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미스트 마도카 린달의 아뜰리에 || 엘르코리아 (ELLE KOREA)
CULTURE

세라미스트 마도카 린달의 아뜰리에

소소한 일상에서 오는 여유, 균형 잡힌 삶의 밸런스를 손으로 빚어내는 세라미스트 마도카 린달의 아틀리에는 비움의 철학이 녹아 있다.

ELLE BY ELLE 2022.12.07
 
 
마도카 린달의 세라믹 컬렉션이 진열된 작업실 풍경.

마도카 린달의 세라믹 컬렉션이 진열된 작업실 풍경.

새침하게 눈을 감고 있거나 누군가를 흘겨보는 얼굴, 때로는 뚱해 보이는 표정까지. 다양한 감정이 느껴지는 위트 있는 표정의 마도카 린달(Madoka Rindal) 세라믹 컬렉션은 투박한 핸드메이드 터치로 사랑받고 있다. 마도카 린달은 파리 동북쪽 외곽 로망빌(Romainville)에 자리 잡은 그녀의 집과 연결된 아틀리에를 남편인 사진가 올라 린달(Ola Rindal)과 함께 사용하고 있다.
 
마도카의 얼굴 표정을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완성한 장갑은 친구의 선물이다.

마도카의 얼굴 표정을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완성한 장갑은 친구의 선물이다.

귀여운 벽돌집 아래로 난 복도를 지나면 작은 공간에 가마를 설치한 작업실이 나타나고, 정원 건너편엔 올라의 포토 스튜디오와 마도카의 세라믹 아틀리에가 자리하고 있다. 마도카의 작업실은 특별한 기교 없이 수수한 매력을 가진 세라믹 컬렉션을 그대로 닮았다. 히터를 위한 커다란 기름통, 흙을 빚는 작업대, 그림을 그리거나 주문서를 정리하는 작은 테이블까지 꼭 필요한 것만 가져다 놓은, 그야말로 비움의 철학으로 구성된 공간처럼 느껴진다.
꼭 필요한 것만 가지려고 노력하고, 세라믹 역시 누군가에게 꼭 필요해서 소유하는 무언가이길 바라죠.
 
서로 다른 세 가지 표정이 담긴 당고 꽃병. 간단한 붓 터치로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마도카의 저력이다.

서로 다른 세 가지 표정이 담긴 당고 꽃병. 간단한 붓 터치로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마도카의 저력이다.

파리에 살던 마도카가 이곳으로 이사 온 건 7년 전.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그녀는 우연히 세라믹을 배우기 시작했고, 일상의 스트레스마저 잊게 한 세라믹의 매력에 자연스럽게 매료됐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게 굉장히 좋았어요. 아무리 기분이 안 좋은 상태로 공방에 도착하더라도 작업하는 동안 다 잊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마음이 좋은 일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세라믹 작업을 시작했어요.
취미로 시작한 세라믹 작업은 처음에는 주변 친구에게 선물로, 가족들과 함께 쓰는 용도로 만들기 시작하다가 점차 주문이 늘어나면서 2017년 본격 제작에 들어갔다.
 
마도카의 작업실엔 물레가 없다. 손으로 흙을 직접 빚고 두드려 만들기 때문. 한쪽에 가마가 놓인 작업실 전경.

마도카의 작업실엔 물레가 없다. 손으로 흙을 직접 빚고 두드려 만들기 때문. 한쪽에 가마가 놓인 작업실 전경.

지금의 아틀리에는 예전에는 냄비 공장으로, 이후에는 세트 스타일리스트의 작업실이었다고 한다. 마도카가 만든 세라믹 작업의 시그너처라 할 수 있는 얼굴 드로잉은 그림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드로잉을 통해 표정을 덧붙이는 것은 각 세라믹 컬렉션이 하나의 삶으로 거듭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드로잉과 흙을 빚는 작업을 진행하는 메인 작업실.

드로잉과 흙을 빚는 작업을 진행하는 메인 작업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일본 전통문화에서는 하나의 제품마다 나름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어요. 저 역시 그런 문화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가 만든 제품 하나하나마다 그 속에 깃든 영혼과 삶이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컵 안쪽에 그려진 얼굴을 좋아하는데, 음료가 찰랑거릴 때 드러나는 얼굴을 보는 게 낙이에요.
 
도자기에 그린 모든 얼굴 표정은 작은 붓 터치를 통해 이뤄진다.

도자기에 그린 모든 얼굴 표정은 작은 붓 터치를 통해 이뤄진다.

