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견생을 찾아 떠난 강아지들의 해외 입양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FASHION

제2의 견생을 찾아 떠난 강아지들의 해외 입양기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 강아지들의 여정. 그들로 인해 또 다른 가족으로 연결된 입양자와 임시 보호자. 이들이 하늘길을 열고 주고받은 여섯 통의 따스한 안부 편지.

전혜진 BY 전혜진 2022.08.13
 

Atlas 슈슈

2020년 팬데믹으로 공항이 폐쇄되기 직전. 아틀라스는 미국으로 향하는 마지막 항공편으로 새 삶을 찾을 수 있었다. 무기한 결항으로 예정된 입양이 취소돼 안락사 되는 다른 개에 비하면 ‘행운’이라는 씁쓸한 이름표를 달고. “한국계 미국인인 우리는 한국 강아지들과 가족이 되고 싶었어요. 진도믹스 제시카를 비롯, 반려동물의 삶을 담은 〈제시카 심순의 봄〉 저자 홍조의 SNS 계정에서 임시보호 중인 아틀라스를 발견했고, 곧 사랑에 빠졌죠.” 엔지니어인 크리스틴과 그의 약혼자 브랜든은 이제 아틀라스와 함께 넓은 세상을 탐험 중이다. “우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샌디에이고까지 캘리포니아 전역을 여행하고, 포틀랜드로 14시간의 로드 트립을 떠나기도 했죠. 언제 어디서든 함께라면 즐거워요.” 아틀라스가 또 한가지 좋아하는 일은 LA의 또 다른 진도믹스견 친구들과 해변에서 하하호호 함께 노는 것! 홍조 작가는 아틀라스가 슈슈로 불리던 임시보호 시절을 또렷이 기억한다. “아기 때 겁먹은 얼굴로 아장아장 현관문을 걸어 들어온 슈슈를 반려견 시카가 의젓하게 챙겼어요. 병원 갈 때마다 크게 울 만큼 여리고 작았는데….” 입양은 빠르게 결정됐지만 해외 이동봉사자를 구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 그래서 슈슈가 새로운 가족의 얼굴을 본 건 몸이 훌쩍 크고 나서다. “많은 진도믹스 혹은 대형 믹스견이 한국에서 가족을 찾지 못하고 떠나는 모습을 보면 씁쓸합니다. 이게 그토록 어려운 일일까요? 해외 입양에 앞서 국내 입양이 활성화 돼야 하고, 무엇보다 유기견이란 개념이 사라져야겠죠.” 아틀라스의 엄마 크리스틴도 거든다. “저희 엄마와 동생도 한국에서 강아지를 입양했어요. 한국 보호소에는 가족을 가질 자격이 있는 개들이 정말 많거든요.” 아틀라스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더없이 활발하다. 임시보호자와 구조자 모두 아틀라스가 어떻게 지내는지 멀리서도 선명히 볼 수 있길 바라는 따뜻한 마음 덕분에.
 
서울 → 로스앤젤레스
임보기간 약 3개월
입양일 2020.03.07
 
@atlas.thejindo
 
 

Lily 릴리 

“해외 입양으로 국내 대형견, 토종견, 나이 든 유기견들이 보다 나은 기회를 얻는 건 정말 다행이지만, 왜 우리는 이들을 입양하지 않을까요? 혹자는 ‘60~70년대에 어린이들을 해외로 입양 보내던 나라에서 이제 개도 보내는 나라가 됐다’고도 하죠.” 진돗개 터보와 롤리, 시바견 알밤이와 대가족을 이룬 유튜버 ‘터보롤리알밤이’네는 온가족이 사랑으로 어린 릴리를 돌봤다. “릴리를 구조한 자리에 함께 있던 강아지는 몇 달을 묶여 있다가 여름에 사라졌대요. 식용 목적으로 기른 거죠. 릴리도 도로변에 1m가 되지 않는 쇠줄에 묶여 있다가 구조됐는데, 사람을 이렇게 좋아할 수 있나 싶었어요.” 흥분도가 높았던 릴리는 점점 차분해졌다. “심했던 멀미 증상도 좋아지고 출국 직전에는 밥 먹기 전 ‘기다려’도 10초씩 했어요. ‘줄 당김’도 거의 고쳤습니다.” 단 2주 만의 변화는 놀랍지만 희망에는 부담이 따른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보호소는 보호소라 불릴 수준이 아닌 곳이 태반. 그마저도 개가 입양되거나 살아나갈 수 있도록 주어진 시간은 단 열흘이다. 결국 뜻있는 개인이 구조하고, 치료하고, 입양 신청과 이동까지 감당하는 상황. “임시보호와 입양이 부담스럽다면 이동봉사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비용이 들지 않고 수화물 개수와는 무관하죠. 공항에 30분만 일찍 나오고, 도착하면 켄넬을 찾아 입양인에게 인계하면 끝납니다.” 릴리를 보내던 날 정말 많이 울었다는 보호자. 하지만 처음 밟는 낯선 땅에서도 평생 가족에게 꼬리를 흔드는 모습을 보며 걱정을 마쳤다. 입양 가족은 말한다. “저는 한국계 미국인이고, 릴리는 제 뿌리를 일깨워주죠. 우리 같은 사람에게 기적을 선사한 모든 구조자, 보호인, 봉사자의 이타심을 존경합니다.”
 
