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논란! 그러나 명품 패션하우스가 이것에 주목할 수 밖에 없던 이유?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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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논란! 그러나 명품 패션하우스가 이것에 주목할 수 밖에 없던 이유?

패션쇼장에 갑툭튀. 샤넬과 스키아파렐리가 2023 S/S 오뜨 꾸뛰르 컬렉션을 위해 영감을 찾은 것.

강민지 BY 강민지 2023.01.25

샤넬의 동물 우화

2023 봄 여름 샤넬 오뜨 꾸뛰르.

2023 봄 여름 샤넬 오뜨 꾸뛰르.

마치 아기자기한 인형극 속에 들어온 것 같달까요? 새와 개, 물고기, 말, 낙타, 사슴, 사자, 버팔로, 코끼리 등의 조형물을 배경으로 샤넬의 2023 봄 여름 오뜨 꾸뛰르 쇼는 그 막을 열었습니다. 몇몇 모델은 트로이의 목마처럼 동물 조형물 안에서 걸어 나오기도 했죠. 나무와 크래프트지와 각종 지류로 만든 거대한 동물 형상은 미니멀한 조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예술가 자비에 베이앙의 솜씨입니다.
 
아티스트 자비에 베이앙의 작품. (@xavier_veilhan)아티스트 자비에 베이앙의 작품. (@xavier_veilhan)아티스트 자비에 베이앙의 작품. (@xavier_veilhan)
발단은 이렇습니다. 샤넬을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지니가 파리 깜봉기 31번지에 위치한 샤넬의 아파트에서 힌트를 얻고, 절친한 아티스트 자비에 베이앙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죠.
 
2018년 샤넬의 아파트를 배경으로 캠페인을 촬영한 모델 카이아 거버. 소파 옆 사이드 테이블은 동물 오브제로 꾸며져 있습니다.

2018년 샤넬의 아파트를 배경으로 캠페인을 촬영한 모델 카이아 거버. 소파 옆 사이드 테이블은 동물 오브제로 꾸며져 있습니다.

가브리엘 샤넬 여사는 살아생전 자신의 아파트에 동물 모티브의 오브제와 조각, 그림을 잔뜩 수집하곤 했거든요. 그러니 베이앙은 그곳의 동물을 재해석하고 베이앙 만의 아이디어를 더해 근사한 쇼장을 완성해 달라고요.
 
2023 봄 여름 샤넬 오뜨 꾸뛰르에서 선보인 의상.2023 봄 여름 샤넬 오뜨 꾸뛰르에서 선보인 의상.2023 봄 여름 샤넬 오뜨 꾸뛰르에서 선보인 의상.
동물에 대한 버지니의 영감은 베뉴 뿐 아니라 의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군악대장처럼 톱햇을 쓴 높게 쓴 모델은 사슴의 면면을 이집트 벽화처럼 자수를 놓은 톱을, 또 다른 모델은 웰시코기의 얼굴이 그려진 스커트 셋업 의상을 선보였습니다. 토끼 자수를 세세하게 장식한 블랙 드레스 역시 런웨이에 올랐고요.
 
버지니 비아르는 컬렉션 의상의 큰 틀은 퍼레이드와 쇼의 유니폼에서 빌리고, 장식과 디테일에 대해서는 “컬렉션에서 등장한 자수는 모두 동물을 표현하고 있어요”라고 명쾌하게 밝혔죠.
 
2023 봄 여름 샤넬 오뜨 꾸뛰르.2023 봄 여름 샤넬 오뜨 꾸뛰르.
샤넬의 꾸뛰르 쇼는 언제나 새하얀 웨딩 가운으로 마무리되는 전통이 있는데요. 올해는 샤넬의 동물 우화라는 테마 아래, 제비 자수가 들어간 미니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자비에 베이앙의 코끼리 조형물에서 우아하게 걸어나와 쇼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논란의 스키아파렐리

스키아파렐리의 컬렉션에 선 모델이자 배우 샬롬 할로. (@schiaparelli)

스키아파렐리의 컬렉션에 선 모델이자 배우 샬롬 할로. (@schiaparelli)

스키아파렐리의 2023 봄 여름 오뜨 꾸뛰르 쇼에도 동물 군단이 등장했습니다. 앞서 설명한 샤넬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말입니다. 샤넬의 동물이 평화로운 동화나 우화 속 주인공 같다면 표범과 사자, 늑대로 이어지는 스키아파렐리의 동물은 야생적이고 위협적이죠.
 
