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KOREA 유리공예 || 엘르코리아 (ELLE KOREA)
LOVE&LIFE

MADE IN KOREA 유리공예

투명하고 신비로운 유리의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낸 6명의 젊은 한국 유리공예가들.

전혜진 BY 전혜진 2022.08.04
 

YANG YOO WAN 〈NEW ERA, NEW AGE〉

양유완 작가는

유리 스튜디오 ‘모와니 글라스’를 운영하고 있다. 도자와 금속, 돌 같은 소재와 유리를 융합한 비정형 작업을 선보인다. 유리 액체가 지닌 뜨거움과 차갑게 굳은 뒤에도 반짝이는 고결함을 사랑한다.
 
지난해 표본 아티스트 이승현과 ‘New Era, New Age’ 시리즈를 선보였다
흔한 광물질을 소성해 완전한 아름다움을 탄생시키는 공예가와 의미 없이 죽임을 당하거나 버려진 물고기를 재생해 생명력을 전달해 온 수산자원 연구가의 초월적 작업을 융합했다. 팬데믹으로 허무하게 보낸 시간이 죽음 같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변의 일상을 더 생생하게 바라보게 됐는데 그 역설을 표현한 시리즈다.
 
공예 분야 중 유리를 주요 매개로 활동하는 국내 작가가 많지 않다. 무엇이 당신을 유리 아티스트 길로 이끌었나
원래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디자인하고 싶어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그중 조명으로 포트폴리오를 제작하던 과정에서 유리에 매료됐다. 0.5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산업디자인의 영역과 달리 작업의 오류조차 작품이자 과정이 되는 유리공예가 흥미로웠다. 지금도 그 기분 그대로 느끼며 작업에 몰두한다.
 
당신만의 유리 작업 특성은
전통과 현대, 투명과 불투명, 동양과 서양의 조화를 고려한다. 상반되는 조합에서 비정형적 아름다움을 끌어내려 한다.
 
가장 애착을 가진 작품은
유리를 말아 만든 구슬. 작고 보잘것없지만 가장 애써서 만든 첫 작업물.
 
유리공예가로서 영감을 얻는 곳
사람들과 대화. 경험에서 우러나는 이야기는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내 것처럼 바라보게 만든다.
 
앞으로 선보일 작업은
올해는 리빙 웨어보다 평면 작업과 설치미술 작업에 집중하고 싶다.
 
인스타그램 @mowani.glass 
 
 

PARK SUNG HOON 〈SEED〉 

박성훈 작가는
올해로 작업 16년 차, 기본에 충실한 작가. 유리 표면을 깎아 아름다움을 그린다.
 
첫 개인전 〈Seed〉를 마친 소감은
몇 년간 한국예술종합학교 직원으로 근무하며 새벽과 퇴근 후 시간을 이용해 작업을 병행해 왔다. 개인 오브제 작업과 유리공예의 본질인 실사용 제품 작업의 균형을 잘 지킨 덕분인지 지난해 2021 렉서스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 위너, 첫 개인전 개최, 리움 스토어 입점으로 이어졌다. 이제 모든 시간을 작업에 쏟을 때라고 생각해 퇴사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 경험이다.
 
마치 유리 씨앗처럼 보이는 ‘Seed’ 시리즈는 어떻게 완성됐나
꽤 오랜 기간 화병이나 그릇을 불고 깎아 ‘유충기’라는 이름의 시리즈 작업을 이어왔다. 내 작업은 아직 유충 단계일 뿐이라는 은유적 표현이다. 씨앗을 뜻하는 ‘Seed’ 시리즈의 의미도 비슷하다. 그러나 의미와 달리 어느덧 정해놓은 작업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발견했고, 기본으로 회귀하려 했다. ‘Seed’의 구형 기법은 화려하거나 어려운 작업 기술이 아니다. 공예가로서 내 무기는 가장 기본적인 것, 작업을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느리지만 천천히 만들어진 씨앗들이 앞으로 어떻게 꽃을 피울지 궁금하다.
 
유리의 어떤 면을 좋아하나
다루기 어렵다는 점. 몇 날 며칠 기물과 씨름하다 마침내 완성한 작품을 보며 얻는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영감을 얻는 곳은
생각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편이다. 작업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른다. 망친 작업을 살리다가 새로운 길을 발견하기도 하고.
 