취미에서 시작해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로 연결된 마도카의 세라믹 작업은 일정한 계획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저에게 필요한 제품으로 꾸린 저만의 컬렉션이 유럽과 아시아 곳곳에 있는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확대되고 있어요. 꽃집 고객을 위해 꽃병을 만들고, 캔들을 꽂기 위한 촛대와 인센스 사이즈에 맞는 인센스 홀더를 주문받아 만들어요. 하지만 가끔씩 제가 원하는 특이한 형태를 손으로 만들고 그곳에 기능을 부여하기도 하죠.” 마도카 린달의 모든 세라믹 제품은 물레를 이용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 빚는다. 때문에 모든 세라믹 피스는 같은 사이즈라도 조금씩 다른 두께와 사이즈를 가지고 있다.
 
마도카에게 없어서는 안 될 비장의 도구들. 메인 작업실 벽엔 주문서가 빼곡하게 정렬돼 있고, 테이블 위엔 반죽한 흙덩이가 작품이 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마도카에게 없어서는 안 될 비장의 도구들. 메인 작업실 벽엔 주문서가 빼곡하게 정렬돼 있고, 테이블 위엔 반죽한 흙덩이가 작품이 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얼굴 드로잉 역시 직접 붓으로 그려 유약을 바르고 굽는다.
그날그날의 무드에 따라 얼굴 표정이 달라져요. 웃는 얼굴이 없다는 반응이 많은데, 이상하게 웃는 얼굴은 어떻게 그려도 맘에 들지 않더라고요. 무표정하거나 뚱한 얼굴이 더 귀엽고, 흥미롭게 보이는 것 같아요.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세라믹 제품들은 점점 더 많은 수요로 이어지고, 아틀리에 규모를 늘려야 하지 않겠냐는 주위 사람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더 크게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확신이 없어요. 가끔 친구들과 점심을 먹는 여유와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충분한 지금이 딱 적당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진정한 밸런스를 찾은 것 같은 이 생활을 깨고 싶지 않아요.” 직접 손으로 그려 벽에 붙여놓은 주문서는 주방으로 들어간 레스토랑의 주문서처럼 완성된 후엔 벽에서 떼어낸다.
 
마도카에게 없어서는 안 될 비장의 도구들. 메인 작업실 벽엔 주문서가 빼곡하게 정렬돼 있고, 테이블 위엔 반죽한 흙덩이가 작품이 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마도카에게 없어서는 안 될 비장의 도구들. 메인 작업실 벽엔 주문서가 빼곡하게 정렬돼 있고, 테이블 위엔 반죽한 흙덩이가 작품이 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작업이 거의 완성된 후에는 여행을 계획하거나, 전시를 기획하며 여유를 찾는다. 틈틈이 남편 올라가 태어나고 자란 노르웨이의 세라믹 공방에서 스케일이 큰 작업을 시도하곤 한다. 최근 그녀의 얼굴 드로잉을 주제로 한 첫 번째 일러스트레이션 북을 출판하기도 했다. 비록 그녀의 드로잉에 웃는 얼굴은 없지만, 삶의 밸런스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작업자의 감성이 투영된 덕분에 이토록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건 아닐까. 진정한 행복이란 엄청난 성공이나 돈이 아닌, 소소한 일상과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균형 잡힌 삶이라는 사실을 마도카 린달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마도카에게 없어서는 안 될 비장의 도구들. 메인 작업실 벽엔 주문서가 빼곡하게 정렬돼 있고, 테이블 위엔 반죽한 흙덩이가 작품이 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마도카에게 없어서는 안 될 비장의 도구들. 메인 작업실 벽엔 주문서가 빼곡하게 정렬돼 있고, 테이블 위엔 반죽한 흙덩이가 작품이 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마도카에게 없어서는 안 될 비장의 도구들. 메인 작업실 벽엔 주문서가 빼곡하게 정렬돼 있고, 테이블 위엔 반죽한 흙덩이가 작품이 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마도카에게 없어서는 안 될 비장의 도구들. 메인 작업실 벽엔 주문서가 빼곡하게 정렬돼 있고, 테이블 위엔 반죽한 흙덩이가 작품이 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흙을 두드리며 작업 중인 마도카 린달.

흙을 두드리며 작업 중인 마도카 린달.

 
해가 잘 드는 작업실 앞마당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종종 티타임을 즐긴다.

해가 잘 드는 작업실 앞마당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종종 티타임을 즐긴다.

 
도자기에 그려진 얼굴 표정을 모아 출간한 드로잉 북 〈Bowls Don’t Cry〉

도자기에 그려진 얼굴 표정을 모아 출간한 드로잉 북 〈Bowls Don’t Cry〉

 
집에서 본 작업실 입구.

집에서 본 작업실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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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컨트리뷰팅 에디터 김이지은
    사진 OLA RINDAL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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