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류가 심청전을 재해석한 이유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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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류가 심청전을 재해석한 이유

한국계 미국인 줄리아 류가 우리 고전 <심청전>을 자신만의 목소리로 재해석한 이유.

전혜진 BY 전혜진 2022.11.20
 
LG전자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단편 애니메이션 버전의 〈심청전〉. 줄리아 류가 작곡, 작사한 ‘Dive’가 삽입됐다.

LG전자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단편 애니메이션 버전의 〈심청전〉. 줄리아 류가 작곡, 작사한 ‘Dive’가 삽입됐다.

〈심청전〉을 뮤지컬 넘버로 재해석한 ‘Dive’가 만들어진 계기는
졸업 논문을 위해 작사·작곡한 전체 넘버 중 한 곡이다. 심청이 인당수에 ‘다이빙’하는 행위를 인생의 다음 단계로 향하는 주체적인 행동으로 재해석했다. 이 곡을 부르는 영상을 SNS에 공유했는데, 하루 만에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 회원으로부터 수백 개의 메시지를 받았고, 언론 매체의 문의를 받거나, 1만여 명의 팔로어가 생겼다. 관련 영상은 틱톡과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200만 개 이상 ‘좋아요’를 받았다.
 
〈심청전〉에 흥미가 생긴 계기는
2020년 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가 우리 집으로 오셨다. 매일 할머니의 침대 발치에 앉아 한국의 삶과 문화에 대해 필사적으로 물어봤다. 그리고 그해 여름, 한국 민담을 바탕으로 새로운 뮤지컬을 집필해 내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 〈심청전〉을 알게 됐고, 강렬했다. 세계관이 확장될 가능성이 큰 이야기였고, 모험을 떠나는 젊은 여성이 주인공이며, 그 여정은 집으로 돌아가려는 열망으로 이뤄지더라. 할아버지를 잃고 뿌리를 찾으려 했던 나는 심청의 여정과 깊이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주체적인 여성으로 그려진 심청.

주체적인 여성으로 그려진 심청.

‘Dive’는 최근 LG전자와 협업으로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Dive’가 인기를 끈 이후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지난여름 LG전자와 협업하게 됐다. 프로젝트 비전을 듣자마자 촬영과 녹음을 위해 한국으로 날아왔다.
 
애니메이션 버전의 〈심청전〉을 본 감흥은
가족들과 봤는데 굉장히 짜릿했다. 특히 거대한 파도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꿈의 프로젝트가 이렇게 아름답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실현되는 걸 볼 수 있어 감사했다.
 
하버드대에서 공연예술을 전공한 아티스트 줄리아 류.

하버드대에서 공연예술을 전공한 아티스트 줄리아 류.

‘Dive’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 고전을 세계화하고, 인당수에 뛰어든 심청의 행동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지만 인신매매의 비극을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의견도 있다
고대 원시의 이야기를 문화적으로 다룰 때, 해석 방향은 무척 중요하다. 각색은 고대의 내러티브를 재검토하고 오늘날의 경험과 인물적 특성,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야 하는 작업이다. 원작 〈심청전〉에는 뒤떨어진 관습으로 치부될 요소들이 많다. 어둡고 비극적인 결말이 담긴 〈신데렐라〉 〈라푼젤〉 〈겨울왕국〉 등 전 세계 대부분의 고대 민담이 그러하듯 〈심청전〉도 오늘날의 관람자들을 위해 재구성한 것이다. 디즈니가 원작을 재해석하는 방식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그림 형제나 안데르센의 원작과 디즈니가 재구성한 작품을 비교하면 인물이나 플롯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나는 심청을 가족을 다시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주체적인 젊은 여성으로 보았다. 머나먼 한국 땅을 그리워하며 자라온 내게 이 주제는 깊은 울림을 줬다. 관객 또한 ‘Dive’를 저마다 원하는 방향으로 해석하고, 인생에서 ‘다이빙’했던 경험을 비춰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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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전혜진
    COURTESY OF JULIA RIEW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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