유리라는 소재를 당신만의 관점에서 정의한다면
최고의 친구이자 라이벌.
 
인스타그램 @mon_key_pot
 
 

PARK YOUNG HO 〈MEMORY DROP〉

박영호 작가는
공예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사람. 유리선을 활용한 작업을 주로 선보인다.

 
‘기억의 호수’ 시리즈는 ‘물에 떨어져 섞이는 잉크 한 방울’을 기억에 빗댄 작품이다
잉크는 기록의 매개체다. 잉크를 통해 전달된 기록은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투명한 물에 잉크가 번지는 현상을 기억의 과정에 은유했다. 기억이 반복되는 것처럼 작품을 구성해 소중한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끝없이 순환된다는 의미를 표현했다.
 
유리선을 매개로 작업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유리선에 열을 가해 변형하는 램프 워킹의 세부 기법 중 네트워크 기법을 사용한 작품이다. 원하는 형태의 틀을 만들고 그 안에 3~6mm 사이의 유리선을 가열해 그물을 엮듯 연결하는 방식이다. 내구성이 강하고, 유리 사이의 여백을 만드는 효과가 있다.
 
유리의 어떤 특성에 매료됐나
어떤 색을 섞어도 조화를 이룬다. 그 조화로부터 탄생한 빛의 향연을 엿볼 수 있다. 또 다른 공예와 달리 작가들이 서로 도와야 실현할 수 있는 기법도 있다. 작가들의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
 
최근 눈여겨보는 작업은
조각가 아니시 카푸어의 자유로운 작업방식이나 현대미술 작품에서 영향을 받는다.
 
한국의 젊은 공예가로서 펼치고 싶은 작업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공예품을 만드는 것. 유럽, 미국, 일본 등은 와인 잔, 사케 잔 등 일상 집기를 공예품으로 사용한다. 공예가 현대미술과 동등하기 위해 작업의 질과 방향, 의미를 담는 작품의 창작 또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곧 첫 개인전을 열고, ‘International Festival of Glass 2022’에 참여한다.
 
당신에게 유리라는 소재는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살아 움직이는 재료. 지나온 흔적과 현재, 다가올 미래를 모두 담기 좋은 소재.
 
인스타그램 @younghopark__

 
 

ANNALIISA ALASTALO 〈항아리 시리즈〉 

안나리사 작가는
핀란드에서 유리공예를 전공한 후 한국으로 왔다. 한국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작품에 담는다.

 
‘항아리’ 시리즈는 핀란드인의 시선으로 한국의 산을 이해하고, 능선 특유의 아름다움을 구현했다
이 시리즈는 한국과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항아리 등의 오브제를 한국의 산이라고 상상하고, 제각각 다른 모양과 색상, 크기의 항아리를 결합해 또 다른 한국적 풍경을 얻는다. 이 과정은 재미있고 끝없는 놀이 같다.
 
핀란드와 한국의 환경적 차이가 당신의 작품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나
핀란드에 계속 거주했다면 결과물이나 작품을 만드는 스타일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내게 주어진 환경에서 끝없이 영감을 얻고 있다. 한국의 산간과 자연 풍경, 전통 도자기의 색상까지. 요즘은 한국의 봄과 여름의 산이 가지는 오묘한 색조에 관심이 많다.
 
유리의 어떤 특성에 매료됐나
유리의 투명도와 반투명도, 불투명도의 차이를 활용하면 ‘유희’가 가능하다. 블로잉 과정 자체가 재밌다. 뜨거운 유리를 불어 매만지는 작업에 집중하다 보면 현실의 복잡함에서 벗어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영감을 얻는 작품이나 대상이 있다면
과거의 내 작품을 보며 영감을 얻곤 한다. 당시에는 계산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만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결코 구현할 수 없는 자유로움이 존재하는 기분이다.
 
유리공예가로서 지키려는 원칙
작품에는 작가의 영혼 한 조각이나 본능이 담겨야 보는 이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다. 트렌드만 좇는 것은 ‘복사+붙여넣기’ 과정에 불과한, 매우 공허한 일이다.
 
당신이 정의한 유리라는 소재는
빛을 포착해 제 안에서 춤추게 만드는 존재다.
 