종 때문이기도 하지만 표현 방식 때문이기도 한데요. 샤넬이 섬세하게 자수를 놓아 모티브를 표현한 것과 대조적으로 스키아파렐리는 맹수의 머리를 사실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구현했기 때문입니다. 스키아파렐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로즈베리는 이를 우아한 의상 위에 떡, 하고 얹어놔 그야말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냈어요.
 
스키아파렐리의 2023 봄 여름 오뜨 꾸뛰르 컬렉션을 입고 캣워크를 걸어나오는 모델 이리나 샤크. (@schiaparelli)스키아파렐리의 2023 봄 여름 오뜨 꾸뛰르 컬렉션을 입고 캣워크를 걸어나오는 모델 나오미 캠벨. (@schiaparelli)
캐나다 출신의 배우이자 모델 샬롬 할로의 뷔스티에 드레스 위엔 표범 머리가, 나오미 캠벨의 블랙 코트 위엔 늑대 머리가, 이리나 샤크와 카일리 제너가 착용한 관능적인 이브닝 드레스 위엔 사자 머리가 각각 사람 얼굴 보다도 큰 사이즈로 그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스키아파렐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로즈베리와 카일리 제너의 뒷모습. (@kyliejenner)

스키아파렐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로즈베리와 카일리 제너의 뒷모습. (@kyliejenner)

스키아파렐리의 꾸뛰르 컬렉션이 공개된 직후엔 이 동물 장식이 무분별한 야생 동물 사냥과 동물 박제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는데요. 스키아파렐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로즈베리는 해당 동물은 사냥이나 박제가 아닌 단테의 신곡에서 착상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13세기 중세 문학을 대표하는 신곡에서 표범과 늑대, 사자는 단테가 지옥에서 마주쳤던 동물입니다. 이야기에서 표범은 배신을, 늑대는 무절제를, 사자는 폭력을 상징하며 인간의 원죄를 의미합니다.
 
트롱푀유와 리얼리즘을 기반으로 한 스키아파렐리의 지난 컬렉션. (@schiaparelli)트롱푀유와 리얼리즘을 기반으로 한 스키아파렐리의 지난 컬렉션. (@schiaparelli)트롱푀유와 리얼리즘을 기반으로 한 스키아파렐리의 지난 컬렉션. (@schiaparelli)트롱푀유와 리얼리즘을 기반으로 한 스키아파렐리의 지난 컬렉션. (@schiaparelli)
맹수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데에도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눈속임’이라는 뜻의 트롱푀유, 그리고 리얼리즘 미술 기법에서 기인한 건데요. 이 두 가지는 초현실주의 디자이너였던 엘사 스키아파렐리 스스로도 열렬히 탐구했던 분야고, 1937년 완성된 스키아파렐리의 전설적인 가재 드레스도 그를 바탕으로 탄생한 작품입니다. 의도와 무관한 논란으로 속 좀 태웠을 로즈베리가 억울할 만하네요.
 
제작 중인 스키아파렐리의 2023 봄 여름 오뜨 꾸뛰르 컬렉션. (@danielroseberry)제작 중인 스키아파렐리의 2023 봄 여름 오뜨 꾸뛰르 컬렉션. (@danielroseberry)
제작 과정은 그야말로 한땀 한땀, 오뜨 꾸뛰르 그 자체였답니다. 발포고무와 레진으로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수작업을 통해 모조 털을 하나씩 심듯이 작업했습니다. 그 결과 동물 학대 없이, 금방이라도 으르렁하고 튀어나올 것 같은 야수가 컬렉션에 등장할 수 있었던 거죠.
 
스키아파렐리의 2023 봄 여름 오뜨 꾸뛰르 컬렉션을 입은 카일리 제너. (@kyliejenner)스키아파렐리의 2023 봄 여름 오뜨 꾸뛰르 컬렉션을 입은 카일리 제너. (@kyliejenner)
로즈베리는 중세 문학의 모티브에 더해 이 매서운 야수 드레스가 그저 코스튬으로 기능하기보다 여성만이 지닌 파워풀한 에너지를 표현하길 바랐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미움과 오해는 내려놓아도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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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강민지
    사진 Courtesy of Chanel/샤넬 유튜브/샤넬 공식 홈페이지/각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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