장에 담길 수도 있는 거였다. 중요한 건 H₂O라는 성분 그 자체니까.
 
그리고 4월 초, 팟캐스트 1주년 기념 공개 방송을 열었다. 회사에 다닐 때 독자나 광고주를 초대한 행사를 치러본 경험이 이번에도 도움이 됐다. 여러 친구의 도움으로 대행사 없이도 300여 명 규모의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지만, 장소 선정이나 티켓 판매, 행사 안내 공지 등에서 다음에는 다르게 하고 싶다는 디테일도 하나씩 발견하게 됐다. 그리고 누가 시키지 않는데도 내년 행사 준비 시작점에 열어볼 파일을 만들어 회고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 내 모습. 내년이라니 또 몇 년 지나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지만, 나 자신이 물이라는 사실에 집중하면 불안하지 않다. 어떤 그릇에 담길지 모르지만, 또 그 모양으로 살아가고 있을 테니까. 내 생각이나 경험을 언어로 사람들에게 전달한다는 핵심은 여전히 변함없을 것이다.
 
공개 방송 뒤풀이 자리에서 팟캐스트에 그동안 광고를 의뢰한 클라이언트들과 마주앉았다. 클라이언트라지만 작은 공방이나 브랜드를 일구는 자영업자 혹은 여성 사업가들, 그리고 우리 팟캐스트를 통해 자신의 작업을 알린 아티스트들이다. 방송에서 소개한 장점을 통해 자신의 일에 큰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말이 보람으로 돌아왔다. ‘65세가 됐을 때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하는 질문을 놓고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자신의 미래를 상상해 봤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도 초대받은 애니메이션 〈안 할 이유 없는 임신〉을 만든 노경무 감독이 말했다.
 
저는 막 시작한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이 마음에 들어요. 65세가 돼서도 이 일을 하고 싶어요. 그때 세상에 더 잘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빠른 은퇴가 꿈이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고 싶다는 쪽에 나는 더 마음이 간다. 65세가 될 때까지 내 직업의 이름은 또 몇 개 늘어날까? 다만 물 흐르듯 유연하게 움직이고 싶다.
 
황선우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멋있으면 다 언니〉 저자이자 운동 애호가. 오랜 시간 잡지 에디터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과 몸을 둘러싼 이야기를 전한다. 인기 팟캐스트 〈여둘톡〉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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