인스타그램 @annaliisa_alastalo

 
 

JEONG EUN JIN 〈ATTO〉 

정은진 작가는
옻칠공예가. 전통적인 옻칠 방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공예 재료와 융합한다. 옻칠이 지닌 확장성에 관심이 많다.

 
가공된 유리 위에 옻칠을 올리는 작업은 어떤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나
유리의 투명함과 옻칠 특유의 깊은 색감이 어우러지면 청량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동시에 품게 된다. 옻칠은 나무나 금속, 도자에 비해 유리와 잘 어우러지지 않는다. 수차례의 실험을 통해 그 부착점을 찾으려 했고, 그런 과정에서 지금의 작업을 완성하게 됐다. ‘ATTO’ 시리즈도 그런 방식으로 완성됐다.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투명한 유리 위에 옻칠을 얇게 입힌 후, 가마에 소성해 경화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옻칠공예가인 아버지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을 것 같다
아버지 정해조 작가는 모든 작업은 과정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 모든 공예 작업에서 원칙으로 삼고 있는 말이다. 3년 전쯤 유리에 옻칠을 더하는 작업을 처음 시도했을 때, 유리 옻칠 작업의 무한한 가능성과 확장성을 발견했다. 평소 작업을 대하는 아버지의 태도가 이 과정을 정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유리와 옻칠의 어떤 특성에 매료됐나
유리의 투명함에 옻칠의 색감이 투과될 때 만들어지는 새로운 에너지. 옻칠 작업 특유의 섬세함이 유리 위에서 더욱 잘 표현되는 것 같다. 그 덕에 매 순간 작업에 즐겁게 몰두할 수 있다.
 
한국의 공예가로서 관심을 둔 것은
평소 색채에 관심이 많다. 옻칠은 건조 시 높은 온도와 습도가 필요한데, 이 조건을 구현하기가 어렵다. 색을 제대로 표현하기도 쉽지 않은 작업이라 더 연구해 나가고 싶다.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작업은
옻칠 장식 기법을 유리 위에 더욱 다채로운 형태로 적용해 보려 한다.
 
인스타그램 @jl_contemporary
 
 

KIM DONG WAN 〈기억의 조각〉

김동완 작가는
그저 ‘유리공예가’라 말하고 싶다. 유리를 블로잉한 후 옻칠을 더한다. 최근 개인전 〈겹〉을 열었다.
 
2019 KCDF 선정작 ‘열매’와 최근작 ‘기억의 조각’ 시리즈 모두 옻칠을 더하고 깎는 작업을 반복한다
여러 겹 쌓아 올린 옻칠 작업을 다시 깎아내는 과정에서 유리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유리가 낯설게 보이는 시간이 내게는 큰 의미를 지닌다. 옻칠 또한 매력적인 소재다. 각각의 매력이 적절히 어우러지면 놀라운 미적 시너지를 낸다.
 
유리의 어떤 특성이 당신을 이 길로 이끌었나
1200℃ 용해로의 문을 열면 열기와 함께 유리는 주홍빛으로 눈부시게 발광(發光)한다. 볼 때마다 두근거리는 광경이다. 유리를 파이프 끝에 말아 올려 새로운 ‘유형’으로 창조하는 과정은 가히 매력적이다.
 
옻을 칠하는 과정은 어느 정도 섬세함을 요하나
투명한 유리에 빛이 스며드는 장면은 아름답다. 옻칠로 그 아름다움을 가리지 않기 위해 연마 과정에서 옻칠이 올려지는 정도를 조절한다. 다양한 기법으로 유리 표면에 질감 효과를 주고 그 위에 옻칠하면 무한한 미적 효과가 탄생한다.
 
유리공예 아티스트로서 영감을 얻는 곳
유리의 물성과 특징은 무한한 영감을 준다. 유리를 다루며 새롭게 발견하는 특성에서 작업의 영감을 얻는다.
 
한국의 젊은 공예가로서 해나가고 싶은 작업은
최근 모노하 성수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동안 작업한 공예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일 수 있는 기회였다. 이렇듯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보여줄 수 있는 멋진 작업을 지속하고 싶다.
 
유리라는 섬세하고도 유연한 재료를 다루며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투명하기 때문에 허점을 숨길 수 없다. 작업 과정에서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고려한다.
 
인스타그램 @eastwan_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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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전혜진
    사진 우창원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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