경기 광주→ 캘리포니아  
임보기간 12일
입양일 2022.06.21
 
@lily_pawrk
@turbothedoggydog
 
 

Koda 보리 

생후 2개월 된 보리의 첫인상은 또래들에 비해 너무 작고 힘이 없다는 것이었다. 무조건 잘 먹여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임시보호자 김아림. 팬데믹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팔로잉하던 개인 구조자의 SNS 공고를 통해 보리를 데려오게 됐다. “과거의 환경 탓인지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하면서도 겁이 많은 편이었어요. 입에 문 걸 빼앗아도 혀만 날름거릴 뿐. 현관 앞 낮은 울타리도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는데 한 번을 넘지 않더라고요.” 다행히 입양 가족을 빨리 찾았지만 이동봉사자를 구하는 과정이 난항이었다. “한국에서는 안락사 대상인 개들이 해외에선 입양 문의가 쇄도한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죠. 그러나 이동 봉사 지원이 없으면 막막해요. 개를 싫어해도 상관없고 켄넬에만 들어가 있기 때문에 직접 만질 일도 없어요. 담당자가 준비해 둔 서류만 채우면 됩니다. 봉사자 한 명당 최대 두 마리의 유기견이 새 삶을 누릴 수 있어요.” 샌프란시스코의 보리는 이제 코다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입양견 친구들과 야구를 관람하고, 트레킹하고, 캠핑을 즐긴다. 첫째에 이어 둘째 코다까지 유기견을 입양한 코다의 가족은 임시보호자에 대한 고마움을 결코 잊지 않는다. “코다가 잘 지낸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덕분에 우리 가족이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거든요.” 김아림 또한 코다를 평생토록 응원할 예정. “보리야! 헤어진 지 벌써 1년이 훌쩍 넘어 언니와 지냈던 기억은 잊었을지 모르지만, 4개월간 함께 살면서 더없이 즐겁고 행복했어. ‘임시’가 아닌 ‘영원’의 가족과  평생 행복하길 바랄게.”
 
경기 용인→ 샌프란시스코
임보기간 약 4개월
입양일 2021.05.11
 
@boribori_13
 
 

Jasper 엘사 

10년을 함께한 반려견을 떠나 보낸 상실감을 딛고 용기 내어 시작한 임시보호. 김빛나 부부가 한살배기 때 데려온 엘사는 겁이 많은 탓에 부엌 구석에 숨어 다가가면 피하길 반복했다. “작은 행동에도 놀라 오줌을 지리곤 했는데 안정을 찾자마자 다른 사람이나 개들에게 먼저 다가가 꼬리를 흔들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그해 여름, 엘사는 LA의 새 가족을 만났다. “출국 시 필수로 맞아야 하는 백신을 취급하는 동물병원을 찾기 어려웠던 걸로 기억해요. 그땐 이렇게 힘들게 해외로 보내야 하나 싶었는데… 아직도 믹스견에 대한 편견이 있고, 펫 숍 문화에 익숙한 국내 현실을 보며 결심했죠.” 이제 엘사의 이름은 재스퍼. 그래픽 디자이너 에이미 부부와 딸 하퍼가 사는 LA 집에서 세 살 생일을 맞았다. “우리 가족도 2019년 여름, 반려견을 잃었어요. 2020년 세상이 록다운되고, 상실감으로 가득 찬 이곳에 재스퍼가 찾아왔습니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워 보였어요. 모든 유형의 소리와 움직임에 꿈쩍거렸고요. 학대 기억 때문인지….” 겁에 질린 강아지에서 점차 자신의 ‘찐’ 성격과 매력을 뽐내는 ‘댕댕이’로 변모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가족의 제일 큰 기쁨. 동물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야구 관람에 흥분하며 다리 꼬고 앉는 것을 즐기는 재스퍼. 자신의 취향과 호불호를 분명히 구분하는 재스퍼는 이제 두려운 기억에서 해방된 걸까. “빛나 씨와 제가 만난 적은 없지만 재스퍼를 통해  연결돼 있는 걸 느껴요. 재스퍼, 더 이상 고통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단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닌 우리 예쁜 딸, 두려움 없이 모든 일상을 자유롭게 누리렴.”
 
경기 부천→ 로스앤젤레스
임보기간 약 2개월
입양일 2020.07.15
 
 

Totoro 토토로

“사랑하는 토토로, 그곳 생활은 어때? 한국 말은 잊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시차 때문에 매일 아침 인스타그램을 열면 오늘은 또 얼마나 신나게 보냈는지 활짝 웃는 네 얼굴이 있어 행복해. 사랑 가득한 집에서 누리지 못했던 것들을 맘껏 누리며 살아.” 남편 그리고 젠과 치로라는 두 마리 시바견이 사는 서승연의 집에 머문 토토로는 2021년 어느 추운 겨울, 뜬장에서 태어났다. “시골에는 여전히 음식물 쓰레기 처리용으로, 밭 지킴이로 길러지다 복날만 되면 사라지는 개들이 많아요. 토토로의 부모견 역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어린 토토로만 남았죠. 제 발보다 큰 뜬장 구멍으로 발이 숭덩숭덩 빠졌어요. 거름을 먹고 버텼는지 구조 후 며칠 간은 거름을 토하고 거름 변만 보더라고요.” 국내, 특히 도시에서 대형견은 기르기 어려운 실정. 물리적 공간 부족도 한몫하지만 산책로나 거리 곳곳에서 편견과도 맞서야 한다. “토토로 입양 문의는 0건. 문의가 와도 공장 지킴이로 키우길 원해서 결국 해외 입양을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걱정은 계속됐어요. 한국보다 대형견에 대한 시선이 유연하고, 품종과 크기에 따른 차별이 덜할 뿐, 유기하거나 학대하는 사람은 어디든 있으니까요.” 입양을 위해서는 건강 상태와 대인, 대견 사회성 테스트 등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한데 토토로는 만점을 받았다! 이제 토토로는 저널리스트 스테이시와 애덤 부부, 세 아들과 함께한다. 캘리포니아의 햇살과 다섯 배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입양기관은 우리가 서로 적합한지 모든 단계를 꼼꼼히 확인했어요. 덕분인지 퇴근 후 집에 도착했을 때 차고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으면, 토토로는 이제 온 몸과 꼬리를 흔들며 행복한 춤을 춘답니다.”
 
충북 괴산 → 로스앤젤레스
임보기간 약 6개월
입양일 2022.05.18
 
@adventures.with.totoro
@jenchiro_ne
 
 

Pepper 꼬몽 

“페퍼를 처음 본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남편과 JFK 공항으로 그를 데리러 갔는데, 7개월 된 강아지가 14시간의 고된 비행 끝에 켄넬 카트에 실려 나오는 걸 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죠. 긴 시간 의젓하게 버텨준 게 기특하고 고마웠습니다. 페퍼도 우리가 좋았는지 첫 날부터 엉덩이를 기대고 앉더라고요.” 어미 유기견이 임시보호소에서 낳은 진도믹스견 페퍼는 단 두 달만이라도 집밥을 먹여줄 보호자를 애타게 찾는 공고를 본 김보름· 김수정 자매가 데려왔다. 당시 이름은 꼬몽. 시골 ‘똥강아지’의 매력과 진돗개의 늠름함을 고루 갖춘 견생 3개월 차 꼬몽은 약 5개월의 임시보호 끝에 뉴욕의 새 가족을 찾았다. “장시간 비행을 위해 한 달간 켄넬 훈련도 하고, 비행하기 좋은 적정 몸무게도 갖춰야 했어요. 국내로 입양됐다면 자주 볼 수 있어 좋았겠지만 식당 출입도 쉽고, 더 넓은 곳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안심되더군요.” 꼬몽이는 페퍼라는 두 번째 이름으로 홈 웨어 브랜드 대표 박세미와 프로그래머 네스터로브 부부의 맨해튼 집에서 올해 세 살을 맞았다. 수영과 산책, 드라이브를 즐기고 가끔 창문 너머의 해지는 풍경을 감상하며. “여느 해외 입양자처럼 페퍼의 사진과 영상만 보고 입양을 결정했는데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개를 평생 가족으로 입양한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사진 속 페퍼와 눈이 마주친 순간 인연임을 직감했어요. 국내 입양도 물론이지만 해외 입양은 반려견과 살면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모두 생각해 보고 ‘내가 이 먼 곳까지 데려왔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책임지고 살겠다’는 다짐으로 해야 합니다.” 해외 가정으로 입양돼 잘 지내는 개들도 많지만, 먼 곳까지 어렵게 왔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금세 다시 버려지거나 도착하자마자 허무하게 실종되는 경우도 많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의 어떤 변화도 두렵지 않은 분들이라면 인연을 놓치지 마세요!” 페퍼 가족은 가끔 한국에 방문해 임시보호자들과 만나고, 유튜브에 그들의 ‘입양일지’를 기록한다. 새롭게 탄생한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경기 하남 → 뉴욕
임보기간 약 5개월
입양일 2019.10.25
 
@ppprmix
@boreum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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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전혜